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1

독서 목록(2015)

독서 목록(2015)

  1. 20150107 - 사이먼 레이놀즈, 최성민 옮김, 함영준 부록, 『레트로 마니아: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서울: 작업실유령, 2014)
  2. 20150114 - 슈테판 츠바이크, 안인희 옮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서울: 바오, 2009)
  3. 20150121 - James Finn Garner, Politically Correct Bedtime Stories (New York: Souvenir Press, 2011), second edition.
  4. 20150122 - 클라우스 슐리히테, 이유경 옮김,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서울: 현암사, 2010)
  5. 20150129 - 김태일,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3)
  6. 20150205 - 로빈 터지, 추선영 옮김,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서울: 이후, 2013)
  7. 20150212 - 폴 크루그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뉴트 깅리치, 아서 래퍼, 양상모 옮김, 『부자가 천국 가는 法』(서울: 오래된생각, 2015)
  8. 20150215 - 박창환, 『성경의 형성사』(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7)
  9. 20150226 - 브누아트 그루, 백선희 옮김, 『올랭프 드 구주가 있었다』(서울: 마음산책, 2014)
  10. 20150305 - 김영란, 김두식 지음,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경기도 파주: 쌤앤파커스, 2013)
  11. 20150305 -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김도현 옮김,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서울: 책세상, 2010)
  12. 20150318 - 캐스 선스타인, 이시은 옮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경기도 파주: 21세기북스, 2015)
  13. 20150319 - 옌스 죈트겐, 크누트 푈츠케 엮음, 강정민 옮김, 『먼지 보고서』(서울: 자연과생태, 2012)
  14. 20150326 - 이순미, 『유리벽 안에서 행복한 나라 - 싱가포르가 이룬 부와 교육의 비밀』(서울: 도서출판리수, 2010)
  15. 20150328 - 아즈마 히로키 외, 양지연 옮김,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서울: 마티, 2015)
  16. 20150402 - 헨리 샌더슨, 마이클 포시드, 정삼기 옮김, 『슈퍼파워 중국개발은행』(서울: 매일경제신문사, 2014)
  17. 20150403 - 어반 코믹스 엮음, 이규원, 소민영 옮김, 『배트맨 앤솔로지』(서울: 세미콜론, 2015)
  18. 20150409 - 마르잔 사트라피, 김대중 옮김, 『페르세폴리스 1: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서울: 새만화책, 2005)
  19. 20150409 - 마르잔 사트라피, 김대중 옮김, 『페르세폴리스 2: 다시 페르세폴리스로』(서울: 새만화책, 2005)
  20. 20150409 - 김시덕,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서울: 메디치, 2015)
  21. 20150410 - 다니구치 지로, 세키카와 나쓰오, 『『도련님』의 시대 제1부』(서울: 세미콜론, 2012)
  22. 20150411 - 다니구치 지로, 세키카와 나쓰오, 『『도련님』의 시대 제2부』(서울: 세미콜론, 2015)
  23. 20150411 - 다니구치 지로, 세키카와 나쓰오, 『『도련님』의 시대 제3부』(서울: 세미콜론, 2015)
  24. 20150412 - 다니구치 지로, 세키카와 나쓰오, 『『도련님』의 시대 제4부』(서울: 세미콜론, 2015)
  25. 20150412 - 다니구치 지로, 세키카와 나쓰오, 『『도련님』의 시대 제5부』(서울: 세미콜론, 2015)
  26. 20150414 - 후루이치 노리토시,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서울: 민음사, 2014)
  27. 20150416 - 바바라 골드스미스, 김희원 옮김, 『열정적인 천재, 마리 퀴리』(서울: 승산, 2009)
  28. 20150416 - 노다 마사아키, 서혜영 옮김,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서울: 펜타그램, 2015)
  29. 20150418 - 모리 오가이, 권태민 옮김, 『아베 일족』(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1)
  30. 20150504 - 알랭 쉬피오, 박제성, 배영란 옮김, 『법률적 인간의 출현』(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5)
