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짓는 약사 박한슬 님께서 보내주신 책을 이제야 읽었다.
옛날에는 관혼상제를 모두 집에서 했는데 지금은, 관은 아예 없어졌고, 혼은 예식장, 상은 병원 장례식장, 그리고 제사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 중 특히 상이 문제다. 왜냐하면 사람이 죽는 것은, 옛날과 달리, 길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날이라고 죽음이 짧고 짜릿하고 즐거운 것이었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의 죽음은 그렇지 않은가. 어디 요양병원에 유폐되다시피 한 상태로 앓고 앓고 자식들은 간간히 찾아오는둥 마는둥... 뭐 그런 스토리들.
이 책은 노화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논점을 짧은 분량 안에 효율적으로 담고 있다. 저자 사인에 적혀있듯,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것을 여성, 특히 며느리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는데, 그 모델이 파괴되자 '요양병원에서의 죽음'이라는 생뚱맞은 결말이 갑자기 들이닥치게 된 것이다.
더 최악은 따로 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는 것. 복지에는 돈이 드는데 아무도 세금을 낼 생각이 없다. '내놔라 공공임대' 하는 그쪽 사람들 말고, 그쪽 사람들 욕하느라 바쁜 자칭 보수 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책상 위에 한참 누워만 있던 책을 이제서야 집어서 후딱 읽었다. 하지만 오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여러 지점에 대해 함께 논의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