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세련되고 교양 있고 세속의 인간들과 잘 어울리는 승려. 조계종 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의 불교계가 원하는 아이콘의 모습이긴 했다. '무'소유가 아닌 '너무'소유를 보여주고 있는 혜민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 소유가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종교 단체가 많은 부를 쌓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온갖 자선사업, 기부, 교육사업, 약자 돌봄 같은 가치를, 심지어 겉치례로도 동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
혜민을 옹호하기 위해 동원되는 논리 중 '무소유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도 참 이상하게 악용되고 있다. 그런 건 지나친 고행을 하거나, 굶어 죽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학대하고 밥을 안 먹거나, 차 타고 와도 될걸 굳이 걸어와서 보는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극단적 행위자들에게나 할 소리다.
조계종에도 나름의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다.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가진 종단인만큼, 승려의 재산 소유에 대해 이미 분명한 답을 내려놓았다. 당연히, 중은, 제 몫의 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
"조계종은 종단 법령인 ‘승려법’으로 소속 승려가 종단 공익이나 중생 구제 목적 외에 개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서유근, "남산뷰·뉴욕뷰 ‘건물주 논란’ 혜민 스님 “크게 반성…중다운 삶 살겠다”", 조선일보, 2020년 12월 3일.
중이라고 해서 돈 벌면 안 되냐, 정당하게 책 써서 판 돈이면 괜찮지 않냐, 이런 소리를 하는 분들을 퍽 많이 접해서 요즘 놀라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중 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은 돈벌이 자체가 목적인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후세계의 위안을 약속하며 현세의 재물과 지위를 받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공포를 이용하여,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 종교다. 따라서 종교를 이용한 돈벌이를 정당하다고 해버리면 세상은 온갖 사이비 잡종교인으로 넘쳐날 수밖에 없다.
'정당하게 번 돈'을 인정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가, 잘못된 영역에서 엉뚱한 사람을 옹호하는 논리로 오용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