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0

폴 크루그먼: 이미지 너머 실체

폴 크루그먼: 이미지 너머 실체


-뉴욕 타임즈, 2007년 2월 26일

육년 전 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지적 능력과 정서적 절제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던 한 남자가 어찌어찌 해서 결국 이 나라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게 어떻게 벌어진 일일까? 첫째, 그는 일찌감치 큰 돈을 묶어둠으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고등학교 인기 투표처럼 다룬 상당수의 뉴스 매체에 의해 열정적으로 고무된 여론에 따라, 그는 백악관의 나비 날개와 천공밥1) 안쪽을 얻어낼 수 있었다. 성공적이지 못했던 후보가 그의 옷차림새와 식상함에 대한 끈덕진 앵무새 소리의 표적이 되어 있는 동안, 성공적이었던 후보는 그가 같이 빈둥거릴만한 재미있는 친구로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정책 제안에 대한 복잡한 수학 문제를 무사통과 하는 것과 더불어, 솜방망이 심사를 받았다.

오늘날, 대통령의 실책 덕에 사망한 수천의 미국인과 수만의 이라크인 앞에서, 알카에다의 재부흥과 파열중인 아프가니스탄 앞에서, 당신은 우리가 뭔가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기 징후들은 고무적이지 않다.

"대통령 선거는 큰 규모의 고등학교 투표에요, 당연하죠,"라고 지난달 뉴스위크의 하워드 파인맨은 선언했다. 오, 이런 맙소사. 그러나 파인맨 씨에게 공정하도록 덧붙인다면, 그는 힐러리와 오바마 사이의 거의 내용 없는 경쟁 구도, 현 시점에서 누가 더 유명인이며 굵직한 기부자를 묶어놓을 수 있느냐에 관한 투쟁인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미 충분하다. 이 선거는 정책 선거가 되게 하자. 대선 후보들에게 이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그들의 제안을 설명하게 하고,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그들을 판단하자.

나는 반박 논리를 알고 있다. 당신은 대통령이 마주칠 도전이 무엇이 될지를 미리 말할 수 없기에, 정책적인 세부사항이 아닌, 그 사람에 대해 투표해야 한다고.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공적 이미지는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딕 체니가 진중해 보이던 때를 기억하는지? 그들이 어려운 정치적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을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다.

하여 여기 민주당 지지자들을 위한 몇 개의 질문이 있다(공화당에 대해서는 다른 시간에 말하기로 하겠다).

첫째, 건강 보험 위기에 대해 그들이 제안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앞서나가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은 그들이 일반 적용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오직 존 에드워드만이 구체적인 제안을 들고 왔다. 그 외에는 그저 광범위한 일반론--오바마 씨의 경우, 환상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일반론--을 실체 없이 제시했을 뿐이다.

둘째, 예산 축소에 대해 그들이 제안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주당 내에서는 예상 강경파, 즉 클린턴 시절의 경기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지적하는 사람들과, 공화당원들이 빌 클린턴이 어렵게 이루어낸 흑자를 부자들을 위한 감세와 물색없는 전쟁을 위해 탕진하였는지를 지적하며, 일반 건강 보험같은 다른 분야에 예산 절감보다 더 높은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는 사람들 사이의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드워드 씨는 반 예산 강경파의 편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클린턴 여사와 오바마 씨는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나는 아는 바 없다.

셋째, 세금에 대하여 후보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부시의 감세안 중 많은 수가 2010년에 시효만기 되도록 예정되어 있다.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그것들이 연장되어야 할까? 그리고 역 최소세, 무언가 마련되기도 전에 수천만의 미국 중산층을 강타할 그것에 대해 후보들이 제안하는 것은 무엇인가?

넷째, 후보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파놓은 구덩이에서 어떻게 미국의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모든 민주당 측 사람들은 크건 작건 이라크에서의 철수에 호의적인 것 같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은신처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이 뭐라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레임덕 정권이 이란에 폭격을 시작하면 그들은 무엇을 할까?

이념적 리트머스 시험지를 제공하는 것은 이 질문들의 핵심이 아니다. 요점은, 대신, 후보자들의 판단력, 진지함, 그리고 용기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대답하느냐가 대답하는 내용만큼 중요하다.

비록 오늘 칼럼이 민주당에 집중하고 있더라도, 공화당 후보들이 이 굴레를 벗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해야겠다. 특히, 누군가는 루디 줄리아니, 공화당의 선발 주자가 된 듯한 그가, 자신이 9/11 당시 한 일에 독점적으로 매달리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육년간 우리는 뭉칫돈을 뒤에 챙겨두고 있어서 후보로 선출되고, 카메라 앞에 잘 서서 대통령으로 당선(비슷하게)된 어떤 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진 피해를 목격해왔다. 우리는 다음 대통령을 이미지가 아닌 실체의 원칙에 입각해 골라야 한다.

07. 3. 1. 초벌 번역
07. 3. 29. 번역 검수

1) 나비 모양으로 복잡하게 생긴 투표 용지와, 천공밥이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를 놓고 재검표 소송이 벌어졌던 미 대선 상황에 대한 언급. 내 능력으로는 이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을 수가 없었음.


* The original text

Paul Krugman: Substance Over Image


--The New York Times, February 26, 2007

Six years ago a man unsuited both by intellect and by temperament for high office somehow ended up running the country.

How did that happen? First, he got the Republican nomination by locking up the big money early.

