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7

[북리뷰]보수·진보의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

[북리뷰]보수·진보의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지음·왕수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9000원

선거가 끝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은 선전했다. 한편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이라는 두 자리를 놓치면서 야권 내에서는 책임 소재를 묻고 따지는 분위기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 그렇다. 같은 정당의 다른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들, 다른 정당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야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 실패의 원인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 삿대질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바깥을 향하기도 한다. ‘아니 어떻게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도덕적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자기 집값 올려주면 장땡인 거야?’ 같은 분노의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는 말이다.

요컨대 2014년의 우리에게는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도덕성의 유무 혹은 강약으로 치환하는 화법이 매우 익숙하게 통용되고 있다. 나와 다른 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은 그가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이 서평을 읽는 독자 중에도 최소한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누리당 같은 ‘친일 독재 수구 꼴통’ 정당에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반대로 굳건한 새누리당 지지자들 가운데에는 야권 지지자들을 ‘어리고 싸가지 없는 것들’로 치부하는 이들이 적지않은 현실이다. 한편 민주당 계열의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진보정당 지지자들을 ‘분열주의자, 새누리당 2중대’로 치부하기도 하며, 진보정당에 한 표를 던지는 이들은 민주당 계열 지지자들을 또 나름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모든 갈등의 골은 매우 깊으며,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상대방을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고 설득하려는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심지어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심판 소송에 걸려 있던 탓에 이른바 ‘야권연대’마저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상대방을 설득하기보다는 그저 ‘단일화’로, 표와 표를 합치자는 계산만 횡행했을 따름이다. 우리는 정치적 지지의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완전히 다른 도덕적 사고방식을 가진, 혹은 비도덕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일에 너무도 익숙한 채 21세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2012년의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지만 <바른 마음>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도 바로 이와 같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이 낙태, 동성애 등의 사안을 따라 크게 불거지고 있는 미국에서 ‘리버럴’과 ‘보수’는 상호 대화의 가능성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 수준이다. ‘리버럴’이 볼 때 ‘보수’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생명권을 들먹이며 산모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가부장주의자들이다. ‘보수’는 ‘리버럴’을 인간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는 재수없는 먹물들로 본다.

이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물경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조너선 하이트는 이렇게 주장한다. 상대방을 괴물로 취급하지 말라고. 다만 그들은 나와는 다른 방식에서 나름의 ‘도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먼저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고. 주제는 간명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연구 및 사례로 뒷받침되고 있다. ‘수구 꼴통’들은 도저히 답이 없다고, 저 ‘싸가지 없는’ 진보는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뒤적여보기 바란다.

<노정태 ‘논객시대’ 저자/번역가>

2014.06.17ㅣ주간경향 1080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406101410091&code=116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