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야바위 게임>. 원제는 Rigging the Game입니다. 영어 단어 Rig의 어감을 어떻게 살릴까 하다가 일단 가제를 달았는데, 출판사측에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슈월비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가령 앤서니 기든스처럼 학술적인 영역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슈퍼스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교수,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야바위 게임>은 미국의 10여개 대학에서 불평등과 관련한 사회학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번역을 위해 책을 꼼꼼히 읽어보니 잘 알겠더군요. 오랜 세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갈고 닦아온 방법론과 화법이 촘촘히 배어들어가 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을 학생들에게 단번에 느끼게끔 하기 위해, 10명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어 종이접시를 나눠주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상위 10%가 종이접시 열 개 가운데 일곱 개 이상을 차지해버리는 모습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면 학생들로서는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렇게 학생들의 이목을 잡아챈 후, 수업이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마이클 슈월비는 간단한 사례나 우화를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곤 했나봅니다. <야바위 게임>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덕분에 학생 뿐 아니라 번역자 역시 틈틈이 쉬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닙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의 내용에 백퍼센트 동의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불평등은 제도와 차별, 약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창출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히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상대로, 주로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에 대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현재로서는 <야바위 게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블로그에 소개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