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실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하며 이 과정을 지켜 본 김종대 씨의 최근 책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김종대 지음. 나무와숲 펴냄)를 보면 노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고도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5월 20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여기에 있는 사람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말하는 것 전부가 나에게는 진실로 들리지 않아요. 이게 대책회의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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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폭력적인 인사 개혁을 통해 하나회를 물갈이한 김영삼의 군에 대한 카리스마와 통제력이, 김대중 시절을 거쳐 조금씩 약화되다가,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러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었다고 가정해본다면, 현재의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은 '희망의 군국주의자'로 떠받들고 이명박은 '미필 씹새끼'로 몰아붙이는 그런 도식화를 통하지 않고도.
요컨대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인간으로 구성된 기계, 즉 관료 집단과의 알력싸움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가의 문제. 이명박 정부가 특별히 외교에서 무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이미 노무현 시절부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 권력은 관료 집단의 정보 독점과 의사 결정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연속성을 지니는 정책들, 특히 외교부가 관할하는 분야는 한결같다.
이것은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 '민주주의'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은 반민주주의고 노무현은 민주주의고 이런 차원이 아니라, '선출된 권력'이 '기존의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부재한 것. 노무현 시대의 비극 중 하나는, 대통령과 지지자들 모두 '조선일보 때문이다'라는 편리한 모범답안을 가지고 그 변명을 스스로에게까지 남발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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