2008-04-30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Many political words are similarly abused. The word Fascism has now no meaning except in so far as it signifies "something not desirable." The words democracy, socialism, freedom, patriotic, realistic, justice have each of them several different meanings which cannot be reconciled with one another. In the case of a word like democracy, not only is there no agreed definition, but the attempt to make one is resisted from all sides. It is almost universally felt that when we call a country democratic we are praising it: consequently the defenders of every kind of regime claim that it is a democracy, and fear that they might have to stop using that word if it were tied down to any one meaning. Words of this kind are often used in a consciously dishonest way. That is, the person who uses them has his own private definition, but allows his hearer to think he means something quite different. Statements like Marshal Pétain was a true patriot, The Soviet press is the freest in the world, The Catholic Church is opposed to persecution, are almost always made with intent to deceive. Other words used in variable meanings, in most cases more or less dishonestly, are: class, totalitarian, science, progressive, reactionary, bourgeois, equality.
George Orwell,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1946)

언어와 정치에 대해 이보다 더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할 듯하다. 오늘 하루 종일 붙잡고 읽었는데,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에세이를 읽고 나면 그의 소설을 찬양하는 것은 유치하고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2008-04-24

신임 스페인 국방장관

최근 본 사진 중 가장 간지나는 것은 바로 이것.


4월 14일 취임한 스페인의 신임 국방장관 Carme Chacon의 모습. 37세, 임신 7개월. 멋지다.

2008-04-23

중산층은 생각하지 마

이런 노래를 들었다.



Hey girl what's wrong with your principles?
When you say that you're a vegetarian
Well, I've seen you eat meat a couple of times but
I swear I won’t tell anyone.

And how about the affection for me after I've been
Walking through hell for you?
What the hell did you expect me to do?

I still think that you're a bitch, talking Motherfucker
You’re the worst cock sucker
Swore that you were true to me
Yeah - in my dreams, in my dreams

Ah - I just won't rub it in...

Hey girl what's wrong with your principles?
When you say that you're a vegetarian
Well, I've seen you eat meat a couple of times but
I swear I won’t tell anyone.

And how about the affection for me after I've been
Walking through hell for you?
What the hell did you expect me to do?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다니엘 시레라(Daniel Cirera)의 노래라고 하고, 제목은 Motherfucker fake vegeterian ex-girlfriend라고 한다. 이택광 선배의 블로그에서 잘 들었는데, 위아래로 달린 노래에 대한 코멘트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예전에 가투 몇 번 나갔던 경력을 자랑 삼아, 술자리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고, 집에 돌아오면 과감하게 교육과 부동산을 위해 보수주의자로 변신하는 한국의 신흥 중간계급들에게 한번쯤 들려줘야할 노래"라는 것이 이택광의 언급이고, 그 밑에서는 젱가님이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 중간계급 또는 지난 10년 개혁세력의 행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응수한다. 나는 이런 시선이 너무도 불편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애 이야기 아닌가. 중산층, 혹은 상류층 젊은 여성의 허위 의식과 마찰하는 노동 계급 출신 남성이 부르는, 제 아무리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해도 결국은 찌질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 중산층과 '개혁정권 10년' 등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약이다. 바로 그런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이야말로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노동계급적인 삶의 본질이 존재로서 드러나고자 하는 것을 은폐한다는 인상마저 든다(하이데거를 방금 읽은 티가 난다).

노동계급의 남성이 중산층 여성과 이성으로 만나면서 겪게 되는, 그 부대끼는 느낌을 이렇게 간단하게 '한국 중산층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로 치환하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결국 그 과정에서 이 노래의 진정한 주인공이어야 할 누군가가 또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찌질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틈을 주지도 않고, 비평가는 '중산층'을 위한 노래로 이 곡을 해석하면서 결국 그들에게 이 좋은 노래를 헌정해버린다. 곡이 지니고 있던 최초의 에너지는 온데간데 없고, 결국 남는 것은 그 흔하고 상투적인 '중산층의 허위의식 비판' 뿐이다.

