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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기에

일제시대에 대해 사람들이 잘 말하지 않는 진실 중 하나. 독립운동한다고 도둑질, 강도질하는 자들, 또 반대로 도둑질이나 강도질하다 붙잡혀놓고 독립운동 한다고 둘러대는 범죄자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고,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칼 든 강도가 독립운동가 행세를 하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독립운동가를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안다고 해도 옹호하기 싫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제아무리 좋은 대의를 갖다 대더라도 인간 세상에서는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그 중 정말 어기면 안되는 것은 이미 다 형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횡령 같은 것이 그렇다. 설령 전쟁중이어도 전투의 일부로서 벌어지는 인명 손실이 아닌 살인은 처벌받는다. 그래야 인간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의연 앞에 판단 중지'를 외친 한 기자 칼럼을 본 후, 구역질나는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바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하여 진정한 진보 운동의 출현과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칼럼을 쓰는 사람, 이런 글에 동의하는 사람, 당신들이 소위 '적폐'와 다를 게 무엇인가.

2020-03-25

유발 하라리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찬양하지 않았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를 하긴 했다. 하지만 한국'만'을 논한 것도 아니고, 예찬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유발 하라리가 Financial Times에 기고한 칼럼 중 한국이 등장하는 대목을 직접 읽어보자.

Asking people to choose between privacy and health is, in fact, the very root of the problem. Because this is a false choice. We can and should enjoy both privacy and health. We can choose to protect our health and stop the coronavirus epidemic not by instituting totalitarian surveillance regimes, but rather by empowering citizens. In recent weeks, some of the most successful efforts to contain the coronavirus epidemic were orchestrated by South Korea, Taiwan and Singapore. While these countries have made some use of tracking applications, they have relied far more on extensive testing, on honest reporting, and on the willing co-operation of a well-informed public.

“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 | Free to read”, Financial Times, 2020년 3월 20일. https://www.ft.com/content/19d90308-6858-11ea-a3c9-1fe6fedcca75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공히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 세 나라 모두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국민들의 동선을 추적하였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대륙 중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훨씬 인권을 존중하며 검역 및 격리 절차 등을 수행하므로, ‘상대적’으로 낫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내용을 한국 언론은 이런 식으로 번역하여 전달하고 있다.

반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들의 협조로 감염 확산을 저지한 성공적인 사례로는 한국을 들었다. 하라리 교수는 “한국은 일부 접촉자 추적시스템을 이용하긴 했지만, 광범위한 검사와 투명한 보고, 정보를 잘 습득한 대중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박형기, 박혜연, 박병진, “유발 하라리-폴 크루그먼 등 세계적 석학 “한국 배워라””, 뉴스1, 2020년 3월 22일. https://news.v.daum.net/v/20200322120107853

이것은 의도적인 왜곡 보도의 사례로 기록되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한국인들의 국뽕을 충족시켜주며 밥벌이를 하는 ‘영국남자’ 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왜 우리의 언론은 멀쩡한 한 사람의 학자를 한국에서 국뽕 장사하는 외국인 유튜버 수준으로 전락시키는가.

통탄할 노릇이다. 이번 COVID-19 감염증 사태로 인해, 한국 언론의 수준이 점점 더 깊게 곪아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2020-03-24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배우는 이유

배울 게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코로나 대응’에서 배울 게 없는 나라도 있다.

대만, 뉴질랜드 등이 그렇다. 초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고, 귀국하는 자국민의 건강 관리와 동선 추적을 제대로 해낸 그 나라들은, 미국이나 유럽 입장에서 볼 때 배울 게 없다. 걸리지도 않은 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지금처럼 100명 넘는 사망자에 8천여 명의 감염자가 나오도록 사태를 키우지 않았다면, ‘세계가 보고 배우는’ COVID-19 대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것이다.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는 것. 돌아가야 할 사회 기반이 제대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지켜주는 것.

반대로 기업은 없는 문제도 만들어서 해결책을 팔아먹는 집단이다. 멀쩡히 다들 3.5파이 이어폰 잘 쓰고 있는데, 애플에서 ‘유선 이어폰은 적폐다’라고 손가락질하더니, 이어폰 구멍을 없애고 ‘혁신적’인 에어팟을 팔아먹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한국 정부의 COVID-19 대응은, 국가로서 수준 미달이다. 없어도 되는 문제를 키우거나, 문제가 커지도록 방치한 후, 허둥지둥 처리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걸 외국에서 참고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정말 좋은 나라, 국민을 진정 보호하는 나라는, 그런 문제가 아예 생기도록 하지 않는 나라다. 대만이나 뉴질랜드처럼.

2020-03-21

해외 언론이 한국의 방역에 깜짝 놀라는 진짜 이유

간단하다. 외국 언론은 상대적으로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해외 언론이 한국의 방역에 깜짝 놀라는 진짜 이유는 그러므로, 그 언론이 자리잡고 있는 국가의 방역을 비판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이다.

마치 '엄친아'와 '엄친딸'이 완벽한 존재인 것과 비슷하다. 엄마 친구의 아들 딸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애여서가 아니라, 내 새끼 잘 되라고 혼내기 위해 엄마들은 자기 친구의 아들 딸을 세상 최고의 모범생이자 효자 효녀인 것처럼 칭찬한다.

외국 언론의 기사에서 한국이 바로 그 '옆집 걔'다. 외국 언론은 우리가 실제로 어떤 나라인지 진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실제로 진심어린 예찬을 보내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국 언론은 왜 이렇게 '해외 언론이 한국 방역에 깜짝 놀라 엄지척을 했다'에 집착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 대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런 문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취재하는 대신, '국뽕팔이'에 도움이 될 요소들을 긁어서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언론에 소개되는 '해외 언론의 찬사'를 보면, 한국 언론의 수준에 화가 난다.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견인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러나 지금 언론이 하는 짓들은 어떤가. 국민을 '나랏님의 멋진 모습' 앞에 따봉 날리는 청맹과니 박수부대로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해외 언론이 한국의 방역에 깜짝 놀라' 같은 저질 기사가 계속 나오는 한,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 반면, 그 나라의 주요 언론을 아무리 뒤져도 한국처럼 이 와중에 이런 재앙을 소재로 국뽕팔이를 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다.

단적인 비교를 해보자. 뉴욕타임스에 '세계가 깜짝 놀라는 미국의 COVID-19 검사 속도' 같은 기사가 나오나? 안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뉴욕타임스'를 지향한다는 수많은 진보 언론은 그딴 기사를 하루가 멀다하고 내보낸다. 그 정도면 모를까, '미국인들은 사재기를 한다네요 우리는 안 하는데~' 같은, 불과 한 달 전의 현실을 까맣게 잊은 듯한 국뽕 기사도 최근 쏟아져 나왔다.

이게 우리의 수준이고,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가 칭찬하는 한국'을 여태까지도 찾아 헤매는, 이 와중에도 그러고 있는, 그게 바로 우리 언론의 수준이고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되려면 멀었다. 그런 면에서라면, 사회 엘리트의 건강한 정신과 판단과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