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어서 먹다가 만 건강보조제 말이다. 글루코사민이 됐건 밀크시슬이 됐건 비타민 ABCDEFG가 됐건 오메가 3가 됐건, 그냥 그거. 그게 무기력증에 정말 효과가 있다.
몇 알 먹다가 까먹거나 방치하고 있는 그 알약을,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무기력증이 치료된다. 단, 끝까지 먹어야 한다. 한꺼번에 다 먹어치워도 안 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데’ 싶은 것들이 머릿속에 쌓여 있으면 사람은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너무 사소하고 시시한 일 같아서 안 하게 된다. 안 하면 안 하는 일이 쌓이고, ‘해야지 해야지’가 되어서, 정작 아무것도 못 하도록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므로 ‘사놓고 안 먹는 건강보조제’가 마법의 알약인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고 있으면 우리의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반대로 차근차근 먹어치우면 아주 작고 시시하지만 성취감이 생긴다. 그 성취감이, 특히 요즘처럼 사람들이 하염없이 집에 갇혀 보내는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나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 뭐였더라, 빈 통을 버린 다음 아예 까먹어버려서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사놓고 안 먹던 어떤 무의미한 알약을 매일밤 하나씩 해서 다 먹었다. 그랬더니 문득, 화장실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샀지만 설치 안 하던 수건걸이도 설치했고, 나사못이 빠져 기울어져 있던 천장 등도 5분만에 뚝딱 고쳤다.
이제는 역시 사놓고 안 먹던, 300알 넘게 들어있는 묵직한 종합비타민제를 비우는 중이다. 매일 밤, 자기 전, 하나씩. 이걸 먹고 내 컨디션이 좋아진다면 그것은 비타민의 힘이 아니다. 작지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긍정적인 활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사람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뭐라도 해야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나서 내 경험을 적어보았다.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