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묻고 싶은 것이 있다. '투표합시다'라고 외치는 온갖 캠페인의 제작자들은, 그것을 본 누군가가 한나라당을 찍으러 간다고 말해도
좋은가? '예'라고 대답한다면 그 사람은 정치운동이 아니라 한낱 공익광고를 하고 있을 뿐이니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그 사람은 공익광고를 빙자한 특정한 정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운동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공익광고의 탈을 쓴 정치운동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선관위가 '선거 관리'의 탈을 쓰고 벌이는 온갖 편향적 행동들과 다를 바 없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4대강 홍보는 그냥 두고 4대강 반대는 제지한다. 투표하자고 말하면서 한나라당 찍는 것은 안 된다는 복선을 까는 것은 원론적으로 볼 때 선관위의 그러한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왜 '우리편'에게 항의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런 비판을 굳이 하는 이유는, 공익광고를 빙지한 특정한 편향적 정치행위 자체가 갖는 해악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관위의 편향적 행동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공공성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투표합시다'라고 쓰고 '민주당·국참당 찍읍시다'라고 읽는 분들께 묻고 싶다. 당신들은 선관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선관위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행동은 어떻게
보일까? 역시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양극단의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는 '공정함'이라는 기준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솔직하게 찍고, 정직하게 찍으면 된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찍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재 잘못된 선거 제도 및 정치 구도에 대한 비판은 불가능한 일이 될테니 말이다.
솔직하게 찍고 정직하게 설득하라. 담백하게 비판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번 선거와 관련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들 중
하나다.
첨언: 설령 '진보신당 찍자'는 복선을 깔고 '투표합시다'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 비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 논지는 '공익광고가 진정 공익광고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내버려두자'는 것이다. 진보신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운동이 벌어진다면 나는 그것 역시 비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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