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연초부터 최장집 인터뷰를 거하게 했다. 나는 1월 1일자를 가판에서 구입하였는데, 1면 하단에 최장집과 이명박 두 사람의 사진을 대칭되게 배치한 그 편집 센스에 감탄하고야 말았다. 지난 블로그에서 추천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이 글을 권하고 싶다. 민주화 그 자체를 추구해야 할 가치로 놓는 그의 정치관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민주주의'라는 레토릭을 대부분의 정치 세력이 분할하여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볼 때 그것이 실천적으로 반드시 옳은 결과를 낳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최장집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가장 명료한 발언을 내놓는 사람이므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최장집도 민주노동당 분당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괄호 치고 아주 작게 껄껄껄 이라고 쓰는 기능이 내 블로그에 있다면 좋겠다.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의 단편 중 하나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었다. 새해 첫날 아침 겪은 개인적인 일로 매우 심기가 불편하던 참에, 좋은 위로를 받으며 감동적인 소설을 접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두 가지 모두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사도행전을 읽었다. 16장에서 주목할만한 부분들을 발견했다. 내용이 옳더라도 이런 식으로 떠벌이는 것은 타인을 언짢게 한다.
16 우리가 기도처로 갈 때에 점 귀신 들린 하녀 하나를 만났는데, 그는 점을 쳐서 주인들에게 큰 돈벌이를 해 주고 있었다.
17 그 여자가 바오로와 우리를 쫓아오면서, "이 사람들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으로서 지금 여러분에게 구원의 길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18 여러 날을 두고 그렇게 하는 바람에 언짢아진 바오로가 돌아서서 그 귀신에게,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령하니 그 여자에게서 나가라." 하고 일렀다. 그러자 그 순간에 귀신이 나갔다.
또한 27절에서 31절 사이의 내용에 주목해보면,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 대단히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당마다 걸려있는 저 문구는 한국 기독교의 기복신앙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으나, 여기서 간수가 말하는 바는 체포당하여 처형되지 않고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지켜낼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구원'에 더욱 가깝다. 적어도 내게는 이 대목이 당시의 초대 교회가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도망자의 위치에 처하게 될 이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차피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항변하면 탈옥 소동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25 자정 무렵에 바오로와 실라스는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다른 수인들은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26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즉시 문들이 모두 열리고 사슬이 다 풀렸다.
27 잠에서 깨어난 간수는 감옥 문들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칼을 빼어 자결하려고 하였다. 수인들이 달아났으려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28 그때에 바오로가 큰 소리로, "자신을 해치지 마시오. 우리가 다 여기에 있소." 하고 말하였다.
29 그러자 간수가 횃불을 달라고 하여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면서 바오로와 실라스 앞에 엎드렸다.
30 그리고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31 그들이 대답하였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32 그리고 간수와 그 집의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33 간수는 그날 밤 그 시간에 그들을 데리고 가서 상처를 씻어 주고,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34 이어서 그들을 자기 집 안으로 데려다가 음식을 대접하고,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집안과 더불어 기뻐하였다.
35 날이 밝자 행정관들은 시종들을 보내어, "그 사람들을 풀어 주어라." 하고 말하였다.
36 그래서 간수가 바오로에게 그 말을 전하였다. "행정관들이 여러분을 풀어 드리라고 시종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이제 나오셔서 평안히 가십시오."
37 그때에 바오로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로마 시민인 우리를 재판도 하지 않은 채 공공연히 매질하고 감옥에 가두었다가 이제 슬그머니 내보내겠다는 말입니까? 안 됩니다. 그들이 직접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38 그 시종들이 이 말을 전하자, 행정관들은 바오로와 실라스가 로마 시민이라는 말을 듣고 불안해하며,
39 그들에게 가서 사과하고는, 그들을 데리고 나가 그 도시에서 떠나 달라고 요청하였다.
40 이렇게 그들은 감옥에서 나와, 리디아의 집으로 가서 형제들을 만나 격려해 주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