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5

2016/10/30 - 2016/11/05: 두 번째 사과, 주필리핀 미국 대사, 파리협정

* 지난달 25일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대통령 취임 전 연설문 개입 등을 시인한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4일 두 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하루 전 취임 의사를 밝힌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냉장고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누군가에 의해 현 상황이 조율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현재 수사의 대상으로 오른 사안들과 그 외의 비리 의혹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이번 대국민담화의 핵심은 최순실의 혐의를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지으려 한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권력형 비리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님을 주장함으로써, 대통령직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도. 이것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혹은 내부 고발 등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심지어 제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단언하였다. 이 또한 향후 수사 혹은 내부 증언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대국민담화 중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구절을 패러디하고 있다.


* 성김 전 대북특별대표가 주필리핀 미국 대사로 임명됐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연이은 공격적 발언 및 그에 상응하는 친중 반미 행보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러셀 국무부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작은 난관에 직면했다”며 “양국을 연결하는 우정과 공통의 가치관에 변함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 혹은 태평양 전진 기지였던 필리핀 대사로 성김 전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은, 미국이 바라보는 필리핀의 지위가 '우방'에서 '불량국가'에 한 걸음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애정, 호의, 동경심을 감추지 못하는 한국의 일부 '진보' 인사들은 미국의 이러한 인사 조치를 보다 진지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이 11월 4일 정식으로 발효됐다. 주요 37개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고 캐나다가 탈퇴하는 등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던 교토의정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우선 당사국이 총 195개국으로,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거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맺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의 채택이 폭넓게 이루어진 것은 그 어떤 국가도 기후 변화를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안다. 북극의 바다가 여름에 얼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투발루 뿐 아니라 뉴욕 역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위기가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섭씨 2도씨 내로 제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400PPM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를 비롯한 기후학자들은 그동안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에 도달하면 지구 생명체의 멸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파리협정의 준수 및 각계의 노력과 기술적 발전을 통해, 예정된 파국을 지연시키고 막아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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