  31. 20150514 - 조엘 바칸, 윤태경 옮김, 『기업의 경제학』(서울: 황금사자, 2010)
  32. 20150514 - 오찬호, 『진격의 대학교: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5)
  33. 20150520 - 리베카 솔닛, 김명남 옮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경기도 파주: 창비, 2015)
  34. 20150521 - 폴 콜리어, 김선영 옮김, 『엑소더스 - 전 지구적 상생을 위한 이주 경제학』(경기도 파주: 21세기북스, 2014)
  35. 20150603 -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페스트』(서울: 책세상, 1991)
  36. 20150605 - 명지대학교중동문제연구소 기획, 김종도, 정상률, 박현도, 안정국 옮김, 『사우디아라비아 통치기본법』(서울: 모시는 사람들, 2013)
  37. 20150608 - 편집부 지음, 최보연 일러스트,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경기도 파주: 프로파간다, 2015)
  38. 20150618 -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옮김, 『눈먼 자들의 도시』(서울: 해냄, 1998), 개정판 2002.
  39. 20150629 - 대니얼 J. 레비틴, 김성훈 옮김, 『정리하는 뇌』(서울: 와이즈베리, 2015)
  40. 20150702 - 루이-조르주 탱, 이규현 옮김, 『사랑의 역사: 이성애와 동성애 그 대결의 기록』(서울: 문학과지성사, 2010)
  41. 20150703 - 새뮤얼 헌팅턴, 형선호 옮김,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서울: 김영사, 2004)
  42. 20150707 - 데이비드 핼버스탬, 정윤미, 이은진 옮김, 『콜디스트 윈터』(경기도 파주: 살림, 2009)
  43. 20150708 - 전인권, 『남자의 탄생』(경기도 파주: 푸른숲: 2003)
  44. 20150708 - 위르겐 하버마스, 윤형식 옮김, 『아, 유럽 - 정치저작집 제11권』(경기도 파주: 나남, 2011)
  45. 20150712 - 이황, 『공항 르포르타주』(경기도 파주: 북퀘스트, 2012)
  46. 20150715 - 알렉시스 드 토크빌, 김영란, 김정겸 옮김, 『토크빌의 빈곤에 대하여』(서울: 에코리브르, 2014)
  47. 20150724 - 김충식, 『남산의 부장들』(서울: 메디치미디어, 2012), 개정 증보판.
  48. 20150724 - 오쓰카 에이지, 선정우,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오타쿠·스토리텔링을 말하다』(서울: 북바이북, 2015)
  49. 20150724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서울: 민음사, 2015)
  50. 20150725 - 와타나베 쇼이치, 김욱 옮김, 『지적생활의 발견』(경기도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1)
  51. 20150801 - 토마스 키스트너, 김희상 옮김, 『피파 마피아』(경기도 파주: 돌베게, 2014)
  52. 20150808 - 존 브래드쇼, 한유선 옮김, 『캣 센스』(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5)
  53. 20150809 - 다치바나 다카시, 박성관 옮김, 『지식의 단련법』(서울: 청어람미디어, 2009)
  54. 20150817 - 강준만, 『새뮤얼 헌팅턴 - 미국 패권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위한 음모』(서울: 인물과사상사, 2015), 시사만인보 58, ebook.
  55. 20150817 - 안재성, 『경성 트로이카』(서울: 사회평론, 2004)
  56. 20150818 - 고종석,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경기도 고양: 로고폴리스, 2015)
  57. 20150820 - 우에노 치즈코, 나일등 옮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서울: 은행나무, 2012)
  58. 20150821 - 일본경제신문사 編, 이종구 박사 감수, 이재경 역, 『만화 세미나 일본경제  I』(서울: 소학사, 1992)
  59. 20150822 - 벨 훅스, 양지하 옮김, 『사랑은 사치일까?』(서울: 현실문화연구, 2015)
  60. 20150824 - 엘리자베스 워런, 박산호 옮김, 『싸울 기회』(경기도 파주: 에쎄, 2015)
  61. 20150824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이현철 옮김, 『맞벌이 부부의 경제학』(서울: 한언, 2006)
  62. 20150825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주익종 옮김, 『중산층의 함정』(서울: 필맥, 2004)
  63. 20150827 - 바바라 터크먼, 이원근 옮김, 『8월의 포성』(서울: 평민사, 2008)
  64. 20150829 - 다치바나 다카시, 박성관 옮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서울: 청어람미디어, 2008)
