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검찰 문제 단상

나는 대깨문 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진보, 심지어 윤석열에게 원한 품은 몇몇 보수 분들까지도 '검찰주의자'라는 말을 욕처럼 쓰는 걸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검사가 검찰주의자여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어떤 법조인을 검사로 만드는 건 그가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있다면 당연히 검찰로서의 직업 윤리, 가치, 금기, 도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걸 늘 새기고 지키는 게 왜 욕먹을 일인가?

아,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 수사하고 잡아넣어서? 그래서 '검찰주의자'가 나쁜 건가? 검찰총장이 우리편은 봐주고 저쪽편은 조져야 하는데 안 그래서 속상하다 이건가?

한국에서 원리원칙적인 자유주의자 해먹기 정말 힘들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말이 도깨비방망이처럼 쓰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민주주의는 다수가 소수를 쪽수로 찍어누르는 게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다수가 의사결정권의 많은 부분을 갖되 그럼에도 소수를 존중해야 민주주의다.

게다가 법이란 근본적으로 '다수의 지배'가 성립하지 않고, 성립해서도 안 되는 분야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범인이라고 몰아붙인다고 해서 결백한 사람이 범인이 되지는 않는다. 증거와 법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검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사법 기관이다. 국가를 대신하여 범죄자를 소추하고 기소하여 감옥에 넣는 것이 검사의 일이다. 따라서 검사 역시 '다수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하는 직종이다. 온 국민이 사랑하고 죄 없다고 박박 우겨도, 증거가 있고 해당하는 형법 규정이 있다면, 검사는 최대의 형량을 구형해야 한다.

이 난장판의 큰 부분은 우리 사회의 법에 대한 교양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아예 그런 대중 교양 함양에 관심이 없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약간의 재주가 있는 법조인들은 그럴싸한 포우즈 취하고 깨시민 상대로 인기 끌 궁리 뿐이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무식해서 망할 것이다. 기층 민중이 아니라, 상위 중산층 레벨에 속하는 사람들이 무식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악다구니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무말이나 갖다붙이면서 더 무식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망할 것이다.

댓글 9개:

  1. 검사가 검찰주의자인 게 당연하다면.. 식구는 당연히 가족주의자이고, 국민은 당연히 국가주의자이고, 남자는 당연히 남성주의자이고, 군인은 당연히 군사주의자여야 합니까?

    언어의 의미라는 게 절대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의사소통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생각하면 그 사회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주의자'라는 말의 객관적 의미를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건 더이상 언어라 할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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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댁이 생각하는 '-주의자'의 '객관적 의미'가 뭐길래, 제가 '임의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는 건지, 본인이 먼저 자기 생각을 제대로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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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검찰주의'라는 말의 의미는 대체로 '검찰조직의 가치나 이익을 다른 것에 비해 더 우선시하는 입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언의의 의미란 게 절대적으로 규정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님이 말씀하신 '검찰로서의 윤리나 도의를 지키는 입장'은 아니죠. 그건 님의 주위 분들에게 물어봄으로써 충분히 검증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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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검찰주의'라는 말의 의미는 대체로 '검찰조직의 가치나 이익을 다른 것에 비해 더 우선시하는 입장'이라 생각"하는 건, 결국 정권에 굴복하지 않는 검사들을 매도하기 위한 프레이밍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런 프레이밍을 거부합니다.

      참고로 저는 '검찰주의자'라는 말을 욕처럼 쓰는 댁 같은 사람은 내 주변에 두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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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 사람은 검찰로서의 직업윤리를 지키는 검사이지만 윤석열과 같은 검찰주의자는 아니다.'라는 말은 모순적인 말입니까? 그리고, '저 사람은 미국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이지만 트럼프와 같은 미국주의자는 아니다.'는 말은 모순적인 말입니까?

      언어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는데 정권이 왜 나옵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고, 그건 사람들에게 물어봄으로써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어의 의미는 임의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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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지금 댁은요, '검찰주의자'라는 말은 욕이다, 욕으로만 써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죠. 저는 그렇게 쓰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런 화법은 윤석열 한동훈처럼 조국 일가에 칼을 들이댄 검사들을 매도하는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이건 더 이상 합의가 불가능한 겁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patriot'과 오바마가 말하는 'patriot'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님은 '아니야, 검찰주의자라는 말은 원래 욕이고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없어'라고 우기고 있고요.

      웃기지 말고, 내 블로그에서 썩 나가세요.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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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서 욕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미국주의자'가 어디 욕이겠습니까?

      당연히 애매한 언어도 있고 모호한 언어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임의대로 뜻을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은 검찰조직의 가치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주의자가 아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윤석열은 검찰윤리를 지키기 때문에 검찰주의자가 맞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냥 제 생각을 간단히 말씀드렸을 뿐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좀 무례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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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댁이야말로 무례하죠. 댁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데 나는 댁이 누군지도 몰라요. '익명'이죠. 애초에 자기 소개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네가 하는 말은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났다, "임의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더이상 언어라 할 수 없"다, 따위 소리를 찍찍 내뱉은 '익명'이 바로 댁입니다. 누가 어디서 예의 같은 소리를 입에 올려?

      본인 생각을 말하고 싶으면 본인 블로그나 SNS에 끄적거리세요. 남의 블로그에 '익명'으로, 무슨 본인이 대단히 정중하고 그럴듯한 생각을 하고 있는 양 똥폼 잡으면서 '익명'으로 몇 줄 갈기지 말고.

      이 밑으로 댁이 단 리플은 다 지웁니다. 본인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시비 거는 야만인이 어디서 예의 타령이야. 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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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는 그렇게 쓰지 않겠다, 왜냐하면..'이라는 게 언어의 사회성을 무시하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겁니다. 나는
      '총각'이라는 말을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는 뜻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되는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건 언어의 의미 문제이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봄으로써 확인이 가능합니다. 혹시 물어보셨나요? 안 물어보셨죠?

      그리고 저도 댁이 누군지 모릅니다만.. 뭘 자꾸 누군지 밝히라는 겁니까? 좋습니다. 뭘 말하면 되죠? 이름?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출신지역? 성적취향?.. 뭘 말하면 저에 대해 알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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