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7

[2030콘서트]북한은 누구의 것인가

[2030콘서트]북한은 누구의 것인가



입력 : 2014-01-07 20:46:23ㅣ수정 : 2014-01-07 20:46:23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미 우리는 그의 기자회견뿐 아니라 질의응답까지 모두 대본대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가 내놓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국정 방향 및 현 정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통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반도의 통일은 경제적 재도약의 기회라고, 우리의 대통령께서는 친히 ‘대박’이라는 서민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강렬한 지침을 선사하신 것이다. 대통령 가사라대, 통일은 대박이다.

이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값싼 노동력이나 천연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경제란 어떤 단위 내에서 벌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총합이다. 한국은 현재 생산력에 비해 내수시장의 소비력이 부족한 나라다. 값싼 노동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노동력이 너무 값싸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더 적은 시간 노동함으로써 남는 시간과 돈으로 소비를 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출산율이 높아진다. 그것은 남북통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해버린 탓에, 향후 북한 문제는 ‘대박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진보진영은 이렇게 또 한 번,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숙제가 지워져 있음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처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사실 박근혜 정부와 야권 일반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진보진영에는 북한의 ‘김씨 왕조’를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 정부로 떠받들고 신성화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들과 맞서기 위해 북한 문제를 아예 처음부터 고려하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또 다른 세력이 있었다. 전자는 현재 내란음모죄로 형사소송을,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기다리는 상태이며, 후자는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정치세력 중 거의 대부분은 북한을 ‘잡아먹어야 할 돼지’쯤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인권 따위 신경 안 쓰고 함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빈 땅에 아파트와 빌딩을 짓고 높은 임대료를 받아내거나 건물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북한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성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더하고 뺄 것 없이, 한국의 근대사 교육에서 가르치는 ‘사악한 일제’가 조선을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이다.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원을 수탈하는 대상, 즉 식민지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한민족, 동포, 안타까운 우리 혈육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단 7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힘을 잃어가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정권에서 정당성을 찾는 시각은, 법원의 판결과는 무관하게, 역사적 오류임이 실증된 상태다. 문제는 그 외의 시선,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남과 북의 거주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의 토대가 될 만한 사고방식이 아직 우리에게 개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것은 매우 통탄할 일이다. 때늦은 후회겠지만, 박 대통령의 입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기 전에, 이른바 NL과의 싸움을 통해 진보진영은 바로 그것을 만들고 대비했어야 했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칼럼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진보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장주의적 시각을 형성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북한이라는 ‘대박 시장’의 정보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해야 하는가? 북한 웹사이트는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하다. ‘김정은 눈썹 반토막’ 따위가 과연 ‘대박 투자 정보’인가? 눈썹연필 공장이라도 차려야 하나?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하려면, 국민들이 스스로 북한을 알게 하라. 공정한 정보와 기회의 제공 없이 시장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대박’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제공하며, 한국인들의 탐욕을 들쑤신 채, 북한에 대한 정보를 틀어쥐고, 새로운 북풍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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