  65. 20150831 - 로빈 스턴, 신준영 옮김, 『가스등 이펙트』(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66. 20150907 -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자기만의 방』(서울: 민음사, 2006)
  67. 20150909 - 욤비 토나, 박진숙, 『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서울: 이후, 2013)
  68. 20150916 - 마라 비슨달, 박우정 옮김, 『남성 과잉 사회』(서울: 현암사, 2013)
  69. 20150917 - 박점규, 『노동여지도』(서울: 알마, 2015)
  70. 20150918 -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서울: 책세상, 2006)
  71. 20150920 - 정재원, 『숨겨진 빈곤: 여성의 빈곤은 어디로부터 오는가?』(서울: 푸른사상, 2011)
  72. 20150920 - 장림종, 박진희,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서울: 효형출판, 2009)
  73. 20150921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노옥재, 엄연수, 윤자영, 이현정 옮김, 『이갈리아의 딸들』(서울: 황금가지, 1996)
  74. 20150925 - 글로리아 스타이넘, 양이현정 옮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서울: 현실문화연구, 2001)
  75. 20150926 - 토니 주트, 조행복 옮김, 『재평가: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4)
  76. 20150927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서울: 교양인, 2013), 개정증보판, 초판 2005.
  77. 20150929 - 앤디 위어, 박아람 옮김, 『마션』(서울: 알에이치코리아, 2015)
  78. 20151004 - 스콧 애덤스, 고유라 옮김, 『열정은 쓰레기다』(서울: 더퀘스트, 2015)
  79. 20151004 - 최경봉, 『우리말의 탄생』(서울: 책과함께, 2005)
  80. 20151005 - 데이비드 몰리, 조준일 옮김, 『국경 없는 의사회』(서울: 파라북스, 2007)
  81. 20151019 - 프란츠 폰 리스트, 심재우, 윤재왕 옮김, 차병직 해제, 『마르부르크 강령』(서울: 강, 2012)
  82. 20151021 - 루돌프 폰 예링, 윤철홍 옮김, 『권리를 위한 투쟁』(서울: 책세상, 2007)
  83. 20151028 - E. H. 카, 김택현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서울: 까치, 2015), 개역판.
  84. 20151103 - 양창수, 『민법입문』(서울: 박영사, 2015), 제6판. 초판 1991.
  85. 20151108 - 제임스 워드, 김병화 옮김, 『문구의 모험』(서울: 어크로스, 2015)
  86. 20151111 - 마거릿 헤퍼넌, 김성훈 옮김, 『경쟁의 배신』(서울: RHK, 2014)
  87. 20151118 - 타일러 코웬, 송경헌 옮김, 『거대한 침체』(서울: 한빛비즈, 2012)
  88. 20151118 - 미셸 우엘벡, 장소미 옮김, 『복종』(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5)
  89. 20151128 - 조지 프리드먼, 김홍래 옮김, 손민중 감수, 『넥스트 디케이드』(경기도 파주: 쌤앤파커스, 2011)
  90. 20151201 - 로빈 월쇼,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서울: 일다, 2015)
  91. 20151205 - 토니 주트, 김상우 옮김, 『지식인의 책임』(서울: 오월의봄, 2012)
  92. 20151212 - 선우훈, 『데미지 오버 타임 1』(서울: 유어마인드, 2015)
  93. 20151212 - 선우훈, 『데미지 오버 타임 2』(서울: 유어마인드, 2015)
  94. 20151216 - 마크 라이너스, 이한중 옮김, 『6도의 멸종』(서울: 세종서적, 2014), 초판 2008.
  95. 20151216 - 미하엘 유르크스, 김수은 옮김, 『크리스마스 휴전, 큰 전쟁을 멈춘 작은 평화』(서울: 예지, 2005)
  96. 20151217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원작, 다윈 쿡 그림, 임태현 옮김, 『리처드 스타크의 파커: 헌터』(서울: 시공사, 2014)
  97. 20151227 - 이정모, 『달력과 권력』(서울: 부키, 2015), 초판 2001.
  98. 20151231 - 아툴 가완디,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체크! 체크리스트』(경기도 파주: 21세기북스, 2010)
앞 표지부터 뒷 표지까지 전부 넘겨본 코덱스 형식의 종이 묶음 중, 참고용으로 뒤적거린 책들을 제외하고, 잡지와 만화책 등을 자의적으로 배제한 후 그 중 일부는 포함시킨 목록. 여기까지 적어두고 다시 목록을 살펴보니 두 권의 전자책이 포함되어 있다.

