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4

설강화 관련 코멘트 모음

신동아에 보낸 칼럼(링크). 1, 2화 보고 씀.

 

3화까지 감상 소감

설강화 3화 틀었는데, 2021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아씨-식모' 구도의 갈등이 전면화.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잘 안 다루는 지점.

하긴 유현미 작가는 <스카이 캐슬>때도 굉장히 노골적으로 계급 이야기를 했음. 문제는 그랬다가 혜나를 구렁텅이 빠뜨리고 죽였다는 것인데... 진보적 성향은 없지만 계급 문제를 인지하는 작가들이 곧잘 택하는 코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작게나마.

아무튼, 무슨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이 드라마 조지는 사람들이 더더욱 싫어할 수밖에 없겠다. 작품 내에 결백한 사람이 없으니까. 여러모로 90년대 순정만화 같음. 좋은 의미에서.

 

5화까지 감상 소감

설강화 5화까지 본 소감. 작가는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음. 신동아 원고 쓸 때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단정지어 말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분명하네... 

 

7화까지 감상 소감

<설강화>는 영화로 갔어야 할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게 가장 큰 패착 같다.

감정선이 아주 높고 깊게 오가며 빠르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영화는 그걸 연출과 몇몇 장면에서 드러나는 연기로 커버 가능함.

반면 드라마라는 장르는 워낙 러닝타임이 길다. 남주 여주 사이의 멜로가 붙느냐 마느냐, 이거를 시청자들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보고 촉각적으로 판단함.

<로미오와 줄리엣>, 거기서 파생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같은 극단적 러브스토리들, 모두 청춘들의 짧게 불타오르는 사랑 이야기인데 거의 대부분 이야기 자체를 길게 끌지 않는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음.

관객이 단번에 보고 단번에 흥분한 후 단번에 절망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야기가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전개되고 끝나지 않으면 안 됨. 생사를 오가는 총성 속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번주에 보고 쉬었다가 다음주에 또 보고... 그게 필이 잘 안 받겠죠.

영화로 찍었다면 좋은 뭔가가 뽑히고 충분히 유익한 사회적 논의도 뽑아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러모로 아쉽다. 이제는 실검에서 총공도 안 당함...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올려봅니다. 여러모로 아까운 기획이 왜곡되고 묻혔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움.

2022-01-02

공수처 저인망式 민간인 사찰, 도청과 다르지 않아

 [노정태의 뷰파인더] '검찰개혁'한다던 '아마추어'와 신종 감시사회

● 개별 통화 모아놓으면 패턴이 나온다
● 구체성 빠진 공수처의 ‘나쁜 사과문’
● 이성윤 공소장 단독보도와 연관성
● 법원은 어떤 근거로 영장 내줬나
● 공수처에 ‘격려 우선’이라는 박범계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2021년 12월 2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2021년 12월 2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백여 명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조회를 감행했다. 여기에는 채널A, 중앙일보, TV조선, 조선일보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여럿 포함됐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CBS 노컷뉴스 등 친여 성향 언론사도 조회 대상에 있다. 하다못해 공수처는 일본 신문사와 방송국이 한국에 파견한 기자 두 명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했다. 2021년 12월 28일까지 확인된 대상만 해도 173명·287건이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12월 29일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당 소속 국회의원 105명 중 60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보좌진 6명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다. 공수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캠프에서 활동한 김병민 대변인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했다.

언론사 소속도, 정치권 인사도 아닌데 조회 대상이 된 경우도 여럿 있다. TV조선 기자의 모친, 동생, 다른 기자의 지인, 전직 종합편성채널 기자와 그의 지인,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필자인 김경율 회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 등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및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기자, 기자의 가족, 변호사, 회계사 등은 당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튜브는 도청할 필요가 없다

여기까지 읽은 어떤 독자가 잠시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독자는 오늘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대학 동창을 만나 새로 출시된 어떤 자동차의 디자인을 칭찬하고, 해외 주식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 후 친구가 최근 방문했던 강원도의 어떤 휴양지에 대해 수다를 떨고 돌아왔다.

