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30

존 로크의 의도된 비효율적 인덱싱

Commonplacing, commonplace book, 뭐 그런 게 있다.
한국말로는 어떻게 번역해도 어색하다.
사전에서는 '비망록'이라고 하던데,
현대 한국어에서 비망록이라고 하면
'지워지지 않는 스무살의 비망록'
뭐 이런 뉘앙스를 많이 갖게 되었는지라...

아무튼 그런 게 있다.
대충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
인덱스 카드를 이용한 정보 관리 방법이 발전하기 전까지
두루 널리 쓰였던 지식 수집과 연구 방법론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노트를 마련해놓고
본인이 관심있게 읽은 내용들을 옮겨 적는 것이다.
'블로그 펌질'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블로그에 펌질을 많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정리하느냐, 그리고 그 정리한 내용을
언제 어떻게 적절하게 찾아 보느냐다.

나도 이것저것 많이 메모해놓고 까먹는 사람이기에
(다들 그렇지 않나요? 네?)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만큼이나
내가 모아놓은 것을 '재발견'하는 방법을 많이 탐색중이다.

(지난번에 올렸던 '구글 드라이브 랜덤 파일 읽기' 같은 게 대표적이다.
랜덤하게 뭐가 보이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찾다 찾다 흥미로운 게시물을 하나 접했다.
"John Locke’s Method of Organizing Common Place Books".
https://fs.blog/john-locke-common-place-book/
말 그대로 존 로크가 어떻게 비망록을 작성하고 분류했느냐 하는 것.

그 방법이 매우 희한해서 남들에게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1)수집한 텍스트에서 표제어(head)를 골라낸다.
2)표제어의 첫 글자와 뒤따라오는 첫 모음을 적는다.
가령 Head라면 h e, place라면 p a 가 된다.
3)그런 기준으로 항목 인덱스를 만든다.

이런 식으로 인덱싱을 하면 어떻게 될까?
전혀 상관 없는 단어들이 인덱스에서 맞붙게 된다.

가령 chair 와 castle을 떠올려 보자.
별 상관 없는 개념이지만 로크 스타일로 정리하면
둘 다 c a 이므로 인덱스에서 사이좋게 같은 칸이다.

이 혼란은 의도된 것이다.
어떤 단어를 찾아보려다가 엉뚱한 단어를 만나기 위해.
창조적 사고를 위한 도구를 만들어낸 아주 인상적인 기법이어서
미칠듯이 덥다가 비가 쏟아진 지금 한번 공유해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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