그들에게 소비자로서의 능력과 의사가 있기 때문에, 중산층을 소재로 삼는 작품들은 넘쳐난다. 다만 그중에서도 중산층을 바라보는 노동계급의 목소리를 온전히 내는 무언가는 제법 드물게 나오는 편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그 드문 사례 중 하나이다. 그럼 대체 왜 여기서, 이렇게도 간단하게 '한국 중산층'에 대한 비아냥이 마치 노래 전체의 주제인양 등장해야만 할까? 전 여자친구를 저렇게 욕하는 바로 저 화자의 심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을까? 너무도 뻔한 귀결이지만, 갑자기 펄프를 듣고 싶어졌다. 커먼 피플의 주제 의식도 이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산층의 허위의식'은 90년대에도 있었고 80년대에도 있었고 2010년대에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것에 진저리를 내는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까지 중산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비평적 상상력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She came from Greece, she had a thirst for knowledge
She studied sculpture at Saint Martin's College
That's where I caught her eye
She told me that her Dad was loaded
I said "In that case I'll have rum and coca-cola
She said "fine"
And then in 30 seconds time she said
"I want to live like common people
I want to do whatever common people do
I want to sleep with common people
I want to sleep with common people like you"
Well what else could I do?
I said "I'll see what I can do"
I took her to a supermarket
I don't know why
but I had to start it somewhere
so it started there
I said "pretend you've got no money"
but she just laughed
and said "oh you're so funny"
I said "Yeah
Well I can't see anyone else smiling in here
Are you sure
you want to live like common people
you want to see whatever common people see
you want to sleep with common people
you want to sleep with common people like me?"
But she didn't understand
she just smiled and held my hand
Rent a flat above a shop
Cut your hair and get a job
Smoke some fags and play some pool
Pretend you never went to school
But still you'll never get it right
'cos when you're laid in bed at night
watching roaches climb the wall
if you called your dad he could stop it all
yeah
You'll never live like common people
You'll never do whatever common people do
You'll never fail like common people
You'll never watch your life slide out of view
and then dance and drink and screw
because there's nothing else to do
Sing along with the common people
Sing along and it might just get you through
Laugh along with the common people
Laugh along although they're laughing at you
and the stupid things that you do
because you think that poor is cool
Like a dog lying in a corner
they will bite you and never warn you
Look out
they'll tear your insides out
'cos everybody hates a tourist
especially one who thinks
it's all such a laugh
yeah and the chip stain's grease
will come out in the bath
You will never understand
how it feels to live your life
with no meaning or control
and with nowhere left to go
You are amazed that they exist
and they burn so bright
whilst you can only wonder why
Rent a flat above a shop
Cut your hair and get a job
Smoke some fags and play some pool
Pretend you never went to school
But still you'll never get it right
'cause when you're laid in bed at night
watching roaches climb the wall
if you called your dad he could stop it all
yeah
You'll never live like common people
You'll never do whatever common people do
You'll never fail like common people
You'll never watch your life slide out of view
and then dance and drink and screw
'because there's nothing else to do
I want to live with common people like you.....

뮤직비디오 버전에서는 이탤릭 표시한 부분이 빠져있다. 대단히 직설적으로, 이 노래는 중산층에 대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 여자를 바라보며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는 노동계급 남자의 것임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그 부분. 마침 그게 온전하게 다 들어있는 버전을 발견하여 보너스로 덧붙여 놓는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토크쇼에 출연한 윌리엄 샤트너가 부르는 커먼 피플. 데니 크레인 같지가 않다.