그런데 유튜브를 켜보니, 세상에. 아까 이야기했던 자동차, 해외 주식, 강원도에 대한 내용이 추천 영상으로 뜨고 있다. 참고로 저 세 가지 화제는 모두 친구가 먼저 꺼냈다. '뷰파인더' 독자는 해당 내용을 단 한 번도 검색해본 적이 없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구글이 무시무시한 기술력을 통해 핸드폰으로 '뷰파인더' 독자와 친구의 대화를 도청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내막을 알기 전까지는 필자 역시 그런 의심을 품었다. 물론 실상은 다르다. 구글이건 애플이건 IT(정보기술) 기업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 몰래 대화를 실시간 도청하지 않는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음성 정보를 수집해 텍스트로 바꾸고 맥락상 중요한 키워드를 추출하는 고난이도 작업을 하면 사용자의 핸드폰과 서버에 부담이 생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도청하지 않아도 빅테크 기업은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나눈 대화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쿠키를 사용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독자 여러분이 웹서핑을 하면서 수도 없이 접했을 문구다. 대부분 큰 고민 없이 'OK'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웹사이트는 광고 중 무엇을 클릭했는지, 쇼핑몰 사이트에서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는지, 대략 그런 내용을 수집한다. 한 두 개의 사이트라면 사실 그리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도 없다.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별거 아닌 정보다.

문제는 그 정보를 '종합'할 때 발생한다. IT 기업은 인터넷 검색, 클릭, 페이지 종료 등의 행동을 한데 묶어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욕망하며, 또 궁금해 하는지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을 거의 24시간 내내 지니고 다닌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내 핸드폰이 있는 곳에 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테크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하루 종일 어디에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유튜브는 우리를 도청할 필요가 없다. 최근 자동차, 해외 주식, 강원도 휴양지에 관심이 많았던 사용자 A와 사용자 B가 어떤 카페에서 만났고, 사용자 B가 커피 두 잔 값을 지불했으며, 두 사람이 40여 분간 같은 장소에 있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유튜브는 두 사람이 서로의 관심사를 교환했으리라고 추측한다. A는 B에게 자동차, 해외 주식, 강원도 휴양지를 이야기했다. B는 A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A와 B의 개인적 관심사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추측은 대체로 맞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 특별한 용건을 주고받거나, 그렇지 않거나, 아무튼 본인의 평소 관심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하게 된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한국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러 웹사이트가 수집한 개인 정보를 유통하는 시장이 있다. 그런 경로로 우리의 정보들이 사고 팔린다. 그걸 잘 종합할수록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 도청'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 대상으로 저인망식 조회

유튜브 알고리즘의 소름 돋는 추천 시스템을 거론한 이유가 있다. 공수처가 감행한 전 방위적 통신자료 조회 행위가 대체 어떤 의미인지 실감나게 느껴보시라는 차원에서다. 이번에 발각된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는 특정인을 지목한 통신자료 조회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통신자료를 조회함으로써, 그들 중 누군가의 통화를 사실상 도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유튜브 도청'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얼마나 길게 통화했는지, 누가 먼저 걸었는지 따위의 정보는 개별적인 한 두 건으로는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료를 대량으로 모아놓고 분석하다보면 어떤 패턴이 발견될 수 있다.

가령 직장과 집만 오가는 어떤 기혼 남성이 퇴근 후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어떤 여성에게 전화를 하는 패턴이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불륜을 의심해볼만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 여성에게 전화를 한 후, 직후에 한적한 교외의 식당에 전화를 했다면? 그 다음에는 인근 숙박업소에 전화를 걸었다면? 99% 이상의 확률로 그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할 법하다. 이런 사실을 알아두면 훗날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공수처가 이런 목적으로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통신자료 조회라는 수단을 통해 긁어낼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 수 있을지, '탐정의 눈'으로 상상력을 발휘해보라는 뜻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사례일 뿐이다. 공수처가 대체 왜 이런 식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그 목적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2021년 12월 28일 현재까지 공수처는 자신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많은 이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중인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것뿐이며 적법 절차에 따랐다"며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논란이 커지자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정보 조회 논란을 빚게 돼 매우 유감"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도 않고, 잘못을 어찌 시정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나쁜 사과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세 가지 의문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21년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법무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통신자료 조회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개별 웹사이트에서 쿠키를 수집하는 것이 쌓이고 쌓여, 사실상 유튜브가 우리를 도청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두고 그 주변인의 통신자료를 샅샅이 훑는 행위는, 문제의 특정인이나 집단의 전화 통화를 직접 도청하는 행위에 버금간다. 요컨대, 군사독재 시절에나 했을 법한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이 자행됐다.

