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민주정권의 ‘좀스럽고 민망한’ 권위주의 5년[朝鮮칼럼 The Column]
소위 ‘깨시민’ 덩달아 위세… 尹은 진정한 권위 누리길
권위주의와 권위는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떠올려볼 수 있다. 권위주의와 자존심은 남들이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굽실거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면 권위와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미국만 그런 건 아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 부르며 방송과 출판 등에서 대통령을 풍자하는 걸 기꺼이 허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농담인 ‘YS 시리즈’까지 나왔지만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비춘 적이 없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그 뒤를 이은 대통령들 역시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권위주의를 내려놓는 것, 국민들이 자신을 비웃고 조롱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렇게 권위를 확인하는 것과 같았다.
이 공식이 달라진 건 문재인 대통령 이후다. 문재인 정권의 여러 잘못 중, 문화적 영역에서 남긴 가장 큰 해악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위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1983년에 태어나 모든 대통령 선거와 그 후의 분위기를 경험했던 필자로서,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렇게까지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적은 없었다.
문재인 본인부터가 문제다. “북조선의 개 한국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지를 만들고 뿌렸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일개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현직 대통령이 시민을 고소하는 것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그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안을 두고 문재인 본인이 부끄러워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 후로도 잊을 만하면 ‘격노’를 일삼더니, 퇴임을 앞두고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제목의 책까지 냈다.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권위주의를 의인화하면 바로 이런 캐릭터가 될 듯하다.
대통령 스스로가 이렇다보니 지지자들의 행태는 한층 더 저열해졌다. 자칭 ‘깨어있는 시민’들이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대감댁 행랑채의 왈짜들처럼 떠세를 부려댔다. 정권을 향한 비판, 풍자, 농담에 대고 “대통령님이 네 친구냐?”며 시비를 걸고 다녔다. 크리스 록의 조크를 듣고 웃다가 제이다 핑킷의 눈치를 보더니 무대에 올라가 뺨을 때린 윌 스미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커녕, ‘아무도 웃을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중이다. 새 대통령 윤석열은 자칭 민주정권의 비민주적인 권위주의를 확실히 털어내주기를, 국민 속에서 진정한 권위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