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커피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국가 중 하나. 그들이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아주 곱게 간 커피 가루를 제즈베라는 구리 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마시는 것이다. 당연히 매우 쓰기 때문에 설탕을 팍팍 쳐서 먹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터키의 거리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늘어났다. 낯선 문화가 갑자기 퍼진 것이다. 그 이유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난민들이 넘어왔기 때문.
시리아 사람들이 원래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셨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시리아의 커피 문화도 오래되었고, 터키와 비슷하다. 곱게 분쇄한 커피를 추출해서, 아니 차라리 달여서 많은 양의 설탕이나 프림과 함께 마셔왔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들은 좁은 공간에 모여 살고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몇 시간씩 커피를 달이고 있을 공간도 시간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중고로 구입해 거리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터키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은 중고로 미화 2500달러 정도인데, 감가상각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관계로 되팔때도 비슷한 값을 받을 수 있다. 식당 같은 큰 사업을 벌이기에는 부담스러운 이들이 작은 자영업으로 하기에 딱 적당한 아이템이 되었다. 그래서 터키의 도시 중 시리아 난민이 많은 곳에는 어김없이 에스프레소 머신이 즐비하다.
그 에스프레소는 우리가 아는 '에스프레소'와 다르다. 원두를 탬핑하지 않는다. 당연히 표준적인 에스프레소보다 맛이 연한데, 그 위에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뿌려서 더 강한 맛을 낸다.
그럼 처음부터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시리아 난민들은 난민 생활이라는 환경 속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위에 막대한 양의 설탕과 프림을 뿌려 먹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아무리 봐도 맛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커피가 맛있고 맛없고 등등은 모두 문화와 취향에 따른 것이겠지.)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건 어떤 식으로건 살아가며,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 한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교훈. 최근 몇 달 간 유튜브에서 본 영상 중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기에, 공유한다. 11분 정도 되니 여유 있으신 분들은 한번 직접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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