세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공수처는 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들을 뒷조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앙일보 21명, 조선일보 12명, TV조선 12명 등 수십여 명의 기자를 상대로 한 통신자료 조회를 놓고 보자면 그렇다. 중앙일보는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공소장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는 조국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를 통해 "불법 출금 혐의 수사를 하지 말아 달라"라고 수사팀에 전달했다는 내용도 있다. TV조선은 이성윤이 관용차를 타고 공수처 조사를 받으러 오는 이른바 '황제조사' 영상을 보도했다. 그 외에도 100건이 넘는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다. 과연 무엇을 위한 조회였는지, 공수처가 해명을 내놓지 않는 한 명확한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대체 무슨 혐의로 일부 기자들에 대해 영장까지 청구했는가. 공수처는 TV조선 기자 2명과 중앙일보 기자 1명, 전직 종합편성채널 기자 등 최소 4명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모두 민간인 신분이다.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사를 하고 있으며 어떤 목적으로 해당 정보가 필요한지 법원에 소명해야 한다. 영장을 청구한다고 반드시 내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법원은 영장을 발급해줬다. 어떤 판사가 무슨 근거로 민간인 사찰을 허용한 것인지, 국민은 해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셋째, 이 끔찍한 '아마추어 공수처'를 옹호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체 무슨 생각인가. 2021년 12월 26일 KBS에 출연한 박범계는 "공수처는 축구팀으로 따지면 창단된 신생팀"이라며 "부족하다면 보충해주고 격려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국의 수사 기관을 축구팀에 비유하는 것도 그렇지만, 현재 논란이 되는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격려해 달라'고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황당한 소리다. 이쯤 되면 공수처 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 더 나아가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 시스템 전체의 문제다.

놋수저와 바꿔먹은 엿 같은 조직

2017년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 회의에 조국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참석한 모습.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긴 말이 필요 없다. 공수처는 해체돼야 한다. 애초에 그 탄생 과정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나면 대다수 헌법학자와 형법학자들이 반대하던 사안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을 따돌리고 정의당을 중심으로 한 군소야당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가위 소리를 듣고 따라가 귀중한 놋수저를 내주고 바꿔먹은 엿 같은 조직이 바로 공수처다. 우리는 감시사회의 문턱 앞에 서 있다. 2022년 새해다. 공수처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자.

#공수처 #통신조회 #민간인사찰 #감시사회 #신동아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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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1

2022 임인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손동현 - 송하맹호도
한지에 수묵채색 / 130 X 59cm / 2007

 

2021-12-31

독서 목록(2021)

