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언론에 또 그 타령이 실렸다.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소리 말이다.
2월 14일을 안중근 사형선고일이라고 떠벌이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짓는 것은 '인터넷 밈'이었다. 자신에게 여자친구가 없다고 한탄하는 남자들이 인터넷의 구석에서 시시덕거리던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언론은 품위에 대한 인식이 없는 관계로, 그런 헛소리를 슬슬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다루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2월 14일에는 엄숙한 표정을 짓자'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엄숙하게 나가보는 건 어떨까 싶다. 매년 2월 14일을 '여성해방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다. 근거는? 미군정 시대, 1948년 2월 14일, 공창제가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김말봉, 박현숙 등 10여 명의 여성단체 지도자들은 공창폐지연맹을 조직하여 기왕에 발표된 법령 제70호는 단지 인신매매 금지령일 뿐이므로 시급히 공ㆍ사창을 폐지하게 하는 법령을 제정해 달라고 입법의원에 건의하였다.41)
이를 받아들여 입법의원은 1947년 10월 28일 전격적으로 공창폐지법을 통과시키고 즉시 미 군정 장관의 추인을 요청하여 이듬해 2월 14일 공창제 폐지를 실시하는 법령을 공고하게 되었다.42)
개정판 |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 2 | 강준만 저
안중근의 인생 중 생일도 아니고 사형집행일도 아닌 사형'선고일'을 기념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반면 공창제 폐지는,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여성 인권 운동의 첫 단추로서 매우 뜻깊은 사건이었다.
2월 14일이 발렌타인데이인 것이 그렇게 못마땅하다면, 2월 14일을 '여성해방의 날'로 기념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성들이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것 역시 일종의 해방된 자의 행위로 이해할 수도 있을테니 기존의 전통과도 충돌하지 않을 듯하다.
1000% 공감합니다. 국가보훈처까지 나서서 저러고 있던데 정말 암울합니다 ㅠ
답글삭제이건 정말 진지하게 문제시해야 할 사안 같아요. 국가가 국가답지 않게 굴기 시작하면 평범한 서민들의 삶은 순식간에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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