2015-12-30

참고도서를 찾으면 도서관에 있었다

불행히도 내가 사랑하는 본이란 도시에는 너무나 많은 도서관이 있다. 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학도서관이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립도서관은 도처에 널려 있다. 달력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미진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참고도서를 찾으면 어김없이 도서관에 있었다. 수메르와 로마의 달력에 관하여 1800년대에 출판된 책들이 글자체만 현대적으로 바뀌어 재출간된 것을 비롯하여 달력에 관한 수십 종의 책을 동네의 조그만 시립도서관이 갖추고 있는 것이다. 본에 없는 책은 사서에게 부탁을 하면 다른 도시에서라도 구해서 가져다 주었다. 생태생화학을 연구하는 필자가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달력'에 관한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독일의 우수한 도서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책이 나오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본의 도서관에 감사의 말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정모, 『달력과 권력』(서울: 부키, 2015), 초판 2001. 6쪽.


내가 아래와 같은 트윗을 올리자 '인터넷에서 논문 찾아보는 법 모르시나 봅니다'라고 빈정거리던 자들이 있었는데, 나는 위에 인용한 문단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록 삼아 남겨둔다.






2015-12-29

[북리뷰] 북한의 새해는 우리보다 늦게 온다

달력과 권력
이정모, 부키, 1만2800원.

새 해가 시작되는 이맘때, 달력은 일상 속의 사물을 넘어 하나의 사유 대상이 된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은 인위적으로 단절되고 그것이 하나의 개념들을 이루어내며, 그 개념의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고 구성한 사물이 바로 달력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본에 체류중이던 생화학자 이정모는 도서관에서 독일의 과학 잡지 <게오(GEO)>를 펼쳐들었다. 1999년 1월의 일이다. 새로운 천년이 다가온다는 기대감에 전 세계가 들떠있던 시절이다. '지난 천년은 총 며칠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을 본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윤년 규칙을 조합해 답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그가 내놓은 정확한 계산보다 열흘이나 적었다. "율리우스 달력과 그레고리우스 달력의 윤년 규칙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열흘이나 틀린 것이다."(5쪽) 그 결과에 납득할 수 없었던 그는, 독일의 공립도서관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참고 문헌의 바다를 헤엄치며, 달력의 과학적 측면 및 그에 얽힌 사회 문화 권력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달력과 권력>이 탄생하게 한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1582년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로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19쪽) 정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 한 건의 살인 사건도 없었고, 그 누구도 물건을 사고 팔지 않았다. 아무도 농사짓고 밥짓고 집짓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의 칙령에 의거해, 그동안 사용하던 율리우스(카이사르) 달력의 오차를 바로잡고자 열흘을 통째로 빼버린 탓이다.

1582년 10월의 로마 달력에는 5일부터 14일까지가 빠져 있다. 하지만 이 달력은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니다. 또는 못된 폭군이 재미 삼아 백성들에게 어처구니없는 달력을 강요한 것도 아니다. 이 달력은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한 달력으로, 제대로 된 달력이었다. 어쨌든 이 달력에 따라 사람들은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밤에 잠들어 다음 날인 금요일 10월 15일 아침에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20쪽)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유럽의 열흘. 그것은 고대 로마부터 중세 유럽을 거쳐 당시까지 사용되고 있던 율리우스 달력의 오차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달력과 계절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농사에 지장이 왔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춘분을 기점으로 삼아 계산하는 부활절의 날짜 또한 맞지 않게 되었다. 부활절을 기준으로 삼는 온갖 기독교 행사들의 날짜가 어그러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유럽은 제 시간을 되찾았고, 기독교를 믿는 유럽이 세계를 재패하면서, 그레고리우스 달력은 오늘날 세계의 표준 달력이 되었다.