  1. 20210102 - 존 그리샴, 공경희 옮김,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서울: 시공사, 2004), 전자책, 알라딘.
  2. 20210112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70년대 편: 평화시장에서 궁정동까지·3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2), 전자책, 리디북스.
  3. 20210114 - 얀 베르너 뮐러, 노시내 옮김,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서울: 마티, 2017)
  4. 20210122 - 이언 게이틀리, 박중서 옮김, 『출퇴근의 역사』(서울: 책세상, 2016)
  5. 20210202 - 웬디 우드, 김윤재 옮김, 『해빗』(서울: 다산북스, 2019)
  6. 20210203 - 이철승, 『쌀 재난 국가』(서울: 문학과지성사, 2021)
  7. 20210206 -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서울: 을유문화사, 2018), 전자책, 리디셀렉트.
  8. 20210223 - 빌 게이츠, 김민주·이엽 옮김,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경기도 파주: 김영사, 2021)
  9. 20210302 - 바이바 크레건리드, 고현석 옮김, 『의자의 배신』(경기도 파주: arte, 2020), 전자책, 리디셀렉트.
  10. 20210305 - 애티카 로크, 박영인 옮김, 『블루버드, 블루버드』(경기도 안양: 네버모어, 2020)
  11. 20210307 - 히토 슈타이얼, 문혜진·김홍기 옮김,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서울: 워크룸 프레스, 2021)
  12. 20210313 - 제임스 네스터, 송영조 옮김, 『호흡의 기술: 한평생 호흡하는 존재를 위한 숨쉬기의 과학』(서울: 북트리거, 2021)
  13. 20210328 - 김정연, 『이세린 가이드』(서울: 코난북스, 2021)
  14. 20210328 - 로널드 피서, 서민아 옮김, 『마음챙김의 배신』(서울: 필로소픽, 2021)
  15. 20210331 - 조지프 S. 나이, 홍수원 옮김, 『소프트 파워』(서울: 세종연구원, 2004)
  16. 20210403 - 가즈오 이시구로, 김남주 옮김,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집』(서울: 민음사, 2021)
  17. 20210407 - 우오쓰카 진노스케, 장누리 옮김, 『일본 요리 뒷담화』(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9)
  18. 20210409 -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 박우정 옮김, 『메이크 타임』(경기도 파주: 김영사, 2019)
  19. 20210411 - 야마사키 도요코, 박재희 옮김, 『화려한 일족 1: 열정편』(서울: 청조사, 2007)
  20. 20210422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김남우 옮김, 『비극의 탄생』(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4),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자책, 리디셀렉트.
  21. 20210423 - 윤희숙, 『정책의 배신』(경기도 파주: 21세기북스, 2020)
  22. 20210424 - 해리 G. 프랭크퍼트, 이윤 옮김, 『개소리에 대하여』(서울: 필로소픽, 2016)
  23. 20210425 - 백정흠·이동관, 『아픈 사람의 99%는 목이 뭉쳐 있다』(경기도 파주: 쌤앤파커스, 2018), 전자책, 리디셀렉트.
  24. 20210428 - 숀케 아렌스, 김수진 옮김, 『제텔카스텐』(서울: 인간희극, 2021)
  25. 20210502 - 야마사키 도요코, 박재희 옮김, 『화려한 일족 2: 규벌편』(서울: 청조사, 2007)
  26. 20210502 - 야마사키 도요코, 박재희 옮김, 『화려한 일족 3: 갈등편』(서울: 청조사, 2007)
  27. 20210503 - 라이언 홀리데이, 이경식 옮김, 『에고라는 적』(서울: 흐름출판, 2017), 전자책, 리디셀렉트.
  28. 20210504 - 야마사키 도요코, 박재희 옮김, 『화려한 일족 4: 득실편』(서울: 청조사, 2007)
  29. 20210518 - 사브리나 코헨-해턴, 김희정 옮김, 『소방관의 선택』(경기도 파주: 북하우스, 2020)
  30. 20210521 - 유발 하라리, 김승욱·박용진 옮김, 『대담한 작전: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경기도 파주: 프시케의숲, 2018), 전자책, 리디셀렉트 
  31. 20210523 - 하야카와 타다노리, 송태욱 옮김,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생활』(서울: 서커스출판상회, 2019)
  32. 20210527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경기도 파주: 웅진지식하우스, 2020), 전자책, 리디셀렉트.
  33. 20210528 - 모리무라 세이이치, 최고은 옮김, 『인간의 증명』(서울: 검은숲, 2012)
  34. 20210601 - 이한우, 『고전의 바다에서 지혜를 낚는 법』(서울: 샘터, 2021)
  35. 20210603 - 이준석, 강희진 엮음, 『공정한 경쟁』(서울: 나무옆의자, 2019), 전자책, 밀리의서재.
  36. 20210605 - 아글라야 페터라니, 배수아 옮김,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서울: 워크룸 프레스, 2021), 제안들 36.
  37. 20210608 - 에리히 프롬, 황문수 옮김,  『인간의 마음』(서울: 문예출판사, 2010), 3판, 초판 1977.
  38. 20210613 - 프란츠 카프카, 배수아 옮김, 『꿈』(서울: 워크룸 프레스, 2014), 제안들 1.
  39. 20210618 - 다와다 요코, 유라주 옮김, 『글자를 옮기는 사람』(서울: 워크룸프레스, 2021), 제안들 37. 
  40. 20210619 - 유발 하라리, 김희주 옮김, 『극한의 경험』(서울: 옥당북스, 2019), 전자책, 리디셀렉트. 
  41. 20210621 - 제레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서울: 책세상, 2015), 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64, 전자책, 리디북스.
  42. 20210622 - 캐스 R. 선스타인, 이기동 옮김, 『루머』(서울: 프리뷰, 2009)
  43. 20210624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 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1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2), 전자책, 리디북스.
  44. 20210625 - 김홍신, 『인간시장 1』(서울: 해냄, 2015), 전자책, 알라딘 ebook.
  45. 20210627 - 이철용, 『어둠의 자식들』(서울: 새녘출판사, 2012), 개정판.
  46. 20210707 - 마이클 샌델, 함규진 옮김, 『공정하다는 착각』(서울: 와이즈베리, 2020)
