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5

학문으로서의 철학

철학에 대해 알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학계의 철학자들이 하는 논의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것은 철학 연구자들이고, 진정한 철학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라고 외치겠지.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대중교양서 수준의 지식을 반복해서 읊어주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어떤 물리학자가 대중들에게 물리학의 초보적인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었다고 해도 대중들은 그게 물리학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건 물리 연구자들이나 하는 소리고, 진정한 물리학자는 우리의 표피적 관찰(가령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 같은 것)과 어긋나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라고 누군가 외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철학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자신들이 표피적으로 생각한 초보적인 논증 수준 이상을 벗어날 경우 '현학적'이라느니 '궤변'이라느니 하는 항의가 따라온다. 그러나 철학은 학문이고, 대중적으로 소화될 수 있는 것 이상의 논의들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사람들은 철학에 관심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자신들의 이런 저런 생각에 덧붙이는 훈장과도 같은 기호로서의 '철학'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진지하게 추구되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는 완전히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전자를 위해 후자의 활동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강단철학은 틀렸다, 우리가 간다!'라고 외치는 '인문 상업주의'는 바로 그런 대중적 경향성에 편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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