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오미 클라인이 콜버트 레포트에 출연했다. 단련된 말빨이 있어서인지 호락호락하게 휘둘리지 않는 모습이다. 제법 이른 시점에 출연했던 폴 크루그먼이 쩔쩔맸고, 나중에 나온 도킨스도 표정 관리하느라 애먹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정말이지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외수와 황석영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사실이 문득 기억난다. 물론 그 각각의 방영분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으므로, 언급은 자제한다.
4분 넘어설 시점에 스티븐 콜버트가 던지는 질문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결국 어떤 주식을 사라는 거죠?' 나오미 클라인을 몰아붙이기 위해 꺼내들었지만, 어떤 면에서 진실의 일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얼마 전까지 주식 호황을 타고 '자산을 통한 재산 증식'의 맛을 본 것은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다.
20대의 보수화가 더욱 심해진 배경에도 이런 것이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집이나 땅을 살 정도까지는 일단 돈을 '모아야' 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첫 월급을 타자마자 바로 펀드에 가입하고 수익률을 비교하며 CMA 통장을 발급받은 후 40대가 되기 전에 몇 억을 '먹을지' 고민했다. 적금과 펀드의 차이는 수익률에만 있는 게 아니다.
2.
뉴욕타임즈는 'Class Matters'라는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사회 내의 계층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미국 사회의 계층 분리가 희박해졌다는 최근의 발상은 헛된 꿈이며, 고소득층에서는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넓어지고 있지만 소득을 통한 계층 분화는 한층 더 공고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 내에서의 계층 분화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나로서는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뉴욕타임즈가 플래시로 만들어놓은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내용을 읽기에 앞서서 일단 부러움이 앞선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저서들을 보면 각주의 절반 이상이 신문, 잡지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매체에 대한 신뢰도, 정보의 질과 양이 사회적 담론의 수준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3.
로버트 라이히는 최근 블로그에서 "Early Boomers and the Economic Mess"라는 포스트를 통해, 자신이 속해 있는 이른 베이비 붐 세대가 전후 공백의 이점을 다 누렸고, 싼 값에 집을 샀으며, 뒤이어 성장하는 세대들의 수요 확대로 인한 집값 상승의 단맛을 톡톡히 봤으며, 심지어는 주식시장에도 값이 뛰기 전에 뛰어들어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55세 이상의 그들은 바로 지금, 미국을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부시가 방한하던 날 택시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이렇게 말했다. '58년 개띠들이 다 죽고 나면 집값은 떨어질 겁니다.' 58년 개띠들이 말하자면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될 것이다. 로버트 라이히와는 달리 그 택시기사는 집값이 떨어져 50대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50대가 죽고 난 다음에야 집값이 빠지고 거품이 걷힐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현재 국면에 비추어보면, 참으로 낙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라이히의 한탄은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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