  47. 20210717 - 강동국・김시덕・김종학・김호섭・신상목・이원덕,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서울: 도서출판 선인, 2021)
  48. 20210719 - 루이스 캐럴 원작·마틴 가드너 주석·존 테니얼 그림, 최인자 옮김,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서울: 북폴리오, 2005)
  49. 20210801 - 카를로 M. 치폴라, 최파일 옮김, 『대포, 범선, 제국』(서울: 미지북스, 2010)
  50. 20210805 - 세스 프라이스, 이계성 옮김, 『세스 프라이스 개새끼』(서울: 작업실유령, 2021)
  51. 20210810 - 마사 너스봄 외 지음, 조슈아 코언 편집, 오인영 옮김,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서울: 삼인, 2003)
  52. 20210814 - 제임스 네스터, 김학영 옮김,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9)
  53. 20210814 - 요쉬카 피셔, 선주성 옮김, 『나는 달린다』(서울: 궁리, 2000)
  54. 20210821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 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2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2), 전자책, 리디북스.
  55. 20210829 -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 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3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2), 전자책, 리디북스.
  56. 20210829 -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김지원 옮김, 『나의 살인자에게』(경기도 파주: 다산책방, 2019) 
  57. 20210830 - 마이클 길모어, 이빈 옮김, 『내 심장을 향해 쏴라』(경기도 파주: 박하, 2016)
  58. 20210831 - 자크 데리다, 안 뒤프라망텔 서론, 남수인 옮김, 『환대에 대하여』(서울: 동문선, 2004), 동문선 현대신서 177.
  59. 20210906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 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4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2), 전자책, 리디북스.
  60. 20210909 - 대니얼 해머메시, 송경진 옮김, 『스펜딩 타임』(서울: 해피북스투유, 2021)
  61. 20210909 - 박태웅, 『눈 떠보니 선진국: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서울: 한빛비즈, 2021)
  62. 20210909 - 지오딘 사르다르·제리 라베츠, 보린 반 룬 그림, 양영철 옮김, 최화정 감수, 『수학사 아는 척하기』(경기도 부천: 팬덤북스, 2021)
  63. 20210910 - 안드레아 울프, 릴리안 멜셔 그림, 정영은 옮김, 『자연의 발견: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모험』(서울: 열린과학, 2021)
  64. 20210913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90년대 편: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1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6), 전자책, 리디북스.
  65. 20210916 - 아즈마 히로키, 안천 옮김, 『느슨하게 철학하기: 철학자가 나이 드는 법』(서울: 북노마드, 2021)
  66. 20210918 - 로버트 맥키, 고영범·이승민 옮김, 『DIALOGUE: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2』(서울: 민음인, 2018)
  67. 20210925 - 데이비드 엡스타인, 이한음 옮김,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20), 전자책, 리디셀렉트
  68. 20210926 - 보니 추이, 문희경 옮김, 『수영의 이유』(경기도 파주: 김영사, 2021)
  69. 20210928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90년대 편: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2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6), 전자책, 리디북스.
  70. 20211009 - 모리무라 세이이치, 최고은 옮김, 『야성의 증명』(서울: 검은숲, 2012)
  71. 20211011 - 모리무라 세이이치, 최고은 옮김, 『청춘의 증명』(서울: 검은숲, 2012)
  72. 20211023 - 시드 마이어·제니퍼 리 누넌, 이미령 옮김, 『시드 마이어: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서울: 영진닷컴, 2021)
  73. 20211023 - 메리 W. 셸리,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1), 열린책들 세계문학 160.
  74. 20211026 - 로버트 D. 헤어, 조은경·황정하 옮김, 『진단명: 사이코패스』(서울: 바다출판사, 2005)
  75. 20211028 - 플로랑 실로레, 임희근 옮김, 『로버트 카파, 사진가』(서울: 포토넷, 2017)
  76. 20211103 -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에이전트 러너』(서울: 알에이치코리아, 2021)
  77. 20211105 - 나카야마 시치리, 민현주 옮김, 『웃어라, 샤일록』(경기도 파주: 블루홀식스, 2021)
  78. 20211113 - 김태원,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서울: 파람북, 2019)
  79. 20211114 - 필리퍼 피어스,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서울: 시공사, 1999)
  80. 20211128 - J.F. 비얼레인, 현준만 옮김, 『세계의 유사 신화』(서울: 세종서적, 2000), 2판.
  81. 20211128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2000년대 편: 노무현 시대의 명암·1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11), 전자책, 리디북스.
  82. 20211204 - 앨리슨 벡델, 안서진 옮김, 『초인적 힘의 비밀』(경기도 고양: 움직씨, 2021)
  83. 20211212 - 가와사키 사토시, 김동욱 옮김, 『거북의 등딱지는 갈비뼈』(서울: 사이언스북스, 2021)
  84. 20211219 - 가와사키 사토시, 김동욱 옮김, 『상어의 턱은 발사된다』(서울: 사이언스북스, 2021)
  85. 20211225 - 찰스 디킨스,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윤해준 옮김,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서울: 현대문학, 2011)

