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이 시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대규모 파업이 뛰따라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기업들에게 타격이 가지 않는 한 이명박은 절대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광고 압박 운동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대중운동화된 안티조선'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뿐이지만, 국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절망적인 현 상황에서 그것은 나름대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현 사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영어 단어를 차용해야 한다. 'desperate'가 바로 그것이다. 'desperate'가 가지는 첫번째 뜻은 '절망적'이다. 전경들과 수십일 넘도록 대립하고 있는 것이, 극도로 제한된 효과밖에 가져올 수 없음을 우리는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 밤, 시민들은 모래주머니를 쌓고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어 보았다. 밧줄 걸린 닭장차가 쑥 하고 딸려나올 때에는, 말 그대로 앓던 이가 빠지는 듯 속이 후련했다. 일요일 밤에는 진보신당측의 변호사 한 명이 전경들의 체포가 불법임을 밝혀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에게는 씨도 안 먹힌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명박은 뒤틀린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는 한 촛불시위를 통해 표출되는 국민들의 열망이 정치적으로 소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노동조합에 속해있지 않은 노동자들, 혹은 스스로에게 '일반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7월 총파업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영 마땅찮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표로 심판하고 싶지만, 선거가 너무 멀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을 위한, 아주 중요한 선거가 눈 앞에 있다. 7월 30일은 사상 최초로 서울시교육감 직선투표가 열리는 날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의 모든 초등, 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직책이다. '교육 대통령'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교육감이 집행하는 예산만 해도 총 6조원에 달하는데, 이것은 부산시 전체의 예산에 육박한다. 5만 5천여명의 교직원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정독도서관, 남산도서관 등 서울 시내 17개 시립도서관까지도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또한 교육감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추가 설치할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교육감에게 0교시 수업을 철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실질적인 권한은 개별적인 학교장들이 가지고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감은 학교장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 일부 소신있는 학교장이라면 교육감이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않고 0교시 수업을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공직사회의 특성을 염두에 둘 때 교육감이 바뀌면 적어도 서울시에서는 0교시 수업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청소년들에게 아침잠을 돌려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 모든 교육감의 법률적 권한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제20조 (관장사무)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1. 조례안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2. 예산안의 편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3. 결산서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4. 교육규칙의 제정에 관한 사항
5. 학교, 그 밖의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에 관한 사항
6.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7. 과학·기술교육의 진흥에 관한 사항
8. 평생교육, 그 밖의 교육·학예진흥에 관한 사항
9. 학교체육·보건 및 학교환경정화에 관한 사항
10. 학생통학구역에 관한 사항
11. 교육·학예의 시설·설비 및 교구(敎具)에 관한 사항
12. 재산의 취득·처분에 관한 사항
13. 특별부과금·사용료·수수료·분담금 및 가입금에 관한 사항
14. 기채(起債)·차입금 또는 예산 외의 의무부담에 관한 사항
15. 기금의 설치·운용에 관한 사항
16.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
17. 그 밖에 당해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과 위임된 사항
이 역사적인 선거가 벌어지는 날이 바로 7월 30일이다. 수요일이고, 임시공휴일이 아니며, 따라서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10%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2월 부산시교육청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3%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한나라당에서 밀어주는 후보의 조직표가 활약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교육감은 행정직이기 때문에 정당의 추천을 받거나 해서 나오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는 명백하다.
공정택 현 교육감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촛불 집회의 배후는 전교조"라는 발언을 한 바로 그 사람이다. 서울시의 교육 정책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던 것은 오직 이명박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그런 공정택 현 교육감은 이미 3월부터 "서울지역 전체 초·중·고교 학부모에게 ‘교육감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공정택이 아닌, 진보진영의 유일후보인 주경복 건국대학교 교수를 서울시교육감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나는 주경복 교수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믿음직한 사람들이 그를 최초의 민선 서울시교육감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촛불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지만 사전선거운동의 험의를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발언을 자제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도 주경복 교수이다. 물론 전교조도 함께하고 있다(참고기사). 나는 그를 지지한다.
7월 30일 투표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부재자투표 등록을 한 후, 24일에서 25일까지 이틀간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한다(교육감 선거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 부재자투표는 군인 뿐 아니라, 선거일에 투표를 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니만큼, 출근하였다가 잠시 투표하러 집에 다녀올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요긴한 제도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미친 행보를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7월 30일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부재자투표라도 하도록 하자.
'desperate'의 첫번째 뜻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필사적'이라는 의미도 숨어있다. 한국어로 1:1 번역이 되지 않는 이 단어는, 이명박 정부와 맞서고 있는 시민들의 현 국면을 너무도 잘 드러내준다. 우리는 절망적인만큼 필사적이다. 전경버스로 막히면 돌아갔고, 명박산성으로 막히면 그 위에 올라갔으며, 물대포에 맞아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신문지를 모아 불을 붙였다.
또한 이 시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라. '아이들이 무슨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라는 짜증나는 구호에, 그들은 '어른들이 무슨죄냐 청소년이 지켜주자'고 맞받아친다. 그들이 꾸준히 출석하며 촛불시위의 동력이 되고 있다. 만 19세 넘은 성인들은 모두 그 청소년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이다. 그것은 동시에 이명박의 미친 교육정책에 결정적인 태클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절망적이지만, 동시에 필사적이다. 7월 30일에 이기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절망적인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 위에 필사적인 노력을 덧붙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희망을 쟁취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