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방금 보고 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단순한 레즈비언 연애물인 것처럼 시작해, 마치 유화처럼, 한 겹씩 한 겹씩 레이어를 덧입힌다. 그리하여 소박하면서 웅장하고, 섬세하면서 대범하며, 응시하지만 귀기울인다. 온갖 모순되는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꽉 차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기생충>이 아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칸느 심사위원들의 여성혐오를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봉준호의 영화가 소비되고 말았다는 것까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블랙 코미디'를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예술 형식으로서의 영화가 죽었다는 말이 헛소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가 왜 존재하는지를, 압도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입증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말로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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