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런 발상을 어떻게 떠올렸고 왜 추진하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사병 인권 문제는 이전에 비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군대는 군인들의 부모 입장에서 '무사히 갔다 오기만 하면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훈련소에서 똥을 먹이는 것 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어지간한 군대 내부의 문제 등에 대해 굳이 부모들이 날을 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부모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자녀들이 보복적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자녀의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부모들은 자녀의 군생활 그 자체에 대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물론 아주 힘있고 돈있는 집에서는 군대에 자녀를 아예 보내지 않겠지만, 핵심은 어중간한 중산층 자녀들과 그들의 장래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부모들이다. 그런 부모들이 자녀들의 군생활에 직접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군대등급제 자체를 찬성한다는 말은 아니다. 애초에 저런 발상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국민에게 왜
국가가 등급을 매기고 그것을 사기업에 제공하기까지 하는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적 결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낳을
또 다른 효과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군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사병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군대등급제는 본의 아니게 바로 그 지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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