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2

박근혜를 사면하라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왜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사임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그의 뒤를 이어 대권에 도전하고 안위를 보호해줄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전두환은 노태우가 있었기 때문에 직선제 개헌 수용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전두환은 노태우에게 대중적 인기와 후광이 돌아오게 한 후 퇴임했고, 노태우는 대통령이 된 후 3당합당을 통해 김대중과 '재야'를 제외한 반대파를 모두 흡수했다.

물론 여당의 일원이 된 김영삼이 결국에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감옥으로 보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5공 세력에게는 나름의 탈출 전략이 존재했으며 그렇기에 직선제 개헌을 수용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넓게 잡아 친박에게 주어지지 않은 정치적 선택지가 바로 그것이다. 친박(이라는 게 뭔지 현재로서는 대단히 아리송하지만)은 마치 박근혜라는 텅 빈 인물을 데려다놓고 대통령으로 만든 후 권력을 잡았듯, 반기문이라는 또 다른 텅 빈 인물로 그 자리를 채워넣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기름장어는 박근혜의 지지율이 거덜나자 재빨리 손을 떼는 모양새이다.

박근혜에게는 퇴로가 없다. 단지 정치적 수명의 문제가 아니다(애초에 박근혜라는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정치적 야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 듯하고). 지금 하야하면 곧장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아주 원초적인 공포심이 박근혜의 결단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야권의 대선주자들 중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조건으로 사면을 약속해야 한다. 특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일수록 그러한 유화책을 내걸 때 박근혜의 사임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잘 지적하고 있다시피, 1) 박근혜는 헌법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이며 2) 시민사회는 불법적 쿠데타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를 끌어내릴 수 없다. 다시 말해 3) 박근혜가 임기를 끝내지 않고 조속하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스스로 사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뿐이다.

이 시점에서 시민사회와 대통령의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리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아직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인사권이 있고, 국정원과 일베 같은 초특급 정보 기구들도 그의 수중에 있으며, 길거리에서 덜덜 떨면서 시위해야 하는 시민들과 달리 대통령은 따뜻한 청와대에서 눈 감고 귀 막고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도 그런 식으로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버텼다. 박근혜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가 잔여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경찰과 검찰은 그냥 청와대의 편을 드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경찰의 태도가 눈에 보이게 유순해졌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권력기구이며, 청와대의 편이다. 단지 지금 여론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시위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개인을 감옥에 집어넣는 것과, 그를 청와대에서 끌어내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청와대에서 버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를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러므로 여기서 누군가는,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박근혜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사임한다면 사면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물론 수많은 이들에게 비난받겠지만, 현재 '쪽팔려서' 여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부동층들의 여론을 수습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우병우와 최태민 일가 및 김기춘의 비위를 최대한 밝혀내고 처벌할 수도 있다.

박근혜를 사면하라. 그리고 그를 청와대에서 쫓아낸 후, 박근혜 외의 모든 악인들을 처벌하라. 이러한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지지하겠다.

댓글 10개:

  1.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해서 잘 사는거 보고도 그런소리하십니까?
    박근혜씨를 사면하라구요? 당신 자녀가 부모님이 세월호 배를 타다가 무능한 정부탓으로 사망을 하고 또 그 진실마저 감추는 대통령을 사면하라고 할수 있습니까? 살인자가 하도 잡히지 않으니 제발 자수해주세요. 자수 하면 사면해주겠습니다. 와 다를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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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근혜를 처벌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한, 박근혜 주변의 모든 인물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박근혜 한 사람을 청와대에서 쫓아내야 그 외 모든 이들의 죄책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데, 그러자면 박근혜에게는 사면이나 기타 유화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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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글대로 안철수가 3당 합당하듯이 사면약속하고 개누리로 즐어가서 대통령하겠다고 하면 어쩔런지 두렵습니다.. 안철수로서는 해볼만한 딜같은데요.. 그러면 이쪽에서는 문재인대신 박원순이 나오면돼죠 뭐..우리가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면 민주주의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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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답글
    1. 사면이 아니라 박근혜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당근'이 있다면 그걸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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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허지만 박근혜를 사면시켜줄 대통령을 뽑아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만연한 사실인데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글을 써놓는지 이해가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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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개인적으로도 박근혜는 사악한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을 유도 하고 있는것 아닌가요. 감방 안가면 다시 일어설수 있다고 믿을겁니다. 우주가 도와주고 있다고. . . 역사적으로 이런식으로 사면 해줘서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봅시다. 지금 야당처럼 이런저런 잔머리로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단칼에. . 단 두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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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변에 역적들이 사면 받은 인간이 시켜서 한거라고 한목소리로 버틸텐데. . . 사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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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 이라면 걸어봐야할 카드라 여겨집니다.
    그건 마치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를 벌하기에 앞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일이 우선 이여야 하는것과 같은 거니까요.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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