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그리고 사람]“20대 문제는 모든 세대의 문제… 20대만 욕하지 말라”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편집장 노정태(경향신문, 2008년 8월 14일자 섹션 4면)
최근 경향신문의 김후남 기자님을 통해 지면을 얻고 또 인터뷰까지 하게 되면서, 언론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2시간 40분 넘게 손동우 사회부 부국장님과 마주앉아 별별 이야기를 다 했는데, 그 중 꺼내지 못한 게 있다면 이런 것이다. 대한민국의 일간지, 즉 메이저 출판 매체가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을 뒷받침해줄 튼튼한 전문지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관계의 오류 등을 화끈하게 질타하면서 정정해줄 그런 전문 매체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출판 매체 시장에 다양한 전문지가 강인하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언론에서 '정보'가 아닌 '내 편'을 찾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드라마 전문 매체인 드라마틱에서 일할 때 특히 강렬하게 느꼈던 것이다. 사람들은 드라마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그 한 편의 드라마의 팬인 내 편을 들어줄 그런 매체를 원한다. 사실 촛불 정국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구독자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촛불 시민'들은 '우리 편'이 되어줄 그런 신문을 원했지, 종합 일간지답게 사회의 다양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신뢰할만한 언론을 원한 게 아니다.
작은 언론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어야 큰 언론들도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언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큰 언론들 또한 조화로운 언론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은, 인터뷰에 언급된 것처럼, 사실과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언론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원론적으로는, 경향신문이 미국 축산농민협회의 의견 광고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그런 광고 제의를 거절한 것은 당연하며 또한 잘 한 일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 두 선택지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FP 9/10월호 제작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아직 커버 타이틀 등을 공개할 수는 없는데, 이번호 타이틀은 지난호보다 훨씬 '핫'하다. 앞서 나는 작은 언론과 큰 언론을 구분지으면서, 전문지를 작은 언론으로, 종합 일간지를 큰 언론으로 대강 분류했다. 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그런 구분은 희미해진다. Foreign Policy와 Foreign Affairs는 모두 외교 전문지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두 매체를 '작은 언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작은 언론'과 '큰 언론'의 경계선 또한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어져야 할 일이다. 물론 나는 FP 한국어판이 한국 내에서도 '큰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
근 세 시간을 떠들고도, 인터뷰를 읽어보니 덧붙이고 싶은 말이 생겨서 후기를 적어보았다. 방문자들께서는 인터뷰에 대한 코멘트를 이 게시물에 달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