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내가 사랑하는 본이란 도시에는 너무나 많은 도서관이 있다. 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학도서관이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립도서관은 도처에 널려 있다. 달력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미진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참고도서를 찾으면 어김없이 도서관에 있었다. 수메르와 로마의 달력에 관하여 1800년대에 출판된 책들이 글자체만 현대적으로 바뀌어 재출간된 것을 비롯하여 달력에 관한 수십 종의 책을 동네의 조그만 시립도서관이 갖추고 있는 것이다. 본에 없는 책은 사서에게 부탁을 하면 다른 도시에서라도 구해서 가져다 주었다. 생태생화학을 연구하는 필자가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달력'에 관한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독일의 우수한 도서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책이 나오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본의 도서관에 감사의 말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이정모, 『달력과 권력』(서울: 부키, 2015), 초판 2001. 6쪽.
내가 아래와 같은 트윗을 올리자 '인터넷에서 논문 찾아보는 법 모르시나 봅니다'라고 빈정거리던 자들이 있었는데, 나는 위에 인용한 문단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록 삼아 남겨둔다.
도서관에서 스스로를 방목해보면 알 수 있어요. '교과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공부'를 하려고 해도 그만큼 충분한 문헌이 쌓여있지 않다는 것을. 학문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건너왔고 다 번역도 안 된 나라에서 공부를 하려면, 교과서부터 파야 합니다.
— JeongtaeRoh (@JeongtaeRoh) December 18, 2015
학부 시절 한 교수님의 말. '독일에서는 학문을 하는 게 수영장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배우는 건데, 한국에서는 남이 수영하는 비디오를 보면서 자세를 잡아보는 수준밖에 안 된다.' 창의성 타령만 하지 말고 도서관에 가봐요 좀... 책이 없음 책이...
— JeongtaeRoh (@JeongtaeRoh) December 18, 2015
한국에서 해당 대학 도서관밖에 이용할 수 없는 학부생이, 단기간에 노력으로 시험범위 내에서 (많은 경우 유학을 다녀온) 교수보다 더 폭넓은 문헌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해낼 수 있나? 학생의 능력 이전에 책과 논문이 없다니까.
— JeongtaeRoh (@JeongtaeRoh) December 1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