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2

도올 김용옥과 안아키즘

94. 의학이 발달할수록 인류의 건강은 퇴보하고 인간이라는 종자(human species)는 퇴행한다.


홍역이라는 게 있었다. 그런데 홍역이라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든지 앓았던 것이요 어릴 때 앓을수록 좋았고 또 이삼일내로 꽃이 활짝 피면 좋았던 것이다.


우리는 밭에 씨(종자)를 뿌릴 때 수확을 거둘 정확한 량의 종자를 뿌리는 것이 아니다. 씨는 많이 뿌리되 싹이 돋아나면 어릴때 그것을 솎는다. 그래야 불량한 싹은 도퇴[sic.]되고 건강한 종자가 살아남으며 자양에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자라면 누구든지 홍역을 앓는다는 사실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과한 최소한의 통과의례였다. 자연은 매우 잔혹한 것 같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였다. 그래서 라오쯔는 "天地不仁"(대자연은 잔인하다)이라 한 것이다.

옛날에 홍역이 돌면 많을 때는 반이상의 어린아이가 죽었다. 옛날에 유아사망이 많았던 가장 큰 가장 지속적인 이유가 홍역이었다. 인간은 홍역을 앓고 또 살아남음으로서만 인간이 인간이라는 개체로서 존립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았다. 그래서 열악한 종자는 일찍이 도퇴[sic.]되고 그 통과의례를 거친 강건한 개체만이 문명의 주역으로서, 그 면역능력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의학의 발달은 이러한 자연의 통과의례를 없애버렸다. 온갖 백신이 쏟아져나와 이러한 통과의례를 없애버리고 출생률과 생존률을 거의 일치시켜버렸다. 우리는 옛 왕가에서 제한된 계보내에서 혼인(생식)을 계속하면 할수록 그 왕가의 종자가 생물학적으로 열성화되어간 예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인브리딩(inbreeding)의 필연적 귀결이었다. 마찬가지로 의학의 발달은 인종을 같은 방식으로 위협한다. 의학이 발달되면 될 수록 인간종자는 퇴화할 수밖에 없으며 필요한 자연능력의 상실로 고통을 받게될 것이다.

김용옥,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서울: 통나무, 1994), 100-101쪽



일러두기: 인용자는 이와 같은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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