Then, he got within chad-and-butterfly range of the White House because the public, enthusiastically encouraged by many in the news media, treated the presidential election like a high school popularity contest. The successful candidate received kid-gloves treatment — and a free pass on the fuzzy math of his policy proposals — because he seemed like a fun guy to hang out with, while the unsuccessful candidate was subjected to sniggering mockery over his clothing and his mannerisms.

Today, with thousands of Americans and tens of thousands of Iraqis dead thanks to presidential folly, with Al Qaeda resurgent and Afghanistan on the brink, you'd think we would have learned a lesson. But the early signs aren't encouraging.

"Presidential elections are high school writ large, of course," declared Newsweek's Howard Fineman last month. Oh, my goodness. But in fairness to Mr. Fineman, he was talking about the almost content-free rivalry between Hillary Clinton and Barack Obama — a rivalry that, at this point, is mainly a struggle over who's the bigger celebrity and gets to lock up the big donors.

Enough already. Let's make this election about the issues. Let's demand that presidential candidates explain what they propose doing about the real problems facing the nation, and judge them by how they respond.

I know the counterargument: you can't tell in advance what challenges a president may face, so you should vote for the person, not the policy details. But how do you judge the person? Public images can be deeply misleading: remember when Dick Cheney had gravitas? The best way to judge politicians is by how they respond to hard policy questions.

So here are some questions for the Democratic hopefuls. (I'll talk about the Republicans another time.)

First, what do they propose doing about the health care crisis? All the leading Democratic candidates say they're for universal care, but only John Edwards has come out with a specific proposal. The others have offered only vague generalities — wonderfully uplifting generalities, in Mr. Obama's case — with no real substance.

Second, what do they propose doing about the budget deficit? There's a serious debate within the Democratic Party between deficit hawks, who point out how well the economy did in the Clinton years, and those who, having watched Republicans squander Bill Clinton's hard-won surplus on tax cuts for the wealthy and a feckless war, would give other things — such as universal health care — higher priority than deficit reduction.

Mr. Edwards has come down on the anti-hawk side. But which side are Mrs. Clinton and Mr. Obama on? I have no idea.

Third, what will candidates do about taxes? Many of the Bush tax cuts are scheduled to expire at the end of 2010. Should they be extended, in whole or in part? And what do candidates propose doing about the alternative minimum tax, which will hit tens of millions of middle-class Americans unless something is done?

Fourth, how do the candidates propose getting America's position in the world out of the hole the Bush administration has dug? All the Democrats seem to be more or less in favor of withdrawing from Iraq. But what do they think we should do about Al Qaeda's sanctuary in Pakistan? And what will they do if the lame-duck administration starts bombing Iran?

The point of these questions isn't to pose an ideological litmus test. The point is, instead, to gauge candidates' judgment, seriousness and courage. How they answer is as important as what they answer.

I should also say that although today's column focuses on the Democrats, Republican candidates shouldn't be let off the hook. In particular, someone needs to make Rudy Giuliani, who seems to have become the Republican front-runner, stop running exclusively on what he did on 9/11.

Over the last six years we've witnessed the damage done by a president nominated because he had the big bucks behind him, and elected (sort of) because he came across well on camera. We need to pick the next president on the basis of substance, not image.


우리는 같은 기준을 한국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명패 한번 화끈하게 던졌다고, 남들이 차마 입 밖에 내지 않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고 대통령이 된 한 사나이가 저지르고 있는 패악을 우리는 겪었고 또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니 2007년 대선 후보들은, 말하자면 '정책적 인물론'에 의해 선별되어야 하고, 그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과연 대선 후보들은 건강 보험 예산 파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더불어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 대충 좋은 소리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면서도 가장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영향을 맺고 있는 부분이기에, 우리는 바로 이 질문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둘째, 한미 FTA 자체에 대해, 혹은 그것이 불러일으키고 있을 파장에 대해 어떤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가? 민주노동당의 모든 후보들과 김근태, 천정배는 확실한 대립각을 세운 상태다. FTA에 찬성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가능한 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슬기롭게' 해결하자는 식의 답변을 하는 사람을 진지한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는 말자.

셋째,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건 대선 상황에서 대북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황이 좋으면 그냥 좋은 소리로 넘어가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답형 선택지가 아닌 논술형 대답을 요구해야 하며, 햇볕정책을 유지하거나 폐기하려 하는 이유에 대해 캐물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핵심은 '내수 경기를 어떻게 부흥시킬까요?' 따위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747 독트린이라느니 뭐니 하는 거짓 구호에 놀아나는 첩경일 뿐, 그 어떤 실체적인 검증 효과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구조 모순은 결국 부동산 거품 붕괴나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데, 부동산의 경우 자기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서민층의 욕망의 안개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감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번쩍 차릴 수밖에 없는 주제를 던져놓은 후, 그 후보자가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안티조선이라는 시민사회 운동마저도 한 사람의 정치인을 위한 구호로 전락하게 되었던 지난 날의 전례를 생각해볼 때, 역사적 대의로서의 함의를 띄는 테마들보다는,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되는 구체적인 주제들을 우선적으로 물고 늘어져야 한다. 차차기 대선에서는 고즈넉한 마음으로 미국 대선을 관전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정말 잘 뽑아야 할 것이다.

댓글 4개:

  1. 제 블로그에 링크 추가했습니다. :) http://mbaer.tistory.com입니다. 좋은 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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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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