<달력과 권력>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아쉬운 책이다. 율리우스 달력을 거쳐 그레고리우스 달력이 확정되기까지의 문화사가 책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을 차지한다. 이후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등의 혁명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담아 만든 달력들을 소개하고 그 실패를 곱씹어본다. 그러나 이후 온갖 고대 문명의 달력들과 조선 세종때 만들어진 칠정산 등을 소개하는 대목으로 넘어가면 책의 구성에 일관성이 사라진다. 그레고리우스력을 개혁하려던 온갖 시도들이 그 뒤를 잇는데, 그 자체는 재미있지만, 책의 탄력은 이미 떨어진 상태가 되어버린다.

북한의 새해는 우리보다 30분 늦게 밝는다. 최근 시차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달력을 만들고 공표하는 것은 결국 권력의 본질 중 하나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시간을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추는 것이니 말이다. <달력과 권력>은 이러한 주제를 다룬 첫 번째 책이다. 새해에는 더 많은 과학 교양 저자들이 시간과 힘의 문제를 다뤄주면 좋겠다.


2016.01.12ㅣ주간경향 1159호에 수록된 서평 원고. 교열 전 원고로 링크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5-12-28

[별별시선]여자를 뭘로 보고?

2015년 현재 세계를 가르는 가장 큰 균열은 이른바 ‘게이 디바이드’(gay divide)라 불리는 것이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국가들을 분류해볼 수 있고, 그 경우 넘을 수 없는 간극이 관찰된다는 말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됐거나 되어가는 중이다. 반대로 이슬람국가(IS) 점령지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에 의해 처벌당하고,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국가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린치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세계는 ‘동성애자 인권’이라는 지표를 두고 반으로 쪼개지고 있는 중이다.

‘게이 디바이드’라고 하지만, 그 격차는 여성 인권을 소재로 삼더라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다시 IS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들은 공공연히 여성을 성노예로 사고팔면서, 그 과정에서 남자들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기꾼을 처벌하기까지 한다. 세계 어딘가에서는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여성 노예 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본인이 소수자에 속하지 않는 이성애자 남자 지식인들은 ‘문화적 차이’로 일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다양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낸다. 젊은 진보, 새로운 진보를 떠받쳐줄 새로운 세대의 지지자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 훨씬 관대하다. 동시에 그들은 명백한 야만과 폭력이 ‘문화적 다양성’의 탈을 쓰고 유포되는 것에 대해 단호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

2015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였던 페미니즘의 부활, 혹은 ‘새로운 페미니즘’의 가시화 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덕분에, 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포함한 여성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팟캐스트를 녹음해놓고도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문제 삼기 전까지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던 개그맨 장동민을 디딤돌 삼아, 사람들은 SNS를 통해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며 그동안 한국의 진보 진영이 소홀히 해왔던 가장 큰 사회적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터넷에는 여성혐오적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소라넷처럼 단지 언어 표현을 넘어 몰카와 ‘도촬’을 공유하며 강간 모의를 하고 실행에 옮기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그뿐 아니라 적잖은 남성 중심 웹사이트들은 오히려 소라넷을 문제 삼는 여성 커뮤니티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다시 말해 2015년 이전까지,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은 인터넷의 여성 혐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혹은 눈길이 닿더라도 ‘인터넷 하위문화라서 그렇다’는, 일종의 문화상대론적 입장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너무도 명백하게 여성과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정체성 중 일부로 삼는 무장집단이 국가를 참칭하고 있다. 더군다나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눈에 띄게 신장되고 있음에도,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를 포함한 사회적 차별이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젊은 여자들에게 ‘애 낳아서 출산율을 끌어올리라’며 성화를 부린다. 그래놓고는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줄이고, 여성 노동자가 직장에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불이익당하는 것을 방관하며, 취업 및 승진에서 남자에게 특혜를 주는 기업 관행을 묵인하고 있다. 여자, 특히 젊은 여자를 뭘로 보는 걸까? 지금까지 여성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았던 것이 더욱 이상한 일 아닌가?

