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월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새 정부가 야심차게 구상한 부처 개편도 이루어졌고, 4월9일 현재 아직 해양수산부 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긴 하지만 대략 인선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장관 인사가 끝나면 그 아래로 줄줄이 인사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고 비로소 마비 상태였던 국정 업무가 수행될 수 있을 터다.
이중국적 문제로 낙마한 김종훈 후보자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아무튼 독특한 논점을 제시했다. 그와 달리 다른 경우는 너무도 일상적이고 그만큼 지리멸렬한 소재들로 검증받았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의무 이행 여부, 논문 대필, 법인카드 유용 등이 그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넣고 필터링을 해보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무려 장·차관급 7명이 통과하지 못했다.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을 놓고 봐도, 그것은 그들이 절대적으로 깨끗해서가 아니라, 그저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수준이기에 용인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놓는 핑계에 우리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것은 당시의 관행이었다고. 돈이 생기면 지방에 땅을 사는 것, 그것은 관행이었다고. 실소유자인 본인이 아니라 미성년자인 자녀의 이름으로 땅을 사는 것 역시, 내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 관행이었다고. 그렇게 가갸거겨를 배우기도 전에 땅부자가 되어 있던 아들이 병역 면제를 받도록 슬쩍 힘을 쓰는 것 역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관행대로 한 것뿐이라고.
이토록 인간적인 핑계 앞에서 그저 할 말을 잃고 분노하지 말고, 그 내면의 논리를 잘 살펴보자. 아마도 저 해명의 방식은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것이면서, 동시에 가장 진실한 답변일 것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 다들 그렇게 해왔던 것이니만큼 내가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다양한 사례에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 그냥 하던 대로 집 앞 차도를 무단횡단하고, 카드로 계산하면 6500원인 백반집에서 현금으로 6000원만 내는 그런 사소한 탈세를 한다. 그 상황에서 국세청 직원에게 붙들리면 아마 나나 당신도 거의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여기서는 다들 이러는데, 이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전에 없이 수많은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그들이 모두 하나같이 오늘날의 도덕성에는 맞지 않음이 드러났으며, 그 이유를 과거의 관행에서 찾고 있는 이 모습에서 ‘박근혜 정부의 부도덕성’을 탓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법과 도덕이 21세기의 현 시점에 부합할 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들이 당시 관행대로 위장전입을 하고, 탈세를 하며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해온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다 그렇게 했다고 치자. 그런데 오늘날 도덕적 기준이 바뀌었다면, 그것에 대해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지 ‘낙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후보자들뿐 아니라 당시의 관행에 편승한 모든 사람들이 이토록 쉽게 면죄부를 받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관행대로 했다는 개인들을 불러놓고 면박을 주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봐야, 관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공직에 나서서 검증당하는 과정을 회피할 유인동기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때는 다들 그랬다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지금 이 시절이 최소한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그렇게 만들어진 재산에 대해 조금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식으로 눈에 띄는 사람들만 비난하고 지탄하는 방식으로는 관행을 이겨낼 수 없다. 단호하고 적극적인 부동산 세제 개혁이 해법일지 모른다.
입력 : 2013.04.09 21: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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