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6

눈물 없이는 차마 읽을 수 없는 기사

방황하는 대학새내기들…대학 부적응 ‘폐인족’ 많다
입력: 2007년 03월 25일 18:34:37

서울 소재 사립대 법학계열인 07학번 김지훈군(19·가명)은 최근 한달간 수업에 들어간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다. 김군은 온라인게임에 빠져 있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눈을 뜨면 이미 오후다. 오전 수업은 물론 오후 수업까지 미적대다 못 들어간다.

자취방에서 나와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다시 간 곳은 PC방. 라면을 시켜먹고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새벽이 다가온다.



지방출신인 김군은 친구가 없다. 입학동기생은 100명이 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 고교 친구들은 대부분 재수 중이다. 동문회에도 나가봤지만 선배들의 술 강요가 싫었다. 그나마 알게 된 동기생들에게 말을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캠퍼스는 삭막했다. 지옥같은 고3이 끝나고 낭만적인 대학생활이 시작되리라 기대했지만 대학은 ‘고3의 또다른 연장’이었다. 동기들 중 상당수는 벌써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도 영어학원이다, 어학연수다, 자기계발이다 하면서 바쁘게 생활해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김군은 한달 뒤에 있을 중간고사를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이렇게 아무 준비없이 시험을 치른 적이 없어 더 불안하지만 대책이 없다. 인생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김군은 “탈출구가 필요한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새내기들이 늘고 있다. 시키는 대로 공부하던 생활에 길들어져 있던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순간적으로 목표를 상실하거나 가치관에 혼란을 겪으면서 생기는 이른바 ‘새내기 증후군’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무기력증에 빠져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에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조언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요즘엔 캠퍼스가 ‘취업도서관화’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폐인족’ 만큼이나 ‘나홀로 공부족’ 역시 새내기 증후군에 노출돼 있다. 박은정양(19·가명)도 수업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서’ 보낸다. 오전 수업을 마치면 교내식당에서 간단하게 혼자 점심을 먹은 뒤 곧장 도서관으로 간다. 오후 수업이 없는 날은 하루종일 도서관에만 머물 때도 많다. 박양은 신입생환영회나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탓해보기도 하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박양은 “고3때는 대학 합격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입학하고 나니 막막하고 힘들다”며 “요즘은 혼자 우는 일도 부쩍 늘었다”고 털어놨다.

대학들도 새내기의 방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 중이다.

서울대는 2007학년도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다면적인성검사(MMPI)를 실시했다. 이중 우려할 만한 심리상태를 보인 신입생 40여명에 대한 장기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대학생활문화원 김명언 원장(심리학과)은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되며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장은 “상담실이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학생활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2007-03-23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

저 어법은 일본어의 직역으로 추정된다. 한자를 그대로 쓰고, 그것을 음으로 읽느냐 뜻으로 읽느냐에 따라 뉘앙스라던가 의미가 갈리는 일본어에서라면, 어떤 단어를 표기해놓고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짚는 것과 다른 방식을 택한다는 식의 유머가 성립할 수 있다. 일본어를 못하므로 한국어로 비슷한 예를 만들어보자. 일본인들은 '빛'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光이라고 써놓고 '히카리'라고 읽는다. 그러한 맥락이 전제되어 있다면, '光이라고 쓰고 광 이라고 읽는다' 같은 소리를 할 수도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友情'을 써놓고 '우정' 대신 '사랑'이라고 읽는 것도 유머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훈독의 일종이라고 우기면 그만이니까.

일본 통신어투가 그대로 번역되어 들어오는 케이스를 몇 개 더 본 것 같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많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방금 떠오른 것은 '...에 찬성하는 1人' 이라는 식의 리플들.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무엇의 번역이라고 지적하기는 곤란하지만, 이 독특한 질감은 분명히 그쪽에서 나온 것이고 한국어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영어 단어를 섞어서 쓰는 것보다, 한국어의 순수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어구 자체를 차용하는 화법이 그 순수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법적 유사성으로 인해, 또 두 글자 짜리 한자어의 용례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일본어와 한국어의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한국어는 이오덕이 꿈꿨던 그 무엇과는 다른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나는 그의 이상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러한 변화 앞에서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다만, 한국어를 잘 사용하고 다듬어내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오직 영어로부터의 혹은 미국으로부터의 영향만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그런 치들을 지칭할 때, 나는 '우리말 지킴이'라고 쓰고 '바보들'이라고 읽는다.

얘들아 봄됐다 모차르트 듣자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인데 어느 악단인지는 알 길이 없다는...

개인적으로는 1악장 도입부가 짤린게 참 아깝다는... C장조니까 리코더라도 있으면 따라서 불어보고 싶지만 손에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봄이 오니까 덕후 말투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p. s. 검색해보니 C장조가 아닌 B플랫 장조라는... 그러면 음악을 찔끔 배우고 만 나로서는 알아먹을 길이 없다는... (아 덕후놀이 재미없다)

Art of Fugue #9

2007-03-22

플라톤 식 우기기의 한 사례

"Now behind this parapet imagine persons carrying along various artificial objects, including figures of men and animals in wood or stone or other materials, which project above the parapet. Naturally, some of these persons will be talking, others silent.

It is a strange pictuer, he said, and a strange sort of prisoners.

Like ourselves, I replied; . . . "(515a, 228p.)

-- F. M. Cornford (tr.), [[The Republic of Plato]]


"이제 이 장막 뒤에서 다양한 인공물을, 나무나 돌이나 다른 물질로 만들어져서 그 장막 너머로 투사될 인간과 동물의 형상을 운반하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해보게. 자연스럽게, 이 사람들 중 일부는 말을 할 테고, 나머지는 조용하겠지.

거 참 이상한 광경이고, 그가 말했네, 또 이상한 종류의 죄수들이네요.

우리들처럼 말이지, 나는 대답했고; . . ."


전체적인 비유의 맥락에서 볼 때, "우리들처럼 말이지"라는 저 눙치기가 꼭 부당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아테네에서 재판을 받고 사약을 마셔야 했던 소크라테스를 연상하고 있으니만큼,우리 모두가 저 죄수들이라는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글라우콘의 정당한 의심을 한 방에 깔아뭉개버리는 이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플라톤의 철인군주론은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플라톤이 말하는 그런 철학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성립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