올해는 긴 터널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여성혐오에 맞서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그냥 참아왔던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불편’을 표현한 덕분이기도 하다. 시간은 절로 흐를지 모르지만, 역사는 바로 그렇게, 맞서 싸우는 이들 덕분에 진보한다. 2015년은 페미니즘의 해였다. 이런 움직임이 진보 진영을 넘어 한국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입력 : 2015.12.28 21:36:35 수정 : 2015.12.28 22:11:1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82136355&code=990100#csidxda5a5459543056bb7b074ed5614c976

덧붙임: 내가 편집국에 보낸 제목은 "2015년, 페미니즘의 해"였다.

2015-12-17

[북리뷰] 기후변화, 이제는 '회의'할 시간이 없다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세종서적, 1만6천원


2010년대에 들어서 멸종된 종(種)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온난화 회의론자'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들의 세력은 건재한 것처럼 보였다. 대기 중 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 기온이 거의 확실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에 거의 모든 진지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온난화 회의론자들은 태양 흑점이나 통계의 오류 등을 운운하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받아왔던 것이다.

지난 12월 12일 파리에서 막을 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1)를 보더라도 그렇다. 전 세계 195개국의 대표단이 모였다. 그 모든 나라의 과학자와 정치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면, 이제는 더 이상 온난화 회의론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의 위험성에 대해, 늦게나마 전 세계가 눈을 떴다. 이제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국내의 여론 동향은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기후 변화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책보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던가 <쿨 잇> 같은 온난화 회의론자의 책이 더 잘 팔리는 그런 나라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겪게 될 위기가 무엇인지 아직도 실감을 못 하고 있다. 과학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가 쓴 <6>을 펼쳐보자.

이 책을 대중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기온이 2˚C, 4˚C, 6˚C씩 올라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15˚C씩 나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목요일의 기온이 수요일보다 6˚C 높다는 것은 외투를 집에 두고 나오면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기온이 6˚C 상승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23쪽)

지금보다 지구기온이 6도 낮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빙하기라고 부른다. 지금보다 5도 이상 높았던 시절도 지질학적으로 발굴되어 있다.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PETM은 지질학적 기록 중에서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태워댄 탓에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과 가장 가까운, 자연의 실제 사례"(247쪽)라고 저자는 그가 참고한 수많은 과학 논문 중 하나를 인용하고 있다.

그 시절 지구는 우리가 아는 지구가 아니었다. 바다는 뜨겁고 끈적한 산성 액체였고, 해수면의 온도가 높은 탓에 엄청난 토네이도가 얼마 남지 않은 육지를 후려쳤다. 뉴욕, 런던, 상하이 등 중요 항구 도시들이 있어야 할 곳은 진작에 물에 잠긴 상태다. 물론 인류에게는 지능과 기술이 있으므로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문명'을 결코 유지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동식물들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대신 수렵과 채집 및 작은 규모의 농업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동물'로서의 인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지구기온이 평균 3도 이상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탄소 배출량을 아무리 줄인다 한들 소용이 없다. 이미 배출된 탄소가 지구 기온을 높이고, 그로 인해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땅을 포함해 많은 곳에 묻혀있는 탄소가 더욱 배출되는, 이른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허리케인 카타리나, 2010년 러시아의 산불, 미국 서부의 극심한 가뭄 등으로 지구기온 평균 1도 상승의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온난화 회의론자들에 의해 낭비된 세월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바른 정보가 유통되고 여론이 형성되기를 희망한다.


2015.12.29ㅣ주간경향 1157호에 수록된 서평 원고. 교열 전 원고로 링크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