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스님이 지적해주신 글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중국과 인도의 육식 상승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세계식량농업기구의 2009년 보고서(PDF)를
인용한 나야스님은 "중국인들은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59.5kg의 육류와 23.2kg의 우유, 20.2kg의 계란을
섭취하였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세 품목 각각 48.9kg/26.8kg/9.9kg을 소비하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PDF
파일의 135-139페이지에 등장하는 표에 바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문제는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세 품목 각각
48.9kg/26.8kg/9.9kg을 소비하였"다는 것을 확인한 나야스님이 중국인들은 "이미 더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국인만큼" 고기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 소비량만을 놓고 보면 2005년 현재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인들이 한국인보다 약간의 육류를 더 소비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안의 본질과는 큰 관련이 없다.
중국의 육류 소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본토'와 그 외의 다른
지역을 우선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중국요리는 한국과 달리 동물성 지방, 특히 돼지기름을 많이 사용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육류
첨가가 많기 때문이다. 2005년 기준으로 볼 때 중국 본토에서는 1인당 고기를 59.5킬로그램, 우유를 23.2킬로그램, 달걀을
20.2킬로그램 소비하였다. 반면 홍콩에서는 각각을 무려 134.2킬로그램, 58.2킬로그램, 11.6킬로그램 소비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외 다른 중화권과 비교해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달걀을 제외한 다른 육류의 소비에서 중국 본토는
대만, 마카오, 홍콩의 소비량에 미치지 못한다.
동시에 중국 본토의 육류 소비량이 1995년 기준 1인당 38.2
킬로그램에서 2005년 기준 59.5킬로그램으로 성장한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매년 4.5퍼센트씩 성장하여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육류 섭취 증가를 이루어낸 것이다. 하지만 앞서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경제성장을 충분히 이룬 다른 중화권과
비교했을 때, 중국인들의 육류 섭취는 (비록 그것이 현재의 한국보다 많다고 해도) 아직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고기만 놓고 보면 38.1 킬로그램에서 48.9 킬로그램으로 그리 큰 변화가 없다. 이것은 한국인들의 육류 섭취량이
어느 정도 안정세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유와 달걀의 섭취량 증가 역시 그리 괄목할만한 수준이
아니며, 이것은 한국이 양적 경제성장을 달성한 후 이른바 '웰빙'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자료만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한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 및 식생활의 패턴이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표에서 인도의 경우를 살펴보자. 138페이지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표에서, 인도의 육류
소비는 인상적인 한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인도인들은 고기와 달걀 모두를 거의 먹지 않으며, 다만 우유만을 집중적으로 마신다.
1995년 기준으로 1인당 우유 소비량은 57.7킬로그램인데, 2005년에는 그것이 69.5킬로그램으로 증가하였다. 아무튼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고 있다.
대신 인도에서는 닭과 오리 종류의 육류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물론 닭은
대단히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며 오리 역시 그와 비슷하겠지만, 인도인들이라고 해서 '모든 육류'를 안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47만 8천 톤이었지만 2001년이 되면 그 수치는 140만
톤으로 늘었다. 나머지 육류 소비가 제자리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매년 20퍼센트씩 상승하는 닭고기 소비 증가에 힘입어 인도의 육류 소비는 1995년 이후 매년 4.8퍼센트 가량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출처: "Indian Meat Consumption", Free wheeling
1995
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에서 매년 4% 가량 육류 소비가 증가한 결과 10년만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육류 소비를 보이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를 키우지만 숭배하기 때문에 잡아먹지 않는 인도라고 해서 사정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고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식용으로 소를 키우는 과정이 가장 많이 비판받고 있으며 닭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17억 인구가 먹기 시작한다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를 완전히
동일선상에 놓고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는 중국에 비해 지금도 훨씬 덜 육류를 섭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계 인구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나라에서 이토록 빠른 속도로 육류 섭취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긴장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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