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비평하면서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하나의 화두가 있다면, 이렇게 담론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장르를 대함에 있어서, 적어도 나는 드라마를 비평하지 말고 드라마로부터 무언가를 논할 수 있는 경지를 추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차이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 이해하지 못하면서 솔직한 사람들은 그게 대체 뭐냐고 물어본 다음 피식 하고 웃어넘길 테고, 마지막으로, 알건 모르건 그럴듯한 문구가 나오면 자신이 원래부터 그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듯이 행세하는 자들은, 내게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이 일로 돈을 벌고 있으니 대중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이 천박한 시선을 통해 작품들을 힐끗 깔아보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고 있는 한, 이 분야에 있어서 드라마는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정성일의 영화평에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보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 영화광은 결국 영화로부터 뛰쳐나가, 자신의 독자들이 가위눌려있는 80년대의 거리 속으로 달려간다. 나는 그의 문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본의건 본의가 아니건, 지향하고 있는 바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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