다사다난했던 2021년. 독서량이 줄었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읽고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2021-12-26

‘설강화’ 보이콧…이것은 민주화가 아니라 ‘民主독재’

[노정태의 뷰파인더-64] 새로운 금기와 뒤집어진 레드 콤플렉스

● 청와대 국민청원 대상 된 드라마
● 로맨스 위한 고전적 설정이거늘…
● 안기부 야쿠자 취급하는데 독재 미화?
● 이른바 ‘역사의식’ 녹이려 애쓴 흔적
● 민주화 운동 신성시한 태도의 결과
● 업적이지만 성역은 아닌 산업화·민주화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12월 18일 첫 방송된 JTBC 드라마 ‘설강화’의 포스터. 이 드라마는 시놉시스가 유출된 지난 3월부터 이른바 ‘민주화 운동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 3월 시놉시스가 유출돼 이미 ‘민주화 운동 폄하 논란’에 시달렸던 ‘설강화’는 우여곡절 끝에 12월 18일 첫 방송됐다.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는 기세다. 네티즌의 항의를 받은 협찬 기업들은 광고를 거둬들이고 있다. ‘설강화’ 방영을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월 22일 현재 30만 명 넘는 이들이 서명했다. “민주화운동과 간첩, 안기부를 엮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가해”라며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 또한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2월 21일 ‘설강화’ 논란과 관련해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라며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서 겸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방영을 중단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어느 편’에 있는지는 혼동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신선하다고 말하기도 힘든 기법
주인공인 남파공작원 임수호(정해인)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 [JTBC 제공]
원고를 쓰기 위해 막 국내에 진출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해 ‘설강화’ 1~2화를 봤다. 마지막 장면이 끝날 무렵, ‘설강화’ 논란에 대해 나는 또렷한 입장을 세웠다. 작품에 대한 호오(好惡)와는 별개로, 현재 쏟아지고 있는 숱한 ‘역사왜곡’ 논란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간략하게 줄거리와 배경을 살펴보자. 1987년 봄, 군부독재의 끝을 향하고 있는 대한민국. 고위층은 다가올 대선을 준비 중이다. 안기부는 북한과 짜고 대국민 사기극을 치려 한다. 야당 대선 후보의 경제 브레인인 한이섭 교수를 납치해 북한에 보낸 후, 그곳에서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북풍 공작을 기획한 것이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에 파견된 남파공작원 임수호(정해인)는 한이섭을 납치하는데 성공하지만 안기부 대공수사1국 팀장 이강무(장승조)에 쫓겨 호수여대 기숙사로 숨어 들어간다. 그곳에서 수호는 이전에 기숙사 ‘방팅’에서 만났던 은영로(지수)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기부의 눈을 피하게 되는데…