2008-04-15

정치적 반목, 정책적 연대

"[여야 전수조사]한나라-대운하, 親李도 39명만 찬성"(경향신문, 2008년 4월 15일)

"[여야 전수조사]민주-한·미FTA, 8명 빼곤 결국 ‘찬성’"(경향신문, 2008년 4월 15일)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한반도 대운하는 박근혜의 화려한 승리와 함께 좌초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책적 쟁점으로 전락한 한·미FTA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총선은 그 과정도 최악이었지만, 그 결과에 있어서도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왜 한나라당이 찬성합니까?"라고 강기갑이 질문하던 그 순간, 이미 한국 사회는 돌아오기 힘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시 지역 출신으로는 천정배 당선자가 사실상 유일하게 반대했다. 결국 18대 국회의 민주당 당선자들 중에서 이념적·가치적으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셈이 가능하다"니, 정말이지 말 다했다.

타인의 글을 읽는 자세

"사실 노정태의 반론에 대해서, 약간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글을 썼다. 그의 글은 "이 모든 건 다 유시민 때문이다."로 요약될 수 있다. 그 견해에 동의하는 면이 없는 바는 아닌데, 결국에 노정태의 글은 이 투표율 하락의 책임도 유시민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단호한 글쓰기'로 진실을 호도하기", How may cuts should I repeat?, 2008년 4월 15일)

내 글에서 과연 저런 내용이 나왔던가? 유시민의 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서 최장집은 탄핵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는 선관위와 헌법재판소를 비판하였지만, 사태가 수습되고 유시민이 민주당을 파국으로 몰아가던 시점부터는 꾸준히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유지해왔다."

"아이추판다님은 "뭘 말아먹었는지 얼마나 말아먹었는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집권여당이 정권말기에 당 간판을 내렸다면 하여간 무엇이든 심각하게 말아먹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라고 하지만, 구 열린우리당이 당 간판을 내리고 아작이 나게 된 것은 노무현 유시민을 비롯한 일부 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이 지역감정의 해소라는 이념적 당위를 위해 정당의 존립 근거를 전부 뒤흔들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그 자체가 노무현 정권이 행정부 차원에서 벌인 실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과 이해찬 등 이른바 '친노' 계열과 정동영을 선두로 하는 신규 당권파들이 기존의 민주당 세력과 분당하면서, 지역적 기반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의석을 갖게 된 '탄돌이'만으로 구성된 정당이 바로 열린우리당이었다. 망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최장집과 총선에 대한 의견들", 노정태의 블로그, 2008년 4월 14일)

'읽힐 수 있다'는 말에 방점을 찍어봐야 소용 없다. 한윤형은 내가 술자리에서 떠든 내용과, 그것을 정련하여 만든 글의 내용이 같으리라는 짐작 하에 제대로 된 독해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구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바꿔 달고 통합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후 선거에서 참패하였고, 그 과정에서 투표율이 바닥을 친 것이 전부 유시민 탓이라고 나는 주장한 바 없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망할 만한 집단이었고, 더욱이 그들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이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그래서 '대안'을 찾지 못한 국민들이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이 글에서 전제하고 있는 18대 총선에 대한 분석이다. 나는 한윤형이 나의 취지를 함부로 축소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열린우리당이나 통합민주당이 자신들의 계급적 지향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게 된 것, 그것도 유시민 때문이라고 내가 말하고 있는가? 노회찬 심상정이 지역구에서 낙선한 것도 유시민 때문이라고 내가 말하고 있는가? 총선 득표율이 50%도 안 되는 것이 유시민 탓이라고 주장하려면, 혹은 그런 주장을 암암리에 전제하려면 적어도 내가 기존에 쓴 글보다 훨씬 더 길고 복잡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글은 "이 모든 건 다 유시민 때문이다."로 요약될 수 있다"고 내 글을 넘겨짚는 모습을 보고, 다소 어이가 없어서 그의 글에 트랙백을 보내기 위해 이 포스트를 작성하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나는 술자리에서 필 받은 김에 하는 소리를 그대로 블로그에서 '의견'으로 제시할만큼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다. 물론 나는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후 "유시민 이 개새끼, 나라 꼴이 이게 뭐야?"라고 소리를 지르긴 했다. 하지만 그걸 '정치적 분석'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정치적인 분석을 담은 글에 고스란히 그 취지를 담고 있으리라고 짐작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