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곧잘 했지만 학교는 끔찍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부조리하기 때문이었다.
시시덕거리고 떠들고 도시락을 까먹고, 때로는 바지를 내린 후 그 위로 체육복을 덮고 자위를 하는 그런 놈들의 그런 잘못 때문에, 모든 학생이 매를 맞는 시스템이 싫었다.
'한 사람의 잘못은 모두의 잘못'이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폭언을 내뱉는 선생들이 싫었다.
개별적인 잘못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처벌하며 교정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과 게으름을, 모든 학생들에 대한 체벌로 퉁쳐버리는 그 부조리가 너무도 싫었다.
배재고 야구부 6개월 출전 정지는 바로 그런 짓이다.
소위 '인권 감수성'이 좀 있다는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진저리를 쳤을 '단체기합'의 부조리 그 자체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를 선창했던 누군가, 그리고 따라했던 누군가, 말리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
그들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잡아내지는 못할 망정, 몇 시간 대충 조사해놓고 '팀 전체 6개월 출전 정지'를 때리는 건, 군사독재 시절 혹은 그 잔재가 남아 있던 교실에서 벌어지던 단체기합이라는 이름의 폭력과 똑같다.
나는 '스타벅스 가야지'가 표현의 자유로 옹호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가 개인을 억압할 때 꺼내야 할 이야기이며, 야구선수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쇼비즈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그 업계가 요구하는 스탠다드가 그렇다면 맞출 필요가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배재고 야구부 전체에 대한 6개월 정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은, 몇몇 사람들, 아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권'의 이름으로 '단체기합'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젊고 건강하고 명랑하기까지 한 '신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학창시절에 그렇게 증오하던, 담배피는 양아치 새끼와 교실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범생이를 모두 운동장에 집합시키고 백 바퀴씩 구보를 뛰게 하던, 불콰한 얼굴로 술냄새를 풍기던 교련 선생이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서태지 같은 문화적 반항아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당신들은 서태지의 노래에 삐 소리 나게 검열을 하던 바로 그 구시대의 기득권들이다.
나는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 인권을 존중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모순에 빠져 있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들도 알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소싯적에 그렇게 역겨워하던 그 배나온 기득권, '저 애새끼들 저거 확 조져서 눈깔을 못 들게 해야 해'라고 히죽거리던 그런 개저씨들, 당신들은 바로 그런 존재가 되어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단체기합을 옹호하는 사람들이라니, 정말 살다살다 별 꼴을 다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배재고 야구부의 특정 학생은 징계를 받을만한 짓을 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PL 선수라면 무릎 꿇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배재고 야구부'가, 사실상 폐부당한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의 '집단 징계'를 받는 것은, 글쎄?
그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어디어디 지역 출신은 안돼'라고 하던 바로 그 꼰대들과, 똑같다. 게으른 집단 처벌 논리다.
역겨운 기득권이 되는 것이 당신들의 인생 목표였다면,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