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FeFe2015 @moonformee @resist8765 따가운 지적 직접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의 글이 답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적해 주신 부분은 잘 염두에 두겠습니다.
https://twitter.com/jtbcfc/status/598350930543706112
자신이 지난 150회 동안 팩트체크를 어떻게 진행해왔는지, 그 속에서 성평등과 관련된 내용들을 언제 어떻게 다루었는지 해명한 앞의 두 문단을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회차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인용해보자.
마음에 안드셨던 해당 방송의 경우 WEF 발표가 막 나온터라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차원에서 지수산정방식을 분석한 것이며, 역시 결론에서는 기업임원의 남녀 비율, 사회진출비율 등으로 볼 때 양성평등의 길이 멀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부분적인 내용만 발췌된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시청자분들께 그런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서운함을 드린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성평등 문제에 있어선 어떤 바이어스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도권 언론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중 적잖은 이들은 여성들이 성평등과 관련해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 그냥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김필규 기자는 이 문제제기가 큰 논란으로 번지거나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해당 꼭지를 만드는 취지와 비판에 대한 소회를 정직하게 밝혔다. 이것은 매우 상식적인 대응이지만 최근 언론과 방송계의 소수자 인권 감수성이 비상식적 수준을 노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과 대조했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필규 기자는 자신이 WEF의 통계를 지적한 방식이 왜 잘못되었는지 명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 제기를 한 많은 사람들은 팩트체크의 해당 꼭지를 방송으로, 혹은 재방송으로 전부 본 사람들이다. 일부 화면만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고 트집을 잡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부분적인 내용만 발췌된 것은 아닌지" 아쉬워하기 전에, WEF의 통계에 대한 자신의 분석 방법을 검토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쓴다.
그에 대해서는 나 자신의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트위터 사용자 코르기에르고숨(https://twitter.com/corgit_corgit)님이 정확한 지적을 해주셨으므로, 그 트윗들을 길게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자.
1. GGI는 실제로 여성이 누리는 사회적 자원과 기회의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예컨대 프랑스(16위)의 여성은 필리핀(9위)의 여성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 의료복지를 누리지만 그런 국가별 수준이 반영되지 않는다. 단지 "격차"만을 반영한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370333765632
2. 또한 국가별 고유한 정책이나 문화, 관습 예컨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나 여성 성기절제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한 한계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jtbc 김필규 기자의 지적은 문제가 있다.
/https://youtu.be/zrpxhvz8Jj0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422796128256
3. 먼저 WEF는 4개 부문(경제, 교육, 건강, 정치), 14개 항목을 바탕으로 GGI를 산출한다. 각 항목별 가중치는 존재하고 부문별 가중치는 없다. 예컨대 건강부문에서 남성대비 기대수명(0.307)보다 낙태되지 않을 확률(0.693)이 두 배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499186978816
4. 넘는 가중치를 가진다. 하지만 "각 부문별 지수는 가중치가 없이" 더해서 4로 나눈다. 그럼 국가별 GGI가 나온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558418939904
5. 김기자가 지적한 대학진학률을 포함하는 교육부문은 26개 국가가 만점인 1점을 받고 100위 국가가 0.9693점을 받는다. 즉 다른 부문에 비해 격차가 매우 좁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637871710208
6. 한편 건강부문 역시 격차가 좁은데 35개 국가가 0.9796점으로 공동 1위이고 100위인 국가가 0.9694점을 받는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723401887744
7. 이에 반해 정치부문은 국가별 격차가 심하고 이 부문 상위8개 국가가 순서만 바뀌면서 종합 8위를 모두 차지한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808667897856
8. 경제부문은 가장 고르게 분포하는 편이다. 즉 "정치, 경제부문"에서 종합순위가 판가름 난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2908899176448
9. 결론: 한국의 교육부문 순위를 핑계로 WEF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의 GGI 순위가 매우 낮은 것은 교육부문의 평가방식이 아니라 "정치, 경제부문"의 순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5552405471232
10. 웃픈 점은 정치부문에서 가장 가중치가 높은 '50년간 여성 국가원수 재임기간'항목에서 39위를 했음. 박근혜에게 모든 영광을~
https://twitter.com/corgit_corgit/status/597815608701423616
학교에서의 시험에 비교해보자. GGI는 각 과목별로 개별 석차를 구한 후, 그 석차를 모두 더한 후 과목 수로 나눠서 전체 석차를 내는 방식이다. 국어, 영어, 수학, 기술, 가정 이라는 다섯 과목이 있다고 한다면, 국영수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힘든 중요 과목이지만, 기술과 가정은 시험 전날 교과서를 잘 외우기만 해도 괜찮은 점수가 나오는 단순 암기 과목이다.
여기서 김필규 기자는 '국영수 못하는 애들이 기술과 가정 달달 외워서 높은 순위 받아서 전체 석차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GGI는 그런 맹점을 가진 통계'라는 논점을 제기한 셈이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며, WEF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위에 인용된 코르기에르고숨님의 트윗 중 5번과 6번에서 잘 설명된 것처럼, 말하자면 기술과 가정에 해당하는 교육 및 건강 부문은 원래 그렇게 남들도 다 잘 보는 과목이다. 그건 우리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높은 점수를 받고 성적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영수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나름 우등생 그룹에 속하는 나라고, 국영수 포기한 채 기술과 가정에 올인하는 학생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기준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된 교육 및 건강 부문을 제외하고 봐도, 한국의 순위는 말하자면 '심해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은 기술과 가정에서 특별히 이익을 보지 못했지만, 국영수에 속한다 할 수 있는 경제활동참가율에서 124위, 정치 참여에서 93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은 103위, 건강은 74위다. 오히려 국영수에서 깎아먹는 점수를 미약하게나마 암기과목으로 땜빵하고 있는 그런 나라인 셈이다.
출처: Gender Gap Index 2014, Rep. Korea |
다이아몬드 그래프에서 파란 선이 한국의 점수, 검은 선이 전체 평균이다. 한국의 순위가 떨어진 건 경제와 정치에서 깎아먹은 탓이지, 건강과 교육이 '잘못 채점된' 탓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레소토의 예를 들어 '우리가 억울하게 비교당하고 있다'는 김필규 기자의 말은, 본인의 의사야 어찌됐건 '한국은 남녀평등이 이미 실현되었다'거나 '이미 여성상위 사회인데 왜 여성가족부 해체 안 하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남자들에게 악용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트위터에서 지적하고 우려를 표한 것도 바로 그 대목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회차 팩트체크의 리플을 살펴보자. 인터넷 공간에서 남자들의 여성혐오가 과대표현 혹은 과다대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나같이 일관되게 해당 방송 회차의 결론과는 거리가 먼 소리만 하고 있다. 여자들은 별로 억울할 일이 없고, 당한 것도 없는데 남자들의 몫을 과도하게 빼앗아가려 한다는 식의 볼멘소리만 가득하다. 이것이 기본적인 여론 지형이다. 그다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통계의 오류를 지적할 때에는 '후진국이 우리보다 순위가 높다'는 식의, 어떤 면에서는 다소 '아프리카 후진국'에 대한 편견에 기대고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논의를 지양해야 했다. 또한, 그 통계의 오류를 바로잡더라도 한국의 성 격차는 여전히 심해권이고 노답 수준이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고 강렬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KBS 9시 뉴스를 보다가 종종 리모콘을 돌려 팩트체크 코너를 확인하는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앞으로도 보도 방향과 개별적 사항에 대한 검증 방식을 관심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이렇게나 엉터리일 수 없다. 주요 맹점을 짚지 않고 주변 짜잘한 것들을 갖고 트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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