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0

올해 외시 떨어졌어염

제기랄 ㅠㅠ

자자 진정하고 침착하게 생각을 해봅시다...

내가 2007년 외무고시 1차 시험에서 떨어지게 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PSAT를 너무 우습게 봐서, 아예 준비도 안 하고 있다가 시험 약 세 주 전부터 하루에 길어야 30분 정도 문제집을 깨작거린 게 전부이다. 그것도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중 자료해석만 준비했다. 언어는 껌이고, 상황판단은 상황을 잘 판단하면 되겠지, 뭐 이따위 마인드였던 것. 결과는? 80점은 나오리라고 기대했던 언어가 70, 모의고사에서 60점대였던 자료해석이 쑥 올라서 70, 단 가채점 기준으로, 그리고 아무 대비를 하지 않았던 상황판단이 50점. 그리하여 평균은 63.33이었고 절망감에 빠진 나는 의정부에서 외박 나온 친구가 잡아놓은 여관방에서 라면 끓여놓고 소주 먹으며 밤새 발광을 했다.

여기서 커트라인이 한 65점 정도로 나왔더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을 텐데, 문제는 발표된 합격선이 바로 63.33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나의 실제 점수는 60.83. 자료해석에서 세 문제를 추가로 틀렸다. 오늘 아침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친절하게도 문자로 가르쳐주길래, 대체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아마 38에서 40번까지 세 문제의 답이 시험지 위에서와 답안지 위의 마킹에서 서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난 그것들을 풀긴 풀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고, 그래서 별표를 쳐놨는데, 마지막에 마킹을 하면서 그냥 3번으로 주르륵 줄 세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시험지에서는 바꾸지 않았고, 가채점을 하면서는 내가 다른 답을 찍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내 평균이 63.33이라는 잘못된 정보 하에 올 한달을 기다리며 보냈다.

시험을 우습게 보고 특정 과목만 공부했다는 것부터가 떨어져 마땅한 짓거리이다. 그리고 나는 시험장에서, 풀어놓고도 나 자신의 선택을 믿지 못해 어설픈 찍기를 감행하고 말았다. 최초의 선택을 따랐더라면 아슬아슬하게, 혹은 언어에서 바꿔서 틀린 문제도 맞았을 테니 두어 문제 여유롭게 붙었을 것이다. 아, 이런 식으로 가정법을 자꾸 떠올리는 건,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핵심은 내가 아예 대비를 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시험을 같잖게 봤다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떨어지자 나름대로 충격을 받아서, 술 마시러 나오라는 한윤형의 전화를 뿌리치고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다가 분노의 라면까지 끓여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발 공부 좀 하자.

댓글 4개:

  1. 핵심이야 어떻든, 공부 조금만 하면 붙겠는데요. 이번은 지나갔고, 다음번엔 당첨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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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핵심이야 어떻듯, 공부 조금만 하면 되겠는데요. 이번이야 지나갔고, 다음번엔 반드시 당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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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이런 식으로 가정법을 자꾸 떠올리는 건,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이 글의 백미. 분노의 키보드질을 날리는 노정태의 표정이 떠오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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