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이 통으로 전세 내어 쓰는 기차에서 앞자리에 발 올린 게 그렇게까지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일인가? 시트가 좀 더러워졌다 한들 적당히 털고 가면 될 일 아닌가?
또 마찬가지로, 어떤 술집을 전세 내듯이 해서 온 단체 손님들이, 술 마시다가 담배를 피운 게 그렇게까지 욕 먹을 일인가? 그것도 불판에 고기 굽는 집이라면 어차피 계속 환기해야 하는데 담배연기가 그렇게 대수인가?
물론 현행법상 실내 흡연은 과태로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그게 검사를 사칭하고, 음주운전하고, 자신의 친족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시장 권한으로 특정 업체에 아파트 개발 이익을 몰아준 것과 같은 급은 아니지 않은가?
윤석열이 기차에 발 올린 사진을 보자마자 '빨리 사과하고 털고 지나가자'고 하는 것은 타당한 판단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냐 권위의식 쩐다'는 식으로까지 나가는 것은 좀 이상해보인다. 좁은 기찻간에서, 주변인들이 익스큐즈 한다면, 그 정도 발 뻗는 것도 안 되는 일인가.
나는 만성 비염 환자다. 가급적이면 마스크를 안 쓰는 게 내 건강에 유익하다. 그래서 나는 실외에서 근처에 사람이 없으면, 특히 밤이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의 밤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 상당수 혹은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서. 이건 코로나 예방이라는 목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세하게나마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사람들이 왜들 이러는 걸까? 윤석열의 기찻간 발 올리기 논란, 그에 맞불이라고 제시된 이재명 담배 짤방 등을 놓고 보니, 이해가 간다.
한국에 만연한 것은 '갑(甲)질'만이 아닌 것이다. 모두가 서로를 향해 눈을 홉뜨고 감시하는 '캅(cop)질'도 일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범죄, 특히 권력 가진 자의 권력형 범죄는 '우리편'이라고 잘도 봐주면서, 막상 기껏해야 경범죄에 지나지 않을 무언가는 아주 죽어라고 잡아 족치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기찻간에 발 올린 적 없다. 고속버스에서도 그런 짓 하지 않는다. 의자도 뒤로 젖히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서 가는 성격이다. 담배는 애초에 피우지도 않는다. 그런 짓을 옹호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또한 이 글을 이재명 쉴드 치는 것으로 읽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오독하고 화내는 리플을 솔직히 보고 싶지 않고, 지겹다. 지우던가 가리던가 해버릴 예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가 진정 '자유주의'에 입각한 사회를 원한다면, 중범죄와 경범죄를 구분해야 한다. 중범죄는 확실히 잡고, 경범죄는 시민들끼리 서로 가볍게 훈계 계도하거나 그냥 봐주기도 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갑질'과 '캅질'이 횡횡해서야 '사람 사는 세상'은 커녕 '법치국가'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