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8

금리 인상과 주택 버블 붕괴

경제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벌어지게 될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비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호의 Economic Focus에서(이 코너 정말 최고다. '경제학적 사고'가 뭔지 알고 싶다면 이걸 꼭 읽어야 한다) "Home Truths"라는 기사를 통해 '주택 가격의 하락이 반드시 전체 경제에 나쁜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펼쳤지만, 한국의 경우는 문제가 조금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당연히 매달 붙는 이자가 높아진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중산층, 1주택 소유하고 있고 그 주택을 담보삼아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가속화되면 가속화될수록 소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주택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 그나마 그 중산층들의 유일한 자산인 주택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재산은 줄었는데 빚은 늘어나버린 이중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나온, '지금까지 집을 사지 못하고 있던 젊은이들이 이익을 보고' 같은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나는 집을 못 산다. 이건 대부분의 20대에게 공통되는 현상이며, 30대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재 한국의 젊은 층은 불안정한 고용의 첫번째 피해자가 될 사람들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가 말도 못하게 올랐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주택 가격 버블이 빠진 후의 한국 경제는, 현재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정말 우려된다.

댓글 8개:

  1. 전망이 아주 우울하군요...

    그나저나 이코노미스트 지의 그 코너는 어떤점에서 "경제학적 사고"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조금만 귀띔을 좀 해주세요... 저도 좀 보는게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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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금리인상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건 확실한데, 문제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것도 지금 한국경제에는 독약으로 작용합니다. 안그래도 과소투자와 과잉유동성에 시달리고 있는게 지금의 한국경제니까요. 인위적인 저금리유지로 자산 버블이 더 커지거나 (or 버블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한다면 그 후폭풍은 더 심각해집니다. 중산층의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약간 인상하는 쪽이 길게 보면 더 나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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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윗 댓글 말대로 솔직히 답이 없죠..솔직히 지금 상황은 정부가 주요 품목들(특히 대기업들이 독과점하는)에 대해 강제로 물가를 통제하는 동시에 금리를 반대로 움직이면서 부동산에 대해선 수요 억제로 갔으면 좋겠지만..지금의 정부는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중소 건설업체의 붕괴(대형건설업체는 해외수주 많이 해서 걱정 없습니다), 중소 기업의 줄도산, 변동금리주택담보대출 받은 중산층의 붕괴..다 같이 온다면 정말 끔찍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벌써 꽤 실현되고 있구요.

    하여간 학자금 대출 이번에 7.8%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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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rte/ 네, 우울합니다. 그리고 economic focus는 경제학 논문이나 저서 등을 통해 현재 이슈를 설명하는 코너에요. 이론과 현실의 접점이 어떻게 맺어지는지, 경제학 이론이 ('괴짜 경제학' 같은 것 말고) 어떻게 현실을 설명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익명/ 문제는 중산층의 고통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 기반의 붕괴겠지요. 현 시점에서 원론적으로 놓고 본다면, 또한 통화정책만을 놓고 본다면 금리 인상이 금리 인하보다 나은 결정이겠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익명/ 네, 저도 답이 없다는 걸 알고 막막한 마음에 짧게 쓴 겁니다. 말씀하신 방편들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코멘트를 하기 어렵습니다만, 전폭적인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재정 정책이 가미되어야 이 위기가 극복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위기의 징후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학자금 금리가 7.8%인 것도 사실 막장이라면 막장입니다. 이러니 20대 중후반의,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이 구매력을 갖출 수가 없잖아요. 이건 정말이지 빚을 져 본 사람이나 아는 겁니다만, 휴우.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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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현 정부가 중산층들에게 약속한 것이 현 부동산의 수요 부채질이죠. 그리고 뉴타운 개발의 대상이 많은 중산층들은 그 수요의 증가 덕분에 얻는 이익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요. 덕분에 홍정욱 같은 부류들이 당선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과연 얼마나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지 갑갑합니다. 그저 카더라에 움직이는 형국이지요. 현정부의 정책은 그야말로 '대'기업 프렌들리인 것을...

    학자금 대출 7.8%는 정말 충격입니다. 불과 4년전 그 어떤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 받은 학자금의 이자율이 5%도 넘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이 흉폭한 시기를 거쳐간 학생들이 부디 그들의 여러 역량으로 이 흉폭한 시기를 후배(?)들에게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역량을 행사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물론 이 상황이 초래되도록 책임을 방기하고 있던 현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선배들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힘을 모았으면 좋겠지만 어떤 경로로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는지를 궁리하기엔 이 막장으로 치닫는 사회의 행보가 너무 흉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리해봐야겠죠. 궁리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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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넓게 보면 공정택의 교육감 당선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죠. 사교육비가 떨어지면 강남의 불패 신화가 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남의 학부모 겸 주택 소유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경복을 떨어뜨려야 했던 겁니다.

    학자금 대출 금리가 더욱 엽기적인 건, 고정 금리라는 거죠. 시중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학자금 대출 금리는 안 떨어집니다. 고정 금리 제도가 의미있는 건 어디까지나 저금리로 대출해줄 경우 뿐인데, 이건 뭐 그냥 대출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서 고정 금리로 묶여버리니 돌아버릴 노릇이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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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흠.. 공정택과 관련해서는.. 물론 이미 봤겠지만, 송경원이라는 님의 레디앙 기고 글을 참조하는 것도 좋겠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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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구글에서 레디앙 송경원 검색해보니 님하의 홈페이지가 뜨던데, 거기 있는 글 읽어보니까 정신이 없더군요. 내용은 좋은데 글 구성 방식이 산만했다는 인상만 남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언제 맑은 정신으로 다시 읽어볼게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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