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2

2010 지산 락 페스티벌 회고(1)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서는 '나는 내가 루저라고 생각해'이다. 일종의 '루저-되기'인데,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음악의 생산자 및 수요자가 사전적 의미에서의 루저, 즉 사회적 낙오자는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장기하의 중얼거림과 칭얼거림의 경계는 한없이 좁아진다. 중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락 페스티벌에서 꼭 빠른 템포로만 노래 부르라는 법 있나요 어쩌구 저쩌구 칭얼거리는 멘트를 날리고, 숨이 턱까지 받쳐 헉헉거리며 돌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대변인. 하지만 정작 관객들은 '미미 안 나왔어? 미미 안 나와? 그 춤 안 춰?'라고 투덜거리고 있었으며, 그걸 짐작한 장기하도 '스페셜 게스트는 없습니다'라고 못을 박았지. 장기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모니터로 본 동영상 속의 그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것은 밥 딜런이 일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을 때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이런 음악'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 '저런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이런 동영상'을 '직관'하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그냥 내 음악입니다'를 들려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일 수밖에 없다. 해상도도 다르고 화질도 다르고 음색도 다른 각자의 스크린을 머리 속에 넣고, 그 원본과 비교하여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워 죽을 것 같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