이것은 로맨스를 뽑아내기 위한 고전적 설정이다. 연인 사이에 함부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세워놓음으로써 서로 안달하게 하고 애타게 하며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장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가 원수인 가문의 자식들이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는 신분의 차이가 있을 뿐더러 눈이 맞았더니 초호화 유람선이 침몰한다. 이미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재벌 2세 패션산업가인 여자 주인공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고를 당하고, 그곳에서 북한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북한이라는 금기를 로맨스의 장애물로 활용하는, 솔직히 이제는 신선하다고 말하기도 힘든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설강화’는 이전과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을까? 앞서 인용한 심상정의 말을 다시 짚어보자.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 모두가 문제고 잘못됐다고 심상정은 언급했다. 글로 써놓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비판은 어느 정도까지 사실일까?

심상정의 비판을 반박한다!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수호는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대 경제학과 대학원생이라는 위장 신분을 지니고 있다. 단, 영로는 수호가 시위를 하다가 다치고 경찰에게 쫓겨 들어왔다고 오해하고 있으며 수호는 그런 오해를 바로잡아주지 않는다. 간첩이 나오고 학생운동이 나오는 것도 맞지만, ‘한국의 학생운동은 모두 간첩들이 조종한 꼭두각시놀음에 지나지 않았다’는 식의 민주화 운동 폄하나 비하와는 무관하다. 민주화 운동을 얼마나 신성하게 여기고 있느냐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청와대에 방영 중단 국민청원을 할 사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 아닌 게 아니라 시놉시스가 유출됐던 지난 3월, 인물 설정 및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인해 ‘군사 독재 미화’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면 군사 독재 미화는커녕 극히 비판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안기부장 은창수(허준호)와 여당 사무총장 남태일(박성웅)은 ‘동심회’라는 육군사관학교 사조직에 속해 있다. 1화 초반에 동심회 창립 30주년 기념회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야쿠자처럼 손에서 피를 내어 술잔에 섞고 마시는 모습이 연출된다. ‘너는 일본 야쿠자 같은 놈’이라면 한국인끼리 할 수 있는 욕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일 터. 시작하자마자 ‘동심회’와 안기부 등을 일본 야쿠자 취급하는 드라마를 ‘군사 독재 미화’라고 비난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정의로운 안기부.” 안기부 직원인 이강무가 간첩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열혈 형사’처럼 그려지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1화와 2화를 아무리 뒤져봐도 딱히 정의로운 인물처럼 그려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현장에서 뛰는 안기부 직원들 또한 역사와 권력의 희생양으로 묘사되고 있다. 윗선에서 북한과 내통하고 한이섭을 북에 넘기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른 채 한이섭을 납치하러 온 수호를 추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인간적인 공감과 동정을 표할 수 있는 캐릭터이긴 하나, ‘정의로운 안기부’라고 요약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이건 제작진 입장에서 퍽 억울할 것 같다. 영로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운동권 학생 여정민(김미수)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1화. 기숙사 식당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지면서 정민이 들고 온 만화책 ‘공포의 외인구단’의 표지가 벗겨지고, 곧 레오 휴버먼의 책 ‘사회주의란 무엇인가’가 드러난다. 영로는 용기를 내어 자기가 그 책을 수습하고 너스레를 떨어 위기를 모면한다.

“‘넌! 단 한 순간도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이건 하늘의 뜻이자 엄지의 뜻이다.’ 이건 야구만화가 아니라 순정만화라니까.”

시대적 고민이 ‘있는’ 대학생의 모습은 이후로도 꾸준히 묘사된다. 1화, ‘방팅’에 수호를 끌고 온 광태는 행정고시에 1차 합격한 자신이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 거라고 수다를 떠는데, 그 와중에 생경한 이름이 등장한다.

