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2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 사건의 경우 '이 일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겁을 주는 일이, 두 방향 모두에서 가능하다.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악성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제보를 받고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경찰과 선관위, 기자들이 급습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정보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찰', 혹은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이 언제든지 당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그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집에서 익명으로 악성댓글을 달고 있다고 해서 경찰이 문을 따고 쳐들어오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편다.

스스로를 어떤 주체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입장은 갈라진다. 자신을 여당 혹은 현 정부의 대립하는 '야당적 주체'로 바라본다면 국가정보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매우 경악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공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한 '개인으로서의 시민'으로 본다면, 고작 인터넷에서 악성댓글을 단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집에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 사건이 지리멸렬하게 전개되면서 정치적으로 악영향 혹은 반작용만을 불러일으킬 경우, 두 가지 차원에서의 우려가 동시에 현실화될 수도 있다. 요컨대 현재의 '야권'은 계속 검찰과 국정원 등으로부터 '탄압'을 받으면서, 그와 정비례해서 시민적 자유에 대한 침해도 커지는 것 말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벌이는 언론플레이의 수준과 사건의 전개 과정을 놓고 볼 때, 사태는 더욱 비관적이기만 하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이 당신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도록 되어가는 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