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0

[북리뷰]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미래의 아랍인 1, 2
리아드 사투프, 휴머니스트, 각권 1만5천원.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영화감독인 리아드 사투프의 어머니는 아랍에 대해, 좀 더 정확히는 아랍에서 온 한 남자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클레망틴 사투프는 시리아에서 온 압델 라작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게 바로 <미래의 아랍인>의 주인공인 리아드, 즉 작가 본인이기 때문이다.

197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리아드는, 아버지가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쿠데타에 성공한 카다피가 다스리던 리비아로 향했다. 1980년, 어머니까지 포함해 온 가족이 이주한 것이다. 리아드의 아버지는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범아랍주의자였고, "교육을 통해 아랍이 그 종교적 미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었다."(1권, 11쪽) 카다피가 바로 그 선봉에 선 인물이었으므로 시리아 출신이지만 리비아를 택해 아랍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미래'는 없었다. 카다피는 국민들에게 주택의 소유를 금지했고, 모든 사람은 문이 열려 있다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 권리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리아드의 가족은 처음 할당받은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카다피는 온 국민이 서로 직업을 바꾸어야 한다고 공표했는데, 그 무렵 리아드의 아버지는 리비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단, 프랑스에서 교수직을 알아보는 대신, 시리아로 향했다.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아랍에 돌아와 뭔가 '큰 일'을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낙후한 제3세계의 현실 속에서 리아드의 아버지는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아간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염소에게 돌을 던지며 즐거워하고, 리아드의 동생이 딸이면 좋겠다는 어머니를 윽박지른다. 아버지의 고향 마을에 가면 리아드의 어머니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남자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시리아에서 아이들은 동네에서 강아지와 '함께' 축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강아지를 걷어차면서 논다. 급기야 좀 더 자란 아이가 그 개를 삼지창으로 찔러 들고 깃발처럼 흔드는 모습을 보며 리아드의 어머니는 아들과 프랑스로 향하지만, 그들은 다시 시리아로 돌아간다. "리아드, 미래의 아랍인! 이제 학교로 가는 거야!" 아버지의 이 대사와 함께, 당혹해하는 리아드가 비행기를 타러 가는 모습으로 1권이 끝난다.

2권의 내용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어진다. 리아드의 눈으로 바라본 1980년대 아랍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아랍인>은 총 3권으로 예정되어 있다. 현재 2권까지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작품이 어떻게 끝날지 아직 모른다. 리아드의 어머니는 언제, 무슨 계기로 아버지와 갈라서게 될까. 리아드가 프랑스로 돌아온 후 적응하는 과정이 어떻게 묘사될까. 리아드의 아버지는 과연 시리아에서 본인이 원하던 출세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통용되던 '정치적 올바름'에 익숙한 '진보적' 시각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본인이 아랍에서 보고 듣고 겪은 종교에 의한 차별과 세속적 욕망에 의한 폭력을 모두 '까발리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리아드가 유년기를 보낸 아랍의 모습에 우리의 독재 정권 시절이 얼핏 겹쳐지기도 한다.

서구는 무조건 나쁘고 피식민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어쨌건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내 유년기의 체험담'이라는 형식 앞에서 힘을 잃는다. 저자는 마치 열두살 소년처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내가 저곳에서 계속 살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래의 아랍인>은 수작이며, 문제작이다. 어서 3권이 출간되고 다양한 감상과 논의가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2016.08.02ㅣ주간경향 1187호에 수록된 서평 원고. 교열 전 원고로 링크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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