“아이, 물론이지. 밑바닥 인생들이나 사랑 하나 보고 결혼 하는 거지. 지배계급은 전적으로 경제적 타산 여하에 따라서 결혼이 결정된다고 본 사람이 엥겔스야.”

2화 초반, 기숙사에 숨어들어온 수호를 추적하는 안기부 직원들은 간첩이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같은 방 친구들은 겁을 먹지만 정민은 말한다. “간첩, 짭새들 맨날 하는 소리야. 걸핏하면 우리 빨갱이로 모는 거 몰라?” 그렇게 숨어 있는 수호에게 영로는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오빠가 데모하다가 강제징집당해서 휴가를 많이 나오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이다.

또 다른 레드 콤플렉스가 보여준 희극
1987년 민주화항쟁 당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학생들이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동아DB]
물론 ‘설강화’는 로맨스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에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작품 곳곳에 깔아두고 있는 요소만 놓고 보더라도, 픽션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이른바 ‘역사의식’ 내지는 ‘균형감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화까지의 내용을 놓고 볼 때 그간 쏟아진 비난들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신성한 민주화 운동 앞에 어딜 감히 ‘간첩’이라는 말을 내미느냐, 이런 식의 권위주의적인 역사관을 전제하지 않은 다음에야,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이다.

문제는 바로 거기 있다. 민주화 운동을 신성시하는 태도가 ‘설강화’ 논란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은 ‘간첩 청정 지대’였나? 북한으로부터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고 다만 민주화를 꿈꾸는 청년들의 순수한 열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었나?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고초를 겪고 피해를 입은 역사와는 별개로, 그 학생운동권 중 적잖은 이들이 북한에서 송출하는 단파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학습’을 하고 ‘지령’을 받았던 것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감히 신성한 민주화 운동 앞에서 간첩이라는 말을 꺼낸다니’라는 식의 반응이야말로 ‘역사왜곡’이다.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은 일종의 뒤집힌 레드 콤플렉스라고 볼 수 있다. 간첩이 아닌 사람을 간첩으로 지목해 고초를 겪게 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이, 이제는 ‘신성한 민주화 운동에는 간첩이라는 말을 감히 꺼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또 다른 금기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12월 21일에는 한 네티즌이 ‘설강화’의 작가와 감독이 간첩을 미화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설강화’ 논란이 거울에 비춘 또 다른 레드 콤플렉스임을 이보다 더 희극적으로 보여줄 수가 없다.

20세기의 반공물은 공산당을 머리에 뿔 난 악마로 그리고 우리 편 국군은 아무런 흠결도 인간적 고뇌도 없는 인물처럼 묘사했다. 그런 시대는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는 군사독재 세력은 덮어놓고 극악한 집단으로 취급하며 민주화 세력은 날개 없는 천사처럼 그려야만 하는 세상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민주화된 사회가 아니라 ‘민주독재국가’에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심상정을 비롯해 ‘설강화’를 비난하는 사람들,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서 겸허해야 할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레드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손에 그 칼을 쥐고 휘두르고 싶은 것인가.

세계사적 기적의 두 얼굴
대한민국은 식민지에서 출발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세계사적 기적이다. 문제는 그 기적의 두 얼굴 모두 완벽하지도 결백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우리의 산업화는 미군정 시대에 몰수한 이른바 ‘적산재산’과 한일협정을 통해 일괄 처리된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금을 밑천으로 삼았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그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산업화 과정에서 수많은 이가 일하다가 죽고 다치고 빨갱이로 몰렸으며 노동운동도 탄압 당했다. 즉 산업화의 이면에서 많은 문제가 파생됐다.

산업화의 그늘은 1980년대부터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논의돼 왔다. 산업화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업적이지만 ‘성역’은 아니라는 소리다. 같은 원리가 민주화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민주화는 더욱 민주적으로, 공개적으로, 사실에 입각해 논의돼야 하는 우리의 역사다. ‘설강화’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설강화 #민주화 #산업화 #레드콤플렉스 #신동아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