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8

남학생 교육도 페미니즘의 문제인가

여학생들에 비해 남학생들이 집중 못하고 성적 떨어지고 사고 치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 사회적으로도 고민해볼만한 문제. 하지만 그것이 '페미니즘'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여성주의를 남성인권운동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애초에 여성을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할 때에는 몰랐지만, 여성들에게 동등한 교육과 참정권을 제공하고 나니, 지식/산업사회의 구조에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동등하고 공정한 대접을 받도록 하는 것. 낙오되는 남자들 부둥켜안는 건 별개의 문제.

남자가 공부 못하는 건 맞는데, 대학 전공에서 돈 되는 STEM은 또 남초임. 이것도 세계 공통. 페미니즘 교육의 주안점은 '얌전히 앉아있으면 칭찬받는 여자애들한테 밀려서 공부 못하는 불쌍한 남자애들'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데도 돈 안 되는 학과를 강요받는 여자애들'에게 쏠려야 하지 않을까.

남자애들이 공부 못 하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인만큼, 그것을 '한국의 페미니즘'이 해결하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 반대로 말하면, 여자애들은 어릴 때부터 몇십분씩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에 적합할만큼 억압받으며 자란다. 문명화 과정에 적응 못하는 남성성의 문제. 그 현상을 다루고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The Weaker Sex"는 그 자극적인 제목에 힘입어 널리 인용되고 있다. 저 기사의 논조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더라도, 한번쯤은 읽어봐야 함.

'학교에 적응 못하는 남자'라는 어떤 자연 상태에 가까운 생명체를 어떻게 현대 사회에 적합한 시민으로 재탄생시킬 것인가. 나도 관심이 많은 주제고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기도 함. 하지만 이걸 '페미니즘'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 입장. '남자 문제'는 남자의 문제고, 결국 남자들이 해결해야 한다.

참을성 없고 공부 못하고 말 안 듣는 남자애들이 여학생 여선생에게 끼치는 피해는 페미니즘 이슈. 하지만 그 남자애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개선시킬 것인가는 페미니즘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현실은 그런 남자애들이 '역차별' 안 당하게 근대 교육을 형해화시키자는 분들까지 나오는 지경.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적 역습, 이른바 '백래시'는, 바로 그렇게 '소외 계층 보듬기'의 탈을 쓰고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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