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읽은 다음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학교 새내기 무렵에는 그냥 노트에 샤프로 책의 내용과 감상을 옮겨 적었다. 기본적으로 악필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하나의 색만 이용해서 정리를 하면 내 생각과 책의 본래 내용이 구분되지도 않는다.
'독서 일기'도 비슷하다. 일종의 자기 수양으로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일기'를 바탕으로 2차 저작물을 생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컨대 정확한 인용과 서지 정보를 쌓아놓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마다 온갖 방법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관리한다. 이게 무서운 것이, 애초부터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면 모를 일이지만, 한 번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보다 더 좋은 어떤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자기관리 중독자, 다이어리 광들이 '어떻게 해야 더 시간관리가 잘 되는 다이어리 구성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maximizer가 되고자 한다면 끝없는 불안과 회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료 수집 및 정리 체계를 갖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습득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공계와 인문계는 저널에 논문이 올라오는 속도와 주기 자체가 다르다. 빨라야 분기 단위로 연구가 진행되는 인문계에서는 RSS를 통한 실시간 저널 구독이 그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반면 텍스트를 인용하고 그에 주석을 다는 기능은 훨씬 더 중요하고 절실해진다. 그래서 많은 인문계 대학원생들이 Endnote를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알고 있다. 서지정보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그리 큰 의미가 없으며, Endnote는 노트 정리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문과쪽 학생들은 그냥 복사물을 쌓아두는 식으로 자료를 수집한다.
조테로의 경우 서지정보 관리와 노트 수집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상당 수준 이상 충족시켜 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2월 23일 1.5 베타가 공개되면서 '노트 정리'가 진일보했다. 그 전까지는 Only Text로만 관련 정보를 정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밑줄을 긋고 굵은 글씨를 쓰고 불릿 마크를 다는 식의 편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 일일이 손으로 html코드를 입력해서 강조 지점을 만들었던 내 입장에서도, 아주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zotero에 저장된 서지 정보(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그 서지 정보에 추가된 인용 노트(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조테로가 지닌 최고의 장점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웹에서 본 것을 그대로 저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조테로는 자체 내장된 웹 스크린샷 기능을 제공한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을 '학술 연구' 등의 고상한 목적이 아니라, '인터넷 논쟁'이라는 저열한 차원에서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리플을 지우고 도망가는 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의견 교환을 일삼는 자라면, 한번쯤 파이어폭스를 다운받고 조테로를 설치해볼만 하다.
아, 공부해야 되는데...
관련 사이트
zotero 영문 홈페이지
zotero 한글 홈페이지
Clio님의 zotero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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