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9

[북리뷰] 미셸 우엘벡이 말하지 않은 것들

복종
미셸 우엘벡, 문학동네, 1만4500원

지난 1월 7일, 파리에 위치한 풍자 신문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실이 공격당했다. 그 상처가 아물어가나 싶었던 11월 13일 다시금 대형 총기 난사 및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1월의 파리 테러에서는 총 132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을 당했다.

샤를리 에브도 습격 사건이 벌어지던 날, 미셸 우엘벡의 <복종>이 현지에서 출간되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우엘벡의 친구 한 사람이 당일 IS의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한다. 샤를리 에브도 습격은 세계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혹은, 더 큰 분기점이 될 이번 파리 테러의 전주곡과도 같다. 그 충격 속에서 우리는 일단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2년의 프랑스.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장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과, 힘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당, 그리고 모하메드 벤 아베스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이끄는 이슬람박애당이 대선을 앞두고 3파전을 벌인다. 1차 투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국민전선이 1위, 그리고 이슬람박애당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사회당은 정권을 얻기 위해 이슬람박애당과 손을 잡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그들은 장관 자리의 절반, 알짜배기인 재정부와 내무부 등을 넘겨받는 댓가로, 이슬람박애당에게 교육과 결혼에 대한 권한을 넘겨준다.

교육과 결혼. 어찌 보면 비교적 사소한 것 같지만 그 함의는 실로 깊고 중대하다. 주인공인 프랑수아를 만나 대화중인 프랑스의 정보 요원은 그 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니 지정학이니 하는 것들은 신기루일 뿐이에요. 아이들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 그것으로 얘기 끝이죠."(100쪽) 이슬람박애당은 대체 어떤 사회적 변화를 불러오려는 것일까?

"우선 이슬람은 어느 경우에도 남녀공학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자들에게는 몇몇 전문과정만이 개방될 뿐이죠.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대부분의 여자들이 초등교육을 마친 뒤 가사교육 학교를 거쳐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하는 겁니다. 그리고 극소수의 여자들만이 결혼 전에 문학이나 예술 공부를 이어가고요. 이것이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 사회의 표본이죠."(101쪽)

대기업이 아니라 가족기업 중심으로 경제 체제를 바꾸고,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낸 후 가사수당을 지급하는 등, 우리가 알던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이슬람박애당은 서서히 뒤흔든다. 실업률에 시달리는 가난한 남자들에게는 자영업자의 꿈을 불어넣어주고, 사회의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부유한 남자들에게는 일부다처제 도입을 통해 문자 그대로 '성 로비'를 벌인다. 모든 교육 기관이 이슬람 교육 기관이 된 탓에, 개종을 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 프랑수아는 개종하고, 젊은 부인을 맺어주겠다는 약속도 받은 채, 다짐한다. "조금은 이런 식으로 몇 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363쪽)

우엘벡은 의도적으로 그러한 변화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도외시한다. 중년 남자 지식인을 화자로 삼고 있으면서, 중년 남자 지식인이 어떻게 종교화, 보수화 속에서 '태평천하'를 누리는지 신랄하게 풍자하기 위한 기법이다.

<복종>은 이슬람포비아를 느끼는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한 위선적인 중년 남성 지식인을 바라보는 우엘벡의 시각을 서사화해 담아낸 작품이다. 바로 그렇게 이 책은 남자 대학 교수의 눈을 통해 이슬람교를 둘러싼 프랑스 사회의 갈등 지점을 절묘하게 (비)가시화한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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