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7

개헌 논의의 진정성

[기자메모] ‘헌법 논의’ 판 깬 ‘원포인트 개헌론’
입력: 2007년 02월 26일 18:19:32

26 일 낮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헌법 다시보기’란 책 출판 기자회견에서의 일이다. 창비출판사가 마련한 자리에는 대표 필자(홍윤기·박명림 교수 등)와 책 기획을 제안한 ‘함께하는시민행동’ 관계자, 7~8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기자가 읽어본 이 책은 ‘시민들 주도로 여성·생태·평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헌법 논의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이다./관련기사 23면

박교수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 문제가 정쟁화돼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며 “오랫동안 개헌 필요성을 절감해온 학자로서 진보·보수를 떠나 미래 만들기로서의 헌법 만들기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철학적 의미에서 헌법은 공동체의 영혼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을 국회에서 20일 만에 신속하게 통과시켜 준다면 다들 우려하는 대통령의 정략이 개입할 여지도 없을 것이며 이 책의 다양한 헌법 논의가 만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순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한 기자가 “헌법 논의를 새롭게 한다고 해서 나왔는데, 개헌발의 수용을 강요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기자는 “30년 걸릴 논의라며 어떻게 20일 만에 뚝딱 하자고 하느냐”고 따졌다. 홍교수는 “호기를 놓치지 말고 논의라도 시작하자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박교수는 “이럴 것 같아 애초 여기 안 나오려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당황한 것은 주최측. “책에는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는데, 또 논의가 이렇게 흘러버리네요. 이 작은 모임도 소통이 안 되는군요.”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선애 정책실장이 분위기를 진정시켰고, 창비측은 황급히 자리를 끝냈다. 한국사회에서 헌법 논의가 이뤄지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손제민 문화1부 기자〉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손제민 기자가 그러하듯이, 홍윤기의 태도에서 의뭉스러움을 느끼고 진정성의 결여를 비판할테지만, 개헌론을 지지하는, 혹은 그에 환장한 사람이라면, 홍윤기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담론이 굴러가는 방식 그 자체이다.

굵은 글씨 강조는 내가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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