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다. 외국 언론은 상대적으로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해외 언론이 한국의 방역에 깜짝 놀라는 진짜 이유는 그러므로, 그 언론이 자리잡고 있는 국가의 방역을 비판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이다.
마치 '엄친아'와 '엄친딸'이 완벽한 존재인 것과 비슷하다. 엄마 친구의 아들 딸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애여서가 아니라, 내 새끼 잘 되라고 혼내기 위해 엄마들은 자기 친구의 아들 딸을 세상 최고의 모범생이자 효자 효녀인 것처럼 칭찬한다.
외국 언론의 기사에서 한국이 바로 그 '옆집 걔'다. 외국 언론은 우리가 실제로 어떤 나라인지 진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실제로 진심어린 예찬을 보내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국 언론은 왜 이렇게 '해외 언론이 한국 방역에 깜짝 놀라 엄지척을 했다'에 집착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 대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런 문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취재하는 대신, '국뽕팔이'에 도움이 될 요소들을 긁어서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언론에 소개되는 '해외 언론의 찬사'를 보면, 한국 언론의 수준에 화가 난다.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견인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러나 지금 언론이 하는 짓들은 어떤가. 국민을 '나랏님의 멋진 모습' 앞에 따봉 날리는 청맹과니 박수부대로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해외 언론이 한국의 방역에 깜짝 놀라' 같은 저질 기사가 계속 나오는 한,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 반면, 그 나라의 주요 언론을 아무리 뒤져도 한국처럼 이 와중에 이런 재앙을 소재로 국뽕팔이를 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다.
단적인 비교를 해보자. 뉴욕타임스에 '세계가 깜짝 놀라는 미국의 COVID-19 검사 속도' 같은 기사가 나오나? 안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뉴욕타임스'를 지향한다는 수많은 진보 언론은 그딴 기사를 하루가 멀다하고 내보낸다. 그 정도면 모를까, '미국인들은 사재기를 한다네요 우리는 안 하는데~' 같은, 불과 한 달 전의 현실을 까맣게 잊은 듯한 국뽕 기사도 최근 쏟아져 나왔다.
이게 우리의 수준이고,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가 칭찬하는 한국'을 여태까지도 찾아 헤매는, 이 와중에도 그러고 있는, 그게 바로 우리 언론의 수준이고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되려면 멀었다. 그런 면에서라면, 사회 엘리트의 건강한 정신과 판단과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