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7

돼지독감, 아프가니스탄 동물원

미디어스에 격주로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다. 첫 꼭지로 '돼지독감'에 대해 썼다. "돼지가 독감에 걸린 날"(미디어스, 2009년 5월 6일) 참조. FP 마감을 하느라 밤을 새면서 쓴 것이어서,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링크를 걸어도 어차피 안 읽을 사람들은 죽어도 안 읽을 것이므로 결론만 요약해보자.

국내의 현 의료 체계를 놓고 볼 때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사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전 국민에게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현재 추진되는 의료법 개정은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럼에는 두 번째 문장의 주장을 대놓고 개진하지 않았지만 요점은 그거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감염된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인구 밀집 지역에서 병을 '참고' 있을 때이다. 감염자가 늘어날 뿐 아니라 변종이 생길 가능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겁나서 병원 못 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위험하긴 하지만 '독감'에 불과한 질병이 '재앙'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돼지독감'이라는 이름 때문에 여기 저기서 코미디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탈레반이 지배하는 나라답게 '공식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돼지는 단 1마리이며, 당연히 동물원에 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돼지독감을 우려해서 동물원측은 그 외롭고 쓸쓸한 돼지에 대한 격리 조치를 단행했다고 한다.


바로 그 공포의 돼지 (ⓒ로이터)



기사를 읽어보면 더 골때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1992년에서 94년까지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내전 기간 동안 동물들이 많은 수모를 당했다. 무자헤딘 전사들이 동물원에 쳐들어가 사슴과 토끼를 잡아먹고 코끼리를 쏘아 죽인 것이다.

거기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무자헤딘 전사는 사자 우리의 철창을 넘어 들어갔다가 마르잔이라는 이름의 사자에게 물려 죽었다. 그러자 다음날 그 남자의 형이 쳐들어와 사자에게 수류탄을 투척하여, 마르잔은 이빨 빠진 장님 사자가 되어버렸다. 마르잔은 이후 2002년 고령으로 죽었고, 지금은 동물원에 대신 두 마리의 사자가 들어와 있다고 한다.


아프간 내전의 희생자, 애꿎은 사자 (ⓒ로이터)



여기까지 쓰고 보니 어떻게 결론을 내야 할지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다. 억지로라도 마무리를 지어보자. 오늘의 교훈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의료법 개정은 더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돼지독감'이라는 말만 듣고 동물을 괴롭히거나 하지 말자. 아무리 내전중이라고 해도 동물원에 침입해서 동물을 잡아먹거나 사자우리에 뛰어들거나 해서는 안 된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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