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7

에바 TV판을 아주 오랜만에 봤는데

  1. 신지한테 미안해졌다. 신지’만’ 찌질하다고 생각하고 막 욕하고 그랬었는데, 그냥 그 세계가 통째로 찌질함.
  2. 내 마음속의 누님 캐릭터였던 미사토를 떠나보냈다. 현재의 내가 미사토보다 나이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어렸을 땐 당차고 멋있고 애틋하고 가슴도 크고 그래서 좋아했는데, 지금 보니까 신지랑 별로 다를 바 없음. 근데 그건 그 세계가 그냥 다 그래서 딱히 탓할 수도 없고, 그냥 안녕…
  3. 작화의 퀄리티와 복붙 수준이 매우 경탄스러웠다. 인류보완계획까지 3년여 남은 시점에서 에바를 복습하는 사람들은 30초 넘는 정지화면에 대사만 왔다갔다하는 장면들을 ‘연출’로 이해해줄만큼 너그럽지는 못했다.
  4. 이 총체적 찌질 월드 속에서, 인조인간 레이 2호가 가장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 같다.
  5. 이카리 겐도와 신지 부자에게는 근거 없이 여자를 호리는 페로몬이 뿜어나오는데, 특히 전자의 페로몬에 기대어 인류보완계획이 추진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 즐겁게 보는 건 좋은데, 야시마 작전 이후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같은 대사를 보면서 ‘푸헤헤’하고 웃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 시퀀스 전체에 대한, 해당 대사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단지 뒷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시대의 것을 그렇게 맥락 없이 조롱하는 것은 너무도 촌스러운 일이다.
  7. SF&판타지 도서관 좋더라. http://www.sfl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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