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2

[아무튼, 주말] 코로나 패닉에 던져진 확률 퀴즈… “백신 접종, 살아남는 데 정말 유리할까?”

[아무튼, 주말] 코로나 패닉에 던져진 확률 퀴즈… “백신 접종, 살아남는 데 정말 유리할까?”

[노정태의 시사哲]
몬티 홀의 ‘세 개의 문’과
백신 효과의 상관관계

퀴즈. 세 개의 문이 있다. 그중 하나를 열면 최신형 자동차가 있지만,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3분의 1의 확률로 당첨, 나머지 3분의 2는 꽝인 셈이다. 여러분은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러스트=유현호

가상의 수학 문제가 아니다. 1963년부터 40여 년간 방송된 미국의 TV 쇼 ‘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수없이 반복된 상황이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몬티 홀은 퀴즈를 맞힌 참가자에게 상품을 뽑으라며 질문을 던졌다. “1번 문을 원하십니까, 2번 문 아니면 3번 문?” 참가자가 문 하나를 고르면 정답을 아는 몬티 홀은 능청스럽게 참가자가 고르지 않은 문을 하나 택해서 보여준다. ‘꽝’이다. 몬티 홀은 다시 묻는다. “지금 선택을 유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바꾸시겠습니까?”

얼핏 생각해보면 굳이 선택을 바꿀 이유가 없는 듯하다. 꽝 하나가 제거되었지만, 아무튼 내가 원래 택한 문은 정답이거나 오답일 것이고, 그 사실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처음 선택을 바꿨다가 꽝을 뽑게 되면 얼마나 후회막심이겠는가. 그래서 수많은 출연자들은 처음 고른 선택지를 바꾸지 않았다.

미국 최고의 IQ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칼럼니스트 메릴린 사반트가 볼 때, 선택지를 바꾸지 않는 사람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었다. 몬티 홀이 세 개의 문 중 하나가 오답이라는 걸 보여줬다면 참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어째서일까? 몬티 홀의 개입으로 인해 단순한 확률 문제가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 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건부 확률은 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하에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뜻한다. 몬티 홀은 오답을 하나 제거하면서 참가자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준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건은 확률의 조건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차분하게 따져보자. 참가자가 처음에 오답을 택할 가능성은 3분의 2, 정답을 택할 가능성은 3분의 1이었다. 그런데 몬티 홀이 등장하여 오답을 ‘골라서’ 제거해줬다. 그 말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3분의 1의 오답 가능성을 몬티 홀이 대신 가져가준 것과도 같다. 따라서 참가자가 새로운 선택을 하면 오답을 택할 가능성은 3분의 1이다. 세 개의 문 중에서 하나가 오답이라는 것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나머지 오답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정답을 택할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3분의 2로 늘어난다.

곧장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거래를 합시다’ 시청자 중 메릴린 사반트에게 항의 편지를 보낸 사람은 1만 명이 넘었는데, 그중 1000명가량이 수학이나 공학 등을 전공한 ‘이과인’들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확률, 특히 조건부 확률은 많은 경우 우리의 직관과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몬티 홀 문제는 수학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전제 조건이 달라졌다면 확률도 달라진다는 단순명료한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백신 맞아도 코로나 걸리잖아, 그럼 대체 백신을 뭐 하러 맞는 거야?” 요즘 많은 곳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완전히 틀리는 말은 아니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위험성은 전혀 달라진다. 편의상 백신을 맞지 않으면 코로나에 걸려 죽을 확률을 50%라고 해보자. 반면 백신을 맞을 경우 10%만이 죽는다. 이 경우, 50명이 백신을 맞았지만 10명은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코로나 사망자는 총 10명이 나오는데, 그중 5명은 백신 미접종자, 5명은 백신 접종자가 된다.

그렇다고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률은 여전히 접종자보다 다섯 배나 높으니 말이다. 다만 백신 접종자의 전체 숫자, 즉 모수(母數)가 다섯 배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망자 수가 같게 보일 뿐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백신을 맞아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사망에 대한 전제 조건이 달라지고, 조건부 확률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오답의 가능성을 미리 줄여주는 몬티 홀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백신을 맞는다 해도 운이 나쁘면 돌파 감염되어 ‘꽝’을 뽑을 수 있다. 그러나 확률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돌아다니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대신, 종이와 펜을 놓고 찬찬히 숫자를 따져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수학적이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 백신 회의론과 백신 거부 움직임이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도 벌써 2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니 다들 상당히 지쳤을 법도 하다. 방역패스의 필요성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상 또한 지우기 어렵다. 방역패스에 대한 법원 판결로 인해 혼란은 더욱 가중될 듯하다.

코로나 백신은 급하게 만들어낸 최신작이다. 다른 백신에 비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백신의 효과는 조건부 확률 같은 직관적이지 않은 개념을 통해 바라봐야 온전히 이해 가능하다. 국민 정서와 눈높이를 감안한 과학적 설득을 꾸준히 해나가도 부족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을 못 본 체하며,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이라 자화자찬하더니, 해외 순방을 빙자한 외유를 즐기고 있다.

일부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다 못 해 백신을 불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지난 18일 발표된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정부의 방역 관리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54.1%가 ‘아니요’라고 대답한 것 또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3월 9일 수요일, 우리는 새로운 몬티 홀 문제를 풀게 될 예정이다. 선택지를 둘로 줄이면 조건부 확률에 따라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아질까? 몬티 홀 문제처럼 선택지를 바꿔야 하나? 정치는 수학이 아니라 생물이니,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은 금물. 다시 한번 ‘꽝’을 뽑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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