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양혜왕 상편의 첫 문답. 먼 길을 온 맹자에게 양혜왕이 묻는다. “어르신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겠군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시면 대부大夫[관직자]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 가家에 이익이 될까?’하고, 사士와 서민들도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익이 될까?’ 하게 됩니다.”(맹가, 안외순 옮김, 『맹자』(서울: 책세상, 2002), 15쪽.)
천안함의 침몰
이후 북풍 몰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스페인에서 발생한 은행 국유화 사태와 맞물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크게
치솟았다. 지방선거에서 줄곧 ‘정권 심판론’을 밀어붙이던 ‘범 야권’은 호기를 잡은 듯 바로 그 지점을 문제삼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쟁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세력이며, 심지어 그것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한명숙 후보는 직접적으로 한나라당을
‘전쟁’으로, 스스로를 ‘평화’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5월 28일 내걸린 새로운 플래카드에는 “전쟁을 막는 현명한 선택,
한명숙”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것이다.
그럼 전쟁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한나라당과
정부가 주도한 북풍 몰이가 한반도에 긴장 상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주가는 급락했고 환율과 금값은 엄청나게
뛰어올랐다가 정부의 강경 태도가 다소 누그러들자 그에 맞추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풍을 통해 보수적인 표심을 결집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경제 지표가 흔들리는 것은 여당의 선거 전략에 전혀 이롭지 않은 현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북풍에 대한 ‘경제적’ 비판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선거용 북풍 장사질 때문에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이
손해를 대체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냐고 말이다.
주요 경제지표만을 놓고 볼 때 그 말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전쟁에 대해서는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렇게 요구되는 평화는 과연 진정한 평화일까, 아니면
일종의 님비(NIMBY) 현상처럼 ‘피 튀기는 일은 내 앞마당에서 하지 말라’는 집단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계속 읽기(한겨레 훅 링크)
* 한겨레의 오피니언 사이트 '훅'에 보낸 칼럼입니다. 저작권 관계상 전문을 블로그에 올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무역을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말한 독일 대통령이 어제 사임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여기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이라크 전쟁 당시 고위직에 있던 정치인이 '사람 하나 죽었다고 파병 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이라크 전쟁 참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극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그저 '주가 떨어지고 환율 높아지니까 아이패드를 지를 수가 없잖아!'라는 유치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투정 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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