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 종사자들도 분명히 SNS를 할 것이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이, 열심히들 하고 있을 것인데, 왜 이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불러모은 '돈카 2014' 돈가스집, 일명 '포방터 돈가스'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론의 소개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2018년 12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돈가스 하나 먹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은 남들 보기엔 ‘쓸데없는 짓’ ‘실없는 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9시간 이상 줄을 서서 돈가스 한 그릇을 먹는 ‘노력의 과잉투자’를 이들은 다 기꺼이 하고 있었다. 트렌트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소확행’을 꼽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겐 ‘소확행’이 ‘지구를 지키는 일’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돈가스 집 앞의 긴 행렬은 증명하고 있었다.
이 문단에서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시피 거기 기다리며 줄을 서는 이들에게 이 돈가스집에서 돈가스를 먹는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그렇다면 '소확행'이라는 말에 현상을 끼워맞추기보다, 왜 이들에게는 돈가스 하나 먹는 게 이토록 중요한 일이 되었는지 이유를 따져 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인은 단순하다.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처럼 불특정다수에게 전시하는 종류의 SNS를 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이나 기타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SNS를 누구나 다 하는 세상이다. '야, 나 그 유명한 백종원 포방터 돈가스 먹고 왔다'고 한마디 하면서 인증하고 싶은 바로 그 욕망이 이런 고난의 행군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인증하고, 그리하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절벽이라던가 폭포라던가 하는 곳에서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려다가 목숨을 잃거나 위험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온다. 또래집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청소년들은 별별 행동을 다 하고, 어른들 역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소비를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잘 타지도 못하는 산을 굳이 올라가서 셀카를 찍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는 중년들이나, 포방터 돈가스집에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인증샷을 올리는 청년들이나, 인증의 행